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득점이 없어서 아쉬웠다기보다는 더 일찍 더 자주 만나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요 몇 년 사이에 나라밖에서 열린 각종 대회에 참가하면서 조금씩 그 진면목을 보여주었던 북측 축구팀의 실력은 예상했던 것보다 빠르고 강했다. 지난 2월 안방 텃세로 유명한 태국 킹스컵 대회에서 개최국 태국을 꺾고 우승한 것이 결코 우연이 아니었음을 보여줬다. '더 일찍 만나 하나로 뭉쳤더라면' 하는 생각이 앞섰던 화합의 마당이었다.

한치의 양보도 없었던 허리수 싸움

남측과 북측 모두 아시안게임을 코앞에 두고 있는 상황에서 만난 것이었기 때문에 '우리는 하나'라는 화합의 메시지가 무색할 정도로 경기장 안에서는 불꽃이 튀었다. 특히 북측 선수들은 볼이 진행되는 방향으로 두 세 명씩 압박하며 남측 허리수들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문지기 장정혁을 제외한 열 명의 선수들 모두 월드컵 당시의 김남일을 연상시키는 끈질기고 부지런한 모습을 보였다.

전반전에는 전영철을 중심으로 탄탄하게 짜여진 북측 허리수들의 활약이 돋보였다. 왼쪽 공격을 주도한 림근우, 리경인 선수는 남측의 최진철 선수를 여러 차례 위협했다. 또한 북측의 한성철 선수는 남측의 이영표 선수와 대결하며 빠른 수비 전환 능력과 투지 넘치는 몸싸움을 보여주었다.

북측은 수비수들과 허리수들의 간격을 최대한 좁혀서 수비하면서 전방으로 넘어오는 남측의 패스를 중간에서 차단한 다음 역습하는 전술을 전후반 내내 구사했다. 후반전 림근우, 리경인 선수가 교체되어 나가기 전까지는 왼쪽을 주요 공격 방향으로 삼았다.

전반 9분, 이 경기를 통해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 북측의 공격으로 만들어졌다. 남측의 공격을 중앙선 부근에서 차단한 북측의 김영수 선수는 왼쪽으로 크게 돌아 들어가고 있는 전영철 선수에게 연결해 주었고 이 공을 받은 전영철 선수는 뛰어난 순발력으로 뒷걸음치던 남측의 최진철 선수를 제치고 오른발로 감아차는 슈팅을 터뜨렸다. 지난 월드컵에서 명수문장으로 이름을 날린 이운재 선수의 날렵한 몸날림이 아니었다면 득점할 수 있었던 장면이었다.


▲ 6일 오후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에서 북한 축구대표팀이 가볍게 몸을 풀고 있다
ⓒ 연합뉴스
불만스런 박항서 감독의 데뷔전

남측으로선 K-리그와 대학축구대회 관계로 구성원들이 충분히 발맞출 시간이 없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전반전에 보여준 남측의 공격력은 통일 축구를 잠시 떠나 판단해 볼 때, 기대치에 크게 모자랐다. 노련한 리만철을 중심으로 한 북측의 수비수들에게 1:1 대결에서 밀린 것은 물론이거니와 수비수나 허리수들이 앞쪽으로 내주는 20, 30미터 짜리 연결은 번번이 짤려나가며 전반전 단 한 차례의 유효 슈팅도 기록하지 못했다.

이동국과 김은중을 나란히 세우는 단순한 투톱 전술보다는 변칙적인 움직임이 필요했다. 최태욱, 이영표 선수가 측면에서 감아올리기에만 치중할 것이 아니라 때론 이천수 선수와 함께 수비 뒷공간으로 과감하게 돌아 들어가는 변칙적인 움직임이 필요했다. 최태욱-이천수-이영표 선수가 나란히 움직일 때 그 뒤를 받쳐주는 허리수들의 움직임도 활발하지 못했다.

대표팀 유니폼이 낯선 김동진, 조성환 선수는 공격으로 연결해주는 과정에서 간혹 실수를 저질러 나머지 수비수들과 수문장 이운재 선수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그래도 김동진 선수는 후반 29분과 33분에 위협적인 왼발 중거리슈팅을 두 개나 구사하며 실수를 만회하려는 부지런한 움직임을 보였다.

측면 수비수들이 끝줄 부근에서 돌파를 쉽게 당하는 것은 중앙 수비수나 허리수들의 도움으로 헤쳐 나가야 할 것이다. 또한, 상대 허리수들이 강하게 압박해 올 때 빠른 공수 연결은 기본이다. 옆줄 방향으로 연결을 잘 해 놓고 구경만 한다면 상대 수비수나 허리수들에게 둘러싸여 고립될 것은 뻔하다. 이천수, 최태욱 선수 등의 빠른 발을 활용할 수 있는 연결이 절실하다.

월드컵 이후로 축구팬들의 눈높이가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꾸려진 지 일주일 되는 박항서 감독 아래의 대표팀은 이렇게 여러 문제점을 드러냈다. 오는 27일 몰디브와의 아시안게임 첫 경기까지 남은 기간동안 전술적인 면이나 체력적인 면에서 많이 가다듬어야 할 것이다.


꿈★을 이루자! "통~일 한국"을 외치자!

남과 북이 하나되는 짧은 만남은 이렇게 아쉽게 끝났다. 이제 우리 앞에는 더 큰 숙제가 남았다. 북측 얘기만 나오면 인공기 어쩌구저쩌구하며 치를 떠는 일부 어른들의 반북 목소리도 걱정이다. 이런 평화적인 교류 없이 어떻게 통일을 이룰 수 있겠는가? 오늘의 경기가 일과성 행사로만 그쳐서는 곤란하다. 그야말로 유서 깊은 경평 축구가 다시 정례화될 수 있도록 다각도로 노력해야 한다. 이를 계기로 축구 이외에도 문화, 예술, 학술 등의 민간 교류가 더 활성화되기를 바란다.

더 나아가 청소년 축구에 이어 두 번째 축구 단일팀을 꾸려 2006 독일 월드컵에 출전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이를 통해 남과 북이 하나되는 꿈★을 이루자. '세∼계 최강, 통∼일 한국'을 외치자!
2002-09-07 23:31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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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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