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발의 총성, 다섯 명의 사망자

[신간] 리 차일드 <원 샷>

등록 2010.02.04 15:17수정 2010.02.04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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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샷> 잭 리처 시리즈 아홉번째 작품 ⓒ 랜덤하우스

▲ <원 샷> 잭 리처 시리즈 아홉번째 작품 ⓒ 랜덤하우스

리 차일드가 말하는 군사기록에 의하면, 현대의 군대에서 보병은 전투 중에 1만 5천발의 탄약을 소비해서 한 명의 적군을 사살한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물자의 낭비도 낭비거니와, 일반 보병들의 사격실력에 의심을 품을 만도 할 것이다.

 

반면에 훈련받은 저격수는 실력이 월등히 뛰어나다. 저격수의 경우는 1.2발의 탄약을 소비해서 한 명의 적군을 사살한다.

 

일반 보병과 비교하자면 1만 2500배 차이가 나는 셈이다. 이 정도라면 뛰어난 저격수 몇 명이 전투의 흐름을 바꾸어 놓을 수도 있을 것이다.

 

사거리 30m에서 6발을 쏴서 5명에게 명중시켰다면 1.2대 1이라는 비율과 정확히 같은 것이다. 백발백중은 아니지만 한 번 쏴서 한 명을 죽이는 '원 샷 원 킬'에 근접한 셈이다.

 

물론 이러기 위해서는 저격수의 실력도 뛰어나야 하지만, 그가 사용하는 총기도 좋은 놈이어야 한다. 사거리 5m를 넘어가면 거의 쓸모가 없어지는 권총으로는 불가능하다. 권총은 방 안에서나 맞는 무기지 시가전에서 쓸만한 것은 아니다. 성능 좋은 조준경이 붙어있는 저격용 소총이 적당할 것이다.

 

그외에 다른 변수도 있다. 날씨가 맑을 수록 좋고 태양을 등지고 사격을 하는 것이 유리하다. 태양을 등지면 사격 자체에도 이롭고 조준경이 햇빛에 반사되서 자신의 위치를 노출시킬 염려도 없어진다. 그리고 바람이 없으면 금상첨화다.

 

도심에서 벌어진 대형 살인사건

 

리 차일드의 '잭 리처 시리즈' <원 샷>에서 이런 사격을 성공시키는 인물이 등장한다. 작품의 도입부에서 정체모를 저격수는 저격용 소총을 들고 인디애나의 작은 도시에 있는 주차빌딩 2층으로 올라간다.

 

그곳에서 의탁 무릎쏴 자세를 한 채로 4초 동안 여섯 발의 총탄을 발사한다. 목표물은 맞은편 건물에서 일을 마치고 나오는 사람들이다. 그 여섯 발 중에서 다섯 발이 다섯 명의 머리에 명중한다. 결과는 즉사다. 공포에 질린 군중들로 아수라장이 된 현장을 뒤로하고 저격수는 차를 몰고 사라진다.

 

전형적인 '묻지마 살인'처럼 보인다. 뭔가 사회에 원한이 있는 미치광이가 무작위로 사람들을 죽인 것 같은 사건이다. 현장에는 많은 단서가 남아있다. 그가 신었던 특이한 신발과 남겨놓은 한 장의 탄피, 그리고 빗나가서 연못에 처박힌 깨끗한 총알, 군데군데 묻어있는 저격수의 지문.

 

수사팀은 채 하루가 지나기도 전에 용의자를 검거한다. 용의자는 육군에서 저격수로 복무하다가 명예제대한 사람이다. 그의 집에서 범행에 사용된 총기와 당시에 입었던 옷, 신었던 신발 등이 모두 발견된다. 수사는 대성공을 거두었고 범인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용의자에게는 알리바이도 없다.

 

문제는 용의자가 자신의 범행을 부인한다는 점이다. 전역한 이후에 별다른 사회활동도 하지 않았고 이렇다할 친구도 없다. 자신을 변호하려는 변호인과 구치소에서 만나지만 그에게 적극적으로 협조하지도 않는다. 다만 한 가지 부탁을 변호인에게 한다.

 

"잭 리처를 데려와 주세요."

 

미국을 떠도는 고독한 방랑자 잭 리처

 

이리하여 주인공 잭 리처가 마이애미에서 버스를 타고 인디애나로 향한다. 잭 리처 역시 전직군인이었다. 헌병대에서 군수사관으로 근무하면서 수많은 어려운 사건들을 해결한 인물로 스스로를 가리켜서 군역사상 최고의 수사관이라고 부른다.

 

잭 리처의 외모는 날카로운 수사관과는 거리가 멀다. 그는 단정치 못한 거인이다. 195cm의 키에 110kg의 몸무게를 가졌다. 단단한 근육질의 외모는 사람을 죽일 때 별다른 무기가 없어도 될 것만 같은 느낌을 준다.

 

현장에 도착한 잭 리처는 완벽하게 갖추어진 증거를 보고 용의자의 범행을 확신하지만 한편으로는 이상한 느낌을 갖는다. 너무 깨끗한 증거는 조작된 증거일 가능성이 있다. 주차빌딩은 훈련받은 저격수가 사격장소로 택하기에는 적당한 곳이 아니다. 범행에 사용한 소총에는 열 발이 장전되어 있었다. 그런데 왜 여섯 발만 쏘고 그만두었을까?

 

<원 샷>은 잭 리처 시리즈의 아홉 번째 편이다. <추적자>로 데뷔한 지 8년이란 세월이 지났지만 잭 리처의 모습은 그다지 변하지 않았다. 여전히 한곳에 머물지 못하고 혼자서 미국 전역을 떠돌아 다닌다. 가는 곳마다 심각한 사건에 휘말리고, 그때마다 잭 리처는 조자룡이나 람보처럼 적진 한가운데로 쳐들어가서 문제를 해결한다.

 

겉보기에는 이성에게 인기가 많지 않을것 같은 잭 리처이지만, 그 와중에 멋진 여인과의 로맨스도 생겨난다. 그것이 생사의 고비를 함께 넘긴 사람들 사이에 생겨나는 유대감인지, 아니면 순수한 호감에 기초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잭 리처에게도 매력은 많다. 강한 육체와 냉철한 이성을 함께 가지고 있고 믿은 사람을 배신하지 않는다. 받은 만큼 반드시 되갚아준다. 간단하게 말해서 그와 함께라면 어딜 가든지, 어떤 상황에 처하든지 그다지 걱정되지 않을 것만 같다. 작품 속의 용의자가 "잭 리처를 데려와 주세요"라고 말한 것도 충분히 이해가 된다.

덧붙이는 글 | <원 샷> 리 차일드 지음 / 안재권 옮김. 랜덤하우스 펴냄.

2010.02.04 15:17 ⓒ 2010 OhmyNews
덧붙이는 글 <원 샷> 리 차일드 지음 / 안재권 옮김. 랜덤하우스 펴냄.

원 샷

리 차일드 지음, 안재권 옮김,
랜덤하우스코리아, 2010


#원 샷 #잭 리처 #리 차일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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