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에 상당히 게으르다 보니 결국 겨울이 다가오는데 아직도 매미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사실 2년 거의 1년을 넘게 매미 이야기에 매달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글을 위한 글이 아니라, 저의 매미에 관한 다큐멘터리 제작과정을 그대로 담다 보니, 여전히 이 글은 계속 될 수밖에 없네요. 매미에 관한 다큐멘터리 제작도 여전히 진행 중이고 그것들을 하나 하나 빠뜨리지 않고 여러분에게 전하려다 보니 이야기의 끝이 없군요. 철은 지났지만 한겨울에 떠올려 보는 한여름의 매미소리를 상상해 보십시오. 그러면 내년 여름이 다시 기다려 질 테고, 겨울이 겨울 같지 않으리라 믿습니다. <필자주>

하나의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사전 조사들이 진행된다. 그러한 사전 조사는 제작의 효율성을 가져오고 궁극적으로는 작품의 완성도를 높여준다고 할 수 있다. 매미 소리 부문에 대한 촬영이 계속되면서 나는 신문기사 분석을 시도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왜 매미 소리가 도시에서 문제가 되는지를 한, 두 명의 전문가에게서 조언을 듣고는 단정해 버리는 오류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그런 작업은 나름대로 또 다른 고민을 남겨 놓았지만 아주 좋은 결과 즉 나의 사고의 발전을 가져왔던 것 같다.

여름만 되면 매미에 관한 기사를 쓰는 것은 신문사의 고정메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도심의 환경오염과 그로 인한 생태계 변화에 대한 기사들이 봇물을 이루면서 이 기사들을 비껴간 도심의 동물들은 없다. 크게는 포유류에서 작게는 모기까지 모두다 도시의 환경변화의 영향을 받아 생태계의 불균형 속에 존재한다는 것이 이들 신문의 지론이다. 매미도 예외일 수는 없다.

한여름 도심에서 극성을 부리고 있는 매미에 관한 신문 기사들을 보았다. 거의 93년도부터 거슬러 올라가 보았으니 10년 치 정도의 기록이 되는 셈이다. 신문 기사들을 통해 내가 알고자 하는 것은 아주 간단한 나의 의문에 대한 해답이었다. 가장 큰 의문은 두 가지였다. 도대체 곤충의 소리가 얼마나 심하게 난다고 사람들이 소음피해로 인식하는 것일까? 그리고 두 번째는 왜 최근 들어 도시에서 매미의 울음소리가 극성을 부리고 있는 것일까? 그에 대한 해답은 간단하지만은 않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직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조사나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듯 하다는 인상을 받았다는 것이다. 물론 기사들이 생물이나 곤충관련 학자나 전문가들의 견해를 인용해 나의 궁금증을 대신 풀어 주고 있었지만 그들의 해답은 응답 전문가에 따라 약간씩의 편차를 보이고 있었다. 그것이 큰 편차는 아니라 몇 가지의 결론으로 수렴하는 것은 힘들지 않았지만 왠일인지 그들의 대답이 명쾌하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도시 매미는 얼마나 시끄러운 것일까?

먼저 매미들의 소리가 얼마나 시끄럽기에 사람들이 밤잠을 설치고 소음피해라고 주장하는 것일까? 기사에 의하면 매미 소리는 도심에서 들을 수 있는 가장 시끄러운 소리에 속한다고도 할 수 있다. 도심 주택가 소음 기준치가 50-60dB라고 한다. 그런데 한창일 때 매미들의 울음소리는 70-80Db를 웃돈다는 것이다. 이 수치들이 어느 정도 시끄러운 것인지 잘 이해가 되지 않을 독자들을 염려한 탓인지 기사들은 친절하게도 건설현장 평균 소음이 60-70dB라고 알려주고 있었다. 이 건설현장 평균 소음이란 공사장의 굴착기 같은 것의 소음을 말한다. 매미 울음소리가 이보다 10db정도 웃돌고 있으므로 당연히 도심에서 들을 수 있는 일상적인 소리 중에서 가장 시끄러운 것에 속하게 되는 것이다.

언젠가 이런 일이 있었다. 회사 일로 주말에도 제대로 못 쉬다가 평일 날 하루 대휴를 내서 집에서 쉬려고 하던 날이었다. 간만에 늦잠을 잘 수 있는 날이었는데 이게 왠일인가? 아침 6시부터 우리 집 앞 도로에서 콘크리트를 파헤치며 공사를 하느라 굴착기가 맹렬한 소음을 뿜어내기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나는 그날 결국 간만의 달콤한 늦잠을 포기하지 않을 수 없었다. 굴착기 소음 혹은 공사장 소음이란 그런 것이다. 그런 소리를 들으면서 단잠을 자는 사람은 정말 무신경한 사람에 속할 것이다.

기사들을 조금 더 유심히 들여 다 보면 서울에서 매미 소리가 하나의 이야기 거리, 화젯거리가 되기 시작한 것은 대략 94년 정도부터다. 그리고 해마다 갈수록 그 정도가 심해진다는 것을 발견할 수가 있었다. 94년부터 한해에 한 개 일간지 정도에서 나오던 매미 울음소리 관련 기사가 해를 더할 수록 기사회수가 증가하고 그 심각성의 표현 정도도 수위를 더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하나의 경향성이 지속 심화되어 가는 형태였다.

도시 매미는 왜 그다지도 시끄러운가?

전체적으로 하나의 원인을 들라면 단연코 개체수의 증가이다. 시골과 도시매미 개체수의 절대적인 비교나 과거와 현재의 매미 개체수의 변화에 대한 구체적인 수치는 나와 있지 않지만 도시의 매미 수가 과거 보다 그리고 시골에서의 증가보다 확연히 늘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도시의 매미 개체수가 늘어난 것일까? 그 대답은 명확하지는 않았다.

첫 번째 환경오염의 경우 어떤 결과들을 초래했는지를 살펴보면 우선 환경오염으로 매미의 천적들이 감소했다는 것이다. 매미의 천적은 말벌, 여치, 찌르레기, 북방새 박새 같은 식충성 조류들이다. 그런데 환경오염으로 이러한 매미의 천적들이 제 구실을 못하자 매미들이 대량으로 증가하였다는 것이다. 게다가 즉 천적들이 감소한데다가 매미의 일생 자체가 공해에 비교적 영향을 덜 받는 땅 속 생활이 대부분을 차지하므로 더욱 개체수가 증가한다는 것이다. 또 한가지는 환경오염으로 겨울철 온도가 상승해 겨울철 동안 땅 속에서 동사하는 매미 유충의 수가 감소했다는 것이다.

 반포매미 촬영의 주무대였던 잠원동
ⓒ 박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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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는 도시 환경의 변화로 매미 개체수가 증가했고, 울음을 우는 시간이 길어졌다는 주장이다. 도시 환경변화의 첫 번째 형태는 서식환경의 양호화다. 도심의 가로수가 증가하고 아파트 단지 내 녹지 등이 증가해 매미의 서식환경이 이전 보다 좋아졌다는 것이다. 게다가 녹지증가로 나무뿌리에서 나오는 수액의 양이 증가해 매미 애벌레 즉 유충들의 생존환경이 좋아졌다는 것이다. 두 번째 도시환경변화는 야간 조명이다. 원래 매미는 햇빛이 있는 낮에만 우는데 가로등 등 도심의 야간 조명들이 매미로 하여금 밤을 낮으로 인식케 해 도시의 매미는 하루 24시간 내내 운다는 것이다.

 비오는 날 밤에도 가로등 주위의 나무에서는 매미 소리가 들렸다
ⓒ 박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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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는 특정 매미 종류의 증가가 도심 소음을 부채질했다는 주장이다. 국내 서식하는 20여종의 매미 중에서 동남아시아 아열대 기후에서 주로 분포하는 말매미가 도시 매미의 주종으로 등장하면서 더욱 매미 소리가 시끄러워 졌다는 것이다. 이전 기사에서 언급한 것처럼 ‘맴~맴~맴’이 아니라 도시 매미 소리의 주종을 이루는 ‘매에에에에에에----’하는 소리가 바로 말매미의 소리다. 말매미는 몸집이 크고 소리도 가장 크게 울며 다른 종보다 번식력과 생존력이 강해 다른 종류의 매미에 비해 개체수가 급격히 증가했다는 것이다. 이 말매미는 원래 남방계열이어서 4,5년 전만 해도 제주도에 주로 분포했으나 도심지의 기온 상승으로 남한 전역으로 확산되어 여름이면 기승을 부린다는 것이다.

신문지상을 통해 제시된 도심 매미 증가의 원인은 당연히 전문가 즉 곤충학자나 전문연구자들의 견해를 인용한 것이므로 신빙성도 있고 타당성이 있어 보인다. 그리고 실제로 꽤 긴 시간 동안 매미를 찍고 있는 본인도 촬영을 하면서 이러한 내용들을 대부분 확인할 수 있었고 추론을 해 볼 수도 있었다.

촬영을 하면서 매미의 천적을 본 적이 없는 듯하다. 예를 들면 박새가 매미 사냥을 한다든지 하는 일은 도시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인 듯했다. 박새를 보기 힘드니 말이다. 한마디로 도시 매미는 도시 먹이 사슬에서 제외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야간 조명의 영향도 촬영 도중 확인할 수 있었다. 도시 매미는 해가 떨어져도 그리고 새벽3,4시가 되어도 울음을 그치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24시간 매미 울음소리가 끊어지지 않는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상대적으로 대낮보다는 우는 매미의 숫자가 일부 감소한 것을 느낄 수 있었지만 밤에도 여전히 시끄럽기는 마찬가지였다. 이것이 조명의 영향이라는 것은 가로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야간에 잠원동 아파트 단지를 촬영 때 보니 가로등이 있는 정원 쪽과 도로 주변 쪽이 분명히 가로등이 없는 나무들 보다 매미 소리가 요란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말매미가 증가했다는 것은 상대적 비교를 하지 않은 나로서는 확인 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땅을 뚫고 올라와 우화를 하는 매미를 거의 삼 사십 마리 정도 촬영했는데 그 중에 말매미가 아닌 경우는 두 세번 정도 밖에 되지 않았던 것만은 확실하다.

아직 체계적인 매미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아쉬움이 있지만 체계적인 연구의 필요성은 이미 제기되고 있는 듯 하다. 원래 우리 나라는 순수학문 보다는 산업이나 실생활에서 어떤 영향력을 발휘하는 문제에 대한 연구는 어느 정도 이루어져 왔다. 그런데 매미의 급증으로 유실수 등의 피해가 속출하자 말매미 방제법이니 하는 것들이 농업기술 쪽에서 나오고 있다. 예를 들면 제주도에서는 감귤나무에 말매미들이 극성을 부려 나무 줄기들이 고사하자 말매미 방제법을 농민들에게 홍보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도시에서 그런 방제법을 동원할 필요는 없을 듯 하다. 매미의 개체수를 임의로 줄이려고 노력한다면 그것은 인간들이 또 한번 어리석은 짓을 하는 것이 될 것이다. 예전에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고구마 밭에 뱀이 너무 들끓어서 농부가 땅꾼을 동원해 뱀을 모조리 잡아버리자 들쥐가 갑자기 많아져 애써 키운 고구마를 다 먹어치워 고구마 농사를 엉망으로 만들어 버렸다는 것이다. 누군가 혹은 어느 단체가 도시 매미의 소음피해를 줄여 보아야겠다고 나선다면 반드시 이 이야기가 시사하는 바를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 그리고 행동하기를 바란다.

사실 나는 이 부분을 현재 내 작품 속에 어떻게 담아 낼지 고민이다. 이야기는 재미있는데 결국 이런 사실을 전달할 적당한 방법을 찾지 못했다. 그렇다고 단순히 전문가의 인터뷰를 가져오자니 너무 구태의연한 방법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 그리고 애초에 내 작품은 전문가의 시선을 배제하자는 것이 하나의 제작포인트였으므로 이제 와서 그 선을 무너뜨릴 수도 없고... 해결 방법은 있을 것이다. 다만 나는 여전히 고민 중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드가의 다큐멘터리 이야기'www.degadocu.com'에서 제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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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료방송 채널에서 교양다큐멘터리를 주로 연출했, 1998년부터 다큐멘터리 웹진 '드가의 다큐멘터리 이야기'를 운영. 자연다큐멘터리 도시 매미에 대한 9년간의 관찰일기 '매미, 여름 내내 무슨 일이 있었을까' 2016년 공개, 동명의 논픽션 생태동화(2004,사계절출판사)도 출간. 현재 모 방송사에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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