새 대통령의 취임과 함께 '새' 시대에 대한 기대감이 한껏 부풀었다. 그 기대에 걸맞게 EBS <다큐 프라임>은 새 시대에 시급하게 해야 할 교육적 과제로 '대학 입시'를 들고 나섰다. 지난 5월 22일부터 5월 31일까지 6부작에 걸쳐 방영되었던 <대학 입시의 진실>이 그것이다. 

<1부: 학생부의 두께> <2부: 복잡성의 함정> <3부: 엄마들의 대리 전쟁> <4부: 진짜 인재, 가짜 인재> <5부: 교육 불평등 연대기> <6부: 불편한 진실을 넘어서>를 통해 EBS <다큐 프라임>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현재 우리의 대학 입시가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스스로의 힘으로 '개천에서 용이 될 수' 있는 기회의 문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계층 고착화와 그나마 있는 기회조차 날려버리는 '사다리 걷어차기'의 희망 없는 닫힌 통과 의례라는 것이다. 즉 지금과 같은 상태라면 '격차 세습'을 통해 '꿈'과 '희망' 없는 사회를 만드는데 일조할 것이기에 새 정부가 가장 앞서서 이 문제를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말한다.

ⓒ EBS


교육 불평등의 현실

이런 극과 극의 사례가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그 의미를 짚어보기 위해 서울대 입학생에 대한 통계 조사를 통해 다큐멘터리는 그 진실에 접근해 들어간다. (5부: 교육 불평등 연대기)

서울대 입학생 중 자사고, 특목고는 거의 절반을 차지한다. 비율로만 보면, 일반고와 자사고, 특목고는 비슷해 보인다. 그런데 여기에 숨겨진 통계의 장난이 있다. 위의 표에서 보이듯이 전국 수능 응시생 비율 중 자사고, 특목고의 비율은 10%에 불과하다는 사실이다. 즉 90 대 10의 싸움에서 결과가 반반으로 나온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공부 잘하는 자사고, 특목고 학생들이 서울대 가는 걸 가지고 무슨 이의를 제기하냐고? 자사고와 특목고에는 어떤 학생들이 갈까? 학생들 부모님의 직업의 차이를 살펴보면 그 '이의'의 의미가 더욱 분명하게 감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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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표에서 보듯이 상위층 비율이 외고와 일반고의 경우 현격히 차이가 난다. 자사고, 특목고의 편중에서 그치지 않는다. 서울과 지방의 대비에서 서울, 경기, 그중에서도 강남 8학군을 중심으로 한 교육 특구의 학생층에 '편중'된 결과를 보인다. 지방의 경우 설사 특목고라 하더라도 주소지는 그 지방이 아닌 학생들인 경우가 빈번하다. 이 결과를 통해 드러나고 있는 건, 서울대를 대표적 사례로 했을 때, 서울에 사는 돈 많은 부모의 자녀들이 주로 서울대에 진학한다는 점이다. 전 국민의 20%에 해당하는 소득 1, 2분위의 학생 중 이른바 상위권이라 할 대학에 진학하는 비율은 '10%' 남짓하다. 더 '대학'은 꿈의 사다리가 아니다.

꿈의 사다리를 걷어찬 대학 입시

왜 대학은 꿈의 사다리가 될 수 없을까?

2019년 대학 입시 요강. 수시 모집을 통해 정원의 76%를 선발, 정시 모집 인원이 그만큼 줄었다. 수시 모집 중 학생부 전형 비중이 늘었다. 전체적으로 학생부 교과 비중이 늘었지만, 학생부 종합 전형도 전체 모집 인원의 24.3%로 늘었다. 논술 고사 대학별 모집 인원은 전체적으로 줄었지만, 여전히 서울 소재 주요 대학에서 논술은 주요 전형이다.

만약 당신에게 자녀가 있다면 저 전형 중 당신의 자녀에게 맞는 전형을 고를 수 있겠는가? 하지만 이 몇 줄의 글로 현재의 대학 입시를 설명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저 단어의 행간, 행간에 숨어있는 수많은 전형, 현재 대학을 가는 전형 방법은 실제 700가지가 넘는다고 한다. (2부: 복잡성의 함정, 1부: 학생부의 두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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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실제 설문을 해보면 대다수 학생, 학부모, 교사들이 대학 입시에서 느끼는 가장 큰 불만이 바로 '다양성'을 핑계로 세분된 대입 전형의 복잡성이다. 여기에 그 복잡성의 미로를 더욱 꼬이게 만드는 것이 최근 늘어나고 있는 이른바 학생부 전형이다.

1995년부터 지금까지 학적부, 생활 기록부 등 다양한 이름으로 31번의 변화를 거쳐 온 학생부. 2017년 현재 진로 탐색 과정을 담은 학생부는 총 24장이 기록 가능한 방대한 '자료'가 되었다. 그런데 이 '기록'이 문제다. 학생부를 보여주자, 선배들은 '그 엄청난 양에 놀라는 반면, 너무 주관적'이라는 반응을 보인다. 외국의 교육 전문가들도 마찬가지다. '너무 많고, 모호하며, 학생에 대해 결정적으로 어떤 것도 말해주지 않는 보여주기식'이라 평가한다. 외국의 '수치화'한 학생부와 너무 큰 차이다.

하지만 이 학생부로 인해 학생들의 희비가 엇갈린다. 실제 지방의 한 학교에서는 학생부 조작으로 물의를 빚었다. 등급에 따라 페이지 수가 달라지는 학생부, 등급이 낮은 학생들에게는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 각종 '몰아주기 혜택'. 하지만, 오히려 조작의 당사자인 선생님은 반발한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지방 일반고 학생들은 그나마 '대학' 갈 기회조차 없다고.

안타깝게도 선생님의 반문은 사실이다. 학교를 신뢰하지 않는 '재력 있는 학부모'들은 학생부 관리를 위해 각종 자문 업체로 달려간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관리된' 아이들과 고등학교 자녀들의 전형 방법조차 먹고 사느라 제대로 알 수 없는 부모, 기백만 원의 학비는 물론 학생부를 채울 각종 스펙을 채울 재력이 든든한 부모와 학비도 빠듯한 학부모의 경쟁은 이미 달리기도 전에 결과가 나온 게임이다. (3부: 엄마들의 대리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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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에서 떠도는 웃픈 교육의 지표, 이른바 텐텐 학습법(초등학교 가기 전부터 아침 10시부터 밤 10시까지 공부를 시켜야 한다는 학습 방식), 아이가 잠시 힘들어도 '하이웨이'에서 내려서서는 안 된다는 강박적 '모정', 아이 대신 학생부 봉사 활동을 채워주는 열혈 모정은 우리 사회 '관리 가족'의 그늘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키워진 아이들은 정말 '인재'가 되는 것일까? 카이스트의 이 그래프는 왜곡된 교육의 실체를 드러낸다. 일반고 출신 학생들은 선행 학습이 부족한 2학년까지는 고전하지만, 그 이후에는 숨겨져 있는 잠재력이 발휘된다고 한다. 어릴 때부터 '관리'된 우리의 학생들에게선 공부를 하는 데 있어서의 기쁨이란 어불성설이다. '목표 주사'를 맞고 버텨온 학생들은 '공부'밖에 할 줄 모르는 바보들이 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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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다리를 돌려주어야 나라가 살고, 아이들이 산다

예일대 윌리엄 데레저위츠 교수는 이런 학생들의 미래를 신랄하게 비판한다. 부모들의 정보와 돈으로 명문대에 들어간 엘리트들은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에 대해 고민이 없는 것은 물론, 부모들이 제시한 방향으로만 자신의 미래에 반응한다고. 또 창의적 비판적 사고를 할 수 없는 그들은 이후 우리 사회의 엘리트로서 '늘 안전한' 선택만을 하는 '안이하고 무능력한 지배 그룹'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그보다 더 심각한 것은 그 '사다리'에서 걷어차인 대다수의 학생이다. 일본의 교육학자는 '계층 상승의 사다리가 사라진 일본 사회'를 이미 그의 책 <격차 세습>을 통해 경고한 바 있다. '하류의 자녀는 하류'가 되는 사회, 1억 명이 빈곤 계층인 사회, 이른바 버는 돈 없이 파친코 게임으로 딴 돈으로 살아가며 즐기는 것으로 연명하는 식의 '현재를 즐겁게 지내자는 '니트족'들은 계층 사다리가 사라진 사회에서 젊은이들의 자구책으로 드러나는 한 예이다. 특히 '개천에서 난 용'들의 '인적 자본'에 의해 급격한 성장 주도의 경제를 근간으로 해온 대한민국에서 '격차 세습'으로 인한 계층 고착화는 '대한민국 정체성'을 근본에서부터 흔드는 심각한 문제이다.

EBS의 <대학 입시의 진실>은 최근 비중이 늘어나고 있는 학생부에서 비롯되는 문제로부터 시작하여, 대학 입시 그 자체를 낱낱이 해부한다. 그리고 통계의 장난 속에 숨어있는 결국 가진 자, 아는 자들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현행 '계층 세습'의 도구가 되는 대학 입시의 민낯을 세세하게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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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제기만이 아니다. 그렇다면 그 대책은 무엇이어야 하는가에 대해서 방향도 제시한다. 단순하다. 학생도, 학부모도, 선생님들도 도무지 알 수 없다는 그 '복잡'한 대학 입시 정책을 '단순'하게 해야 한다. 돈과 정보에 의해 '선점'될 수 있는 그 방식을 뜯어고쳐서, '열심히 공부하면' 갈 수 있는 방식으로 만들면 된다.

6부작에 걸쳐 방영된 <다큐 프라임- 대학 입시의 진실>은 현행 대학 입시 제도의 모순과 그 원인을 심층적으로 진단했다. 그리고 그 대안까지 제시했다, 새 정부를 맞이한 '교육 방송'으로서의 교육에 대한 일종의 '로드맵'을 제시한 것이다. 과거 노무현 정부 교육 정책처럼, 꼭 좋은 의도가 좋은 결과를 낳는 것은 아니다. 변화되는 교육 정책 속에서도 여전히 상위를 독점하고 있는 강남 8학군처럼 상위 계층의 카멜레온보다 더 빠른 적응력을 따라잡을지도 문제다. 공은 던져졌다. 과연 이 '로드맵'이 어떤 결과물로 나올지는 전적으로 새 정부의 몫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정희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5252-jh.tistory.com)와 <미디어스>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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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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