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무한도전> (이하 '무도')을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는다. 그저 한국의 수많은 리얼 버라이어티 중 하나라고 생각할 뿐이다. 그래서 팬들이 <무도>에 열광할 때마다 이해하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런 까칠한(?) 사람도 재밌다고 생각했던 <무도> 에피소드들이 있었다. 그 중 다섯 개를 뽑아 봤다.

① <무한도전> 새학기 특집 (43회 - 2007년 3월 방송)

 MBC <무한도전> 새학기 특집

MBC <무한도전> 새학기 특집 ⓒ MBC


<무도> 멤버들이 학교 선생님이 됐다. 무한상사 입사 전에 다들 교사 자격증이 있었던 모양이다. 새학기 특집은 '교무회의' '수업시간' '방과 후 옥상!' 세 꼭지로 나뉘어 구성되었었다. 오프닝에서 노홍철과 하하가 한껏 힘을 낼 때였고, 카메라 앵글이나 촬영 분위기를 보면 지금보다 더 리얼한 느낌이 났었다.

박명수는 노홍철 위주의 방송이 자기 위주로 되돌아가길 간절히 원하며, 하하는 노홍철에 힘입어 너스레를 떤다. '어색한 뚱보' 정형돈은 노홍철이 요즘 대세인걸 인정한다. 정준하와 유재석은 그런 신세대 멤버들의 재롱이 기특하다. 당시 노홍철이 멤버로서 하나의 자리를 잡았음을 확실히 보여준 에피소드였기에 인상적이었다.

교실에서 학생들을 가르칠때도, 노홍철은 열렬한 호응을 얻었다. 하루 수업을 마치고는 다같이 모여 회포를 푼다. 서로 쌓인게 없어야 다음 회도 잘할수 있을테니. 이때의 <무도>를 한번쯤 다시 보는것도 나쁘진 않다. 5년도 더 지난 옛날 에피소드지만 최근 초심을 주문받기도 하는 <무도> 입장에서는 말이다.

② <무한도전> 소원을 말해봐 특집 (164회 - 2009년 8월 방송)

 MBC <무한도전> 소원을 말해봐 특집

MBC <무한도전> 소원을 말해봐 특집 ⓒ MBC


시간을 훌쩍 뛰어넘어 2009년으로 와 보자. '찮은형' 박명수가 A형 간염에 걸렸던걸 기억하시는지. '의좋은 형제' 에피소드를 진행할 정도로 멤버간 우애 좋은 무도가 그냥 넘어갈리 없었다. 입원 치료를 받고 퇴원했지만 아직 회복이 덜 된 찮은형을 위해, 나머지 멤버들이 전국을 다니며 소원을 이루어주는 콘셉트였다.

오프닝부터 멤버들의 표정엔 걱정이 가득하다. 하지만 재수없게 형 걱정만 하고 말지는 않는다. 무한 이기주의를 발휘하며 찮은형과 입원 전날 다같이 식사해서 바이러스가 전염된건 아닐까 걱정하기도 한다. 이런 게 재미와 감동 사이에서 제대로 줄타기를 할 줄 아는 <무도>의 매력이다.

박명수는 멤버들에게 'A형 간염에는 잘 먹는게 약'이라며 '풍천 장어' '외손주가 있는 77살 외할머니가 담근 식혜' '제주 은갈치 한라봉' 등의 세 가지 음식을 가져다주길 소원한다. 또 이병헌 등 스타들의 '쾌유를 비는 영상편지'와 '자기전 책 읽어주기'를 소원으로 말한다.

멤버들이 좌충우돌 해프닝 등으로 소원을 이루어준다는 것도 관심사지만, 또 다른 재미도 있었다. 길과 정형돈이 듀엣 개그를 치고 나서 스스로들의 개그를 걱정하고, 이후 등장하는 제작진의 비난성 자막 등이 웃음을 준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멤버간의 형제애가 시청자들을 즐겁게 한 에피소드였다.

③ <무한도전> F1 카레이싱 특집 (191회 등 - 2010년 2월 방송)

 MBC <무한도전> F1 카레이싱 특집

MBC <무한도전> F1 카레이싱 특집 ⓒ MBC


조정, 프로레슬링, 봅슬레이까지. <무도> 멤버들은 스포츠에 도전하기도 했다. 그것도 불가능할 것 같은 종목에 말이다. F1 카레이싱 특집도 마찬가지로 '안될 것 같은' 도전을 대단하게 해냄으로써 제목 그대로 '무한도전'에 충실했던 에피소드였다. 말레이시아 로케이션 촬영이라 더욱 흥미롭기도 했다.

레이싱에 들어가기전 연습할때 멤버들은 기겁을 한다. 봅슬레이가 낫다는 말도 나오고, 박명수는 운전법을 가르쳐주는 선생님의 멱살을 잡으며 이게 뭐하는 짓이냐고 따진다. 하지만 그들은 실전에 강하다. 정형돈을 제외하고 대체로 레이싱의 기본기를 그럴듯하게 수행한다. 특히 박명수는 천부적 재능을 보여주기도 했다. 

차량 세팅 후 경주용 차를 몰게 된 멤버들의 모습은 진지하고 멋지다. 다만 정형돈은 연습때 부진하더니 결국 주행을 포기한다. 이런 모습이 또 <무도>의 장점이다. '무한도전'이라고 무조건 하게 하지 않는 것 말이다. 멤버들의 있는 그대로 모습을 존중해 주는 것이 시청자들을 만족시킨다. 박명수가 여기서만큼은 1인자가 되려나 했건만 진정한 1인자 '유느님' 유재석의 벽은 높기만 하다.

'노찌롱' 노홍철이 과욕으로 탈이 난후 유느님은 남은 랩(LAP)을 착각했던 과거를 잊고 기록 세우기에 나선다. 누구도 몰랐던 '속도 본능'을 유감없이 보여주며 메이저리그 투수의 직구 속도(160km)만큼 달리던 유느님, 결국 마의 3분대를 깨고 우승한다. 마침 보인 아름다운 석양의 모습은 잔잔한 감동을 선사하기도 했었다.

④ <무한도전> '죄와 길' 특집 (193회 등 - 2010년 2월 방송)

 MBC <무한도전> '죄와 길' 특집

MBC <무한도전> '죄와 길' 특집 ⓒ MBC


오프닝에서 멤버간의 죄를 거론하던 중에 우연처럼 '길메오' 길의 '제주도 방뇨 사건'이 튀어나온다. 길은 자신을 오줌싸개로 모는 멤버들을 고소하겠다 하고, 멤버들은 자체 사법시험을 보고나서 법정에서 원고와 피고 측으로 만나 설전을 벌이게 된다.

이것이 '죄와 길' 에피소드의 대략적 내용이다. 개인적으로는 가장 재밌게 본 에피소드다. 다른 <무도> 에피소드처럼 영화나 드라마를 패러디했지만 웬만한 법정 드라마보다 '웰메이드' 였다.

원고 측에서는 자신의 명예가 훼손되고 여러 피해를 입었다고, 피고 측에서는 사실을 말했는데 명예훼손이라 소를 제기한 것은 자신의 신뢰도를 깎아내리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서로 소를 제기한 반소(피고가 원고에게 자신의 피해에 대해 소를 제기하는 것) 사건이라 더욱 볼만했던 것이다.

법적인 스토리의 매력 뿐 아니라 멤버들의 깨알같은 멘트들이 수시로 웃음터지게 만들었다. 유재석을 증인으로 앉혀놓고 횡설수설 하다 '정리해서 다시 오겠다'고 하는 정준하나, 길의 치킨 CF 좌절 문제로 한창 논쟁중에 밤 11시고 배고픈데 치킨 다섯 마리 시켜서 먹고 하자는 박명수 등, 변호사로 분한 멤버들의 유머도 돋보였다. 또 김태호 PD와 이효리가 증인으로 나와 시청자에게 즐거움을 주기도 했다.

⑤ <무한도전> 무한택배 특집 (281회 등 - 2011년 12월 방송)

 MBC <무한도전> '무한택베' 특집

MBC <무한도전> '무한택베' 특집 ⓒ MBC


언젠가부터 <무도>는 매년 달력을 만들어 왔다. 그동안 달력 모델만 하던 멤버들은 이 에피소드에서는 택배 기사가 되어 시청자들에게 달력을 직접 배달했다. 그래서 좋았다. 멤버들이 다양한 시청자들을 만나게 되는 에피소드들이 더 늘어났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전국으로 배달을 다니는 멤버들의 모습은 하나하나 참 빛이 난다. 멤버들을 맞이하는 시청자들의 모습도 무척 행복해 보였다. 성실하고 능력있는 유반장, 툴툴거리지만 인간적인 명수형, 푸근한 미소로 든든함을 주는 '대세 준하', 뚱뚱하고 사람좋은 형돈이, 언제나 유쾌한 홍철, 애드립의 천재 하하, 그리고 예능 초보시절도 있었지만 지금은 여유롭게 예능을 하게된 길. 반짝반짝 빛나는 일곱 남자가 있어 재미난 토요일이 계속되길 바란다. 400회, 500회까지.    

원래는 올 봄에 했어야 할 300회 특집을 한가을 되서야 하게된 <무한도전>. 그동안 <무도>가 수많은 국민들을 즐겁게 해 주는 일을 적어도 300번 했다는 것에 대해 무한한 경의와 감사를 표하고 싶다. 앞으로는 결방 없이 꾸준히 웃겨 주기를, 그리고 한국 최고의 예능에서 나아가 세계 최고의 예능이 되기를 진심으로 소망한다.

========= <무한도전> 300회 특집기사 =========

1. ''300회' <무한도전> 그 도전이 곧 '대한민국 예능'이었다
2. '무한도전 300회' 그들에게만 있었던 네 가지
4. [초식남의 음악육식] '무한도전' 이제 보지만 말고 듣자
5. '300회 무한도전', 모두에게 '쉼표'를 바칩니다

무한도전 무도 유재석 김태호 박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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