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과실인가, 의도된 살인인가!

[리뷰] 가이도 다케루 <바티스타 수술팀의 영광>

등록 2010.02.13 16:32수정 2010.02.13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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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티스타 수술팀의 영광> 겉표지 ⓒ 예담

'바티스타 수술'의 정식 명칭은 '좌심실 축소 성형술'이다. 이 수술의 창시자인 바티스타 박사의 이름을 따서 흔히 '바티스타 수술'이라고 부른다.

확장형 심근증 때문에 비정상적으로 커진 심장의 한쪽을 절단하는 수술이다. 비대한 심장을 가지고 태어난 사람은 조금만 뛰어도 숨이 차오르게 된다. 심장 근육이 늘어진 고무처럼 제 기능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런 환자가 바티스타 수술을 성공적으로 받으면 새 삶을 찾게 되지만 그것도 쉽지않은 일이다. 이 수술은 기본적으로 위험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성공률은 약 60%이고 수술실패는 곧 사망으로 이어진다. 수술대에 오르는 환자는 그야말로 죽느냐 사느냐의 갈림길에 서는 셈이다.

이런 수술을 30여 차례 연속으로 성공시킨 수술팀이 있다면 그들은 참으로 대단한 일을 해낸 것이다. <바티스타 수술팀의 영광>은 바로 이런 수술팀에 대한 이야기다.

심장전문의가 주축이 된 7인의 수술팀

작품의 무대는 일본의 도조대학 부속병원. 이 병원으로 1년 전에 심장수술 전문가인 기류 박사가 초빙된다. 기류 박사는 미국 플로리다의 병원에서 심장전문의로 10년 동안 근무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일본으로 귀국한 기류 박사는 바티스타 수술을 전담하기 위해서 자신만의 팀을 꾸리게 된다.


이 팀이 바로 바티스타 수술팀이다. 두 명의 조수와 한 명의 전담 간호사, 임상공학자와 마취전문의가 포함된 이 팀의 인원은 7명. 팀이 꾸려지자 기류 박사의 명성을 듣고 많은 환자가 이 병원을 찾는다.

이때부터 수술팀은 신묘한 솜씨를 발휘한다. 1년 동안 30차례의 바티스타 수술을 모두 성공시킨 것이다. 환자들은 새로운 삶을 찾았고 수술팀의 명성은 전국적이 되었다. 이런 성공의 1등 공신은 물론 기류 박사지만, 그는 절대 자만하지 않고 팀의 호흡이 잘맞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수술의 성공이 한없이 이어질 수는 없는 법. 최근들어서 3차례의 수술이 실패하고 해당환자들은 수술대 위에서 사망했다. 33번 수술에서 3번 실패니까 9할의 성공율. 이 정도만 해도 실적은 좋은 편이다.

그래도 뭔가 이상하다는 직감을 가진 병원장은 신경내과에 근무하는 다구치 박사를 불러서 이 수술팀을 조사해달라는 부탁을 한다. 다구치 박사는 병원내의 권력싸움이나 신분상승에는 관심이 없는 만년강사다. 신경내과가 전문이라서 심장수술에는 문외한이나 마찬가지다.

어쩔 수 없이 이 임무를 떠맡은 다구치는 수술팀 구성원들과 한 명씩 면담을 해나간다. 원래 전담 간호사였던 호시노가 얼마전에 오토모 간호사로 바뀌었고, 이때부터 팀의 호흡이 어긋나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도 들려온다. 수술이 실패한 환자들은 모두 성인들이라는 공통점도 있다. 세 건의 수술실패는 단순한 의료사고일까, 아니면 치밀하게 계획된 살인일까?

조금씩 밝혀지는 수술실패의 전모

의사가 수술 중에 환자를 죽이려고 마음만 먹는다면 그건 아주 쉬운 일이 될 것이다. 특히 심장수술처럼 위험한 수술에서는 더더욱. 수술 중에 사망했으니 환자의 체력이 부족했거나 수술 실수라고 주변에서는 생각한다. 의사가 일부러 죽였을 것이라고는 아무도 믿지 않는다.

사망한 이유가 명백해보이니 해부요청도 들어오지 않는다. 범죄의 입증가능성은 제로에 가까워진다. 여러 명이 들여다보고 있는 수술현장은 마치 유리 진열장처럼 투명해보인다. 그런 현장이 의사에게는 범죄를 저지르기에 아주 좋은 환경으로 바뀐다.

<바티스타 수술팀의 영광>에 나오는 환자들도 그렇게 수술팀을 믿었을 것이다. 차가운 수술대에 누워 마취를 받으며, 이들은 몇 시간후에 멀쩡하게 깨어나서 튼튼해진 심장으로 마음껏 뛰는 상상을 할 것이다. 비대해진 심장을 갖고 태어난 고통속에서 이들은 어떤 악몽을 보고 살아왔고, 수술대에서는 어떤 악몽을 상상할까. 이 작품을 읽다보면 건강한 심장을 갖고 태어난 것이 무척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덧붙이는 글 | <바티스타 수술팀의 영광> 가이도 다케루 지음 / 권일영 옮김. 예담 펴냄.


덧붙이는 글 <바티스타 수술팀의 영광> 가이도 다케루 지음 / 권일영 옮김. 예담 펴냄.

바티스타 수술 팀의 영광

가이도 다케루 지음, 권일영 옮김,
예담, 2007


#바티스타 수술팀의 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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