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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하고 있는 오만석(왼쪽)과 엄기준. 각기 다른 개성과 매력을 지닌 두 배우의 조합은 참 잘 괜찮아 보였다.
ⓒ 이진화
충무로에 <왕의 남자> 이준기가 있다면 대학로에는 오만석과 엄기준이 있다. "누군데?"라며 의아해 하시는 분들은 아직 뮤지컬의 세계를 잘 모르는 이들임이 틀림없다. 뮤지컬계에서 이들의 인기는 일반인들의 정우성과 장동건에 대한 그것을 능가할 정도로 대단하다.

바쁜 연습스케줄 때문에 밀려드는 각종 매체의 인터뷰 요청도 정중히 거절한 채 공연준비로 바쁜 뮤지컬계의 슈퍼스타 두 사람을, 운 좋게 대학로의 카페 장(張)에서 인터뷰하게 됐다.

"뮤지컬 <김종욱 찾기>는 대형뮤지컬에 투자해 오던 CJ엔터테인먼트에서 '탐색'이라는 전제하에 처음으로 만드는 작품입니다. 첫사랑을 잊지 못하는 한 여자와 첫사랑을 찾아주는 아이템을 가지고 회사를 차린 한 남자가 서로 만나게 되면서 벌어지는 해프닝과 첫사랑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과 감성들을 함축적으로 담아낸 로맨틱코미디 뮤지컬이에요"라고 오만석은 소개한다.

뮤지컬 <김종욱 찾기>는 소극장인 대학로 예술마당 1관에서 공연되며 세 사람의 배우만 등장한다. 여자주인공은 오나라가 맡았으며 남자주인공인 오만석과 엄기준은 1인 2역을 소화한다. 첫사랑을 찾아주는 역할과 7년 전으로 돌아가서 그 첫사랑의 주인공, 즉 김종욱을 연기하는 것이다. 나머지 한사람은 배우 전병욱인데 1인 25역 정도를 숨 가쁘게 연기하며 멀티맨 역할을 수행한다.

엄기준은 이런 부분이 다른 대형뮤지컬에서 볼 수 없는 <김종욱 찾기>만의 매력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대작뮤지컬에서는 느끼기 힘든 소극장 공연의 아기자기한 면을 맛보는 재미가 쏠쏠할 것이라고 귀띔한다.

배우 선호도 1, 2위에 랭크된 오만석과 엄기준

<김종욱 찾기>는 기획단계에서부터 뮤지컬 마니아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한 것으로도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송앤댄스와 웰컴투브로드웨이 등 대표적인 뮤지컬동호회원 약 1천여 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뮤지컬배우 선호도 1, 2위에 나란히 선정된 오만석과 엄기준을 주인공으로 전격 캐스팅한 것이다. 이들은 또한 얼마 전에 전문가들이 선정한 '가장 영향력 있는 뮤지컬배우' 조사에서도 상위 5위 안에 나란히 랭크되기도 했다.

그렇다면 팬들과 공연계 전문가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는 두 배우의 매력은 과연 무엇인지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다. "기준이는 장점이 무대에서나 생활할 때 꾸밈이 없고 솔직하면서 담백해요. 그런 면이 정도 많이 가고 사랑스러움을 이끌어내는 요인이라고 봐요. 그게 엄기준의 힘이라고 생각하구요."

오만석이 말하는 엄기준의 매력은 끊임없이 이어진다. "노래와 연기를 많이 준비해왔고 호소력이 있어요." 다리도 길고 여러 가지 외모적 조건도 잘 갖추고 있다며 여성팬들이 엄기준을 좋아하지 않을 수 있겠냐고 반문한다. "기준이는 창작뮤지컬에 대한 애정이 굉장히 많아요. 뮤지컬마니아 분들은 그런 부분을 높이 사주시는 것 같아요. 우리의 이야기를 담은 뮤지컬을 많이 살리자는 데 선봉장 역할을 하고 있다고 봐요"라며 대답을 마친 오만석은 쑥스러운지 자기 얘기는 그냥 넘어가자고 한다.

"만석이 형은 피부색깔에 비해서 참 연기가 굉장해요"라는 말로 웃음을 유발한 엄기준은 "만석이 형한테는 배울 게 너무 많아요. <그리스> 공연을 준비하면서 처음 봤는데 참 연기를 잘하는 사람이라고 느꼈었고, 디테일한 연기는 물론이고 제가 본받을 만한 게 정말 한두 가지가 아니죠"라고 말해 오만석을 어쩔 줄 모르게 만든다.

팬 입장에서야 두 사람의 연기대결을 지켜볼 수 있으니 좋기만 하겠지만 나름 선의의 경쟁을 펼쳐야 하는 이들은 부담이 있을 법도 하다. "전 열심히 배우고 있습니다"라며 기자의 말문을 막아버린 엄기준. "상생이라고 하잖아요. 경쟁이라기보단 서로의 연기를 보면서 장단점을 잡아내서 우리가 바라는 극중인물에 점점 더 가까이 가는 것뿐이지, 누가 누구보다 잘하네 하며 비교하는 건 아니라고 봐요."

"뮤지컬 무대는 절대 못 버릴 것"

▲ 카페 입구 계단에서 다정한 포즈로 사진을 찍었다. 한 살 차이인 두 사람은 오래된 친구이자 연인처럼 편안해 보였다.
ⓒ 이진화
그동안 각자 출연한 작품들 중 가장 잊을 수 없는 것은 뭐냐는 질문에 엄기준은 주저 없이 <헤드윅>을 꼽는다. 그처럼 많은 분량의 대사를 해보기는 처음이었고 혼자 끌어가야 한다는 점이 무척 힘들었기 때문이란다.

오만석은 "전 연극 <이>라고 생각하는데요. 그런데 사실은 그것보다 더 마음속에 담겨져 있는 작품이 이오네스코의 <왕은 죽어가다>인데요. 나이 들어서 꼭 다시 한번 해보고 싶은 작품입니다"라고 말한다.

반면 두 배우에게 아쉬움을 가장 많이 남긴 작품은 무언지 궁금해진다. 오만석은 <어쎄신>을 공연할 때 충분치 못했던 준비기간 때문에 아쉬움이 컸다고 하고, 엄기준은 역시 <헤드윅>을 꼽는다.

요즘 영화나 TV 드라마에서는 뮤지컬 배우 출신의 연기자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영화 <말아톤>을 통해 국민배우의 반열에 오른 조승우는 뮤지컬과 영화 등을 넘나들며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영화 <댄서의 순정> 출연으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박건형은 여러 편의 영화에 모습을 드러내며 작품에 몰두하고 있다.

이들 역시 연기하는 자리라면 어느 장르건 사양하지 않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혹여 지금보다 훨씬 잘나가는 배우 위치에 서게 되더라도 "뮤지컬 무대는 절대 못 버릴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한다.

엄기준은 현재 <사랑은 비를 타고>에 출연 중이고 6월부터는 <김종욱 찾기>, 그리고 11월부터는 <이>에서 공길 역을 맡아 무대에 오른 계획이어서 쉴 틈조차 없어 보인다. 뮤지컬 <이> 연습일정이 8월부터이기 때문에 변변히 여행 한번 가기도 힘들다고.

이렇게 많은 작품에 출연하다 보면 극중캐릭터에 몰입하기가 어렵지는 않을까라는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그렇지는 않아요. 우선은 캐릭터 자체가 다 달라서 헷갈리거나 그렇지는 않고요. 전에도 여러 작품들을 계속 해왔지만 그런 식으로 하면서 오히려 집중력이 더 생기는 것 같아요."

"10년 후엔 세계시장서 어깨 나란히 할 뮤지컬 나올 것"

▲ 절친해 보이는 두 사람에게서 질투심을 느낄 정도였다면 오버일까.
ⓒ 이진화
배우 오만석은 연극 <이>에서 공길 역을 했는데 올 11월에 공연될 뮤지컬 <이>에서는 연산 역을 맡게 됐다. 공길 역은 엄기준 몫이다. 여장남자 역을 연기할 엄기준에게 노하우 하나 전수해 달라고 주문했다. "이번에 영화 <왕의 남자>에서 이준기씨가 외모가 워낙 출중하셨잖아요. 그런데 사실 제가 생각하는 공길은 외모보다는 내면의 강인함이 드러나는 캐릭터이길 바랐고요. 그런 면을 고려해서 기준이가 더 도전을 많이 했으면 하고 생각합니다."

연극이나 영화에 비해 뮤지컬 <이>에선 공길이 극의 중심에 완전히 서게 된다고 한다. 연산이나 장생, 녹수보다 공길의 비중이 훨씬 강화됐기 때문에 공길이 극을 사실상 이끌고 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공길이 여장남자라는 측면보다는 인간 내면의 권력에 대한 욕구와 광대로서의 삶에 대한 정체성 혼란 등에 초점을 맞춰서 엄기준이 연기를 하면 좋겠다고 오만석은 조언해 준다. 원조 공길을 연기한 배우로서 배역에 대한 확고한 철학이 묻어나는 대목이다.

최근 몇 년 새 뮤지컬계는 급성장을 하고 있다. 한편에선 이제 뮤지컬도 옥석을 가릴 때가 됐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하는데, 여기에 대한 배우들의 생각은 어떨까.

엄기준은 "그건 정말 과도기라고 봐요. 작년에 비해 지금 올라가는 편수가 3배 가까울 정도인데요. 이런 과도기를 겪으면서 10년 후 쯤에는 세계시장에서 어깨를 나란히 할 우리의 뮤지컬도 생길 거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나름의 진단을 한다.

"특정배우와 외국공연 라이센스로만 성공하는 시대 지났다"

한편 공연제작 측면에서 보면 대기업과 충무로자본에 의한 뮤지컬 제작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예정이다. CJ엔터테인먼트가 제작한 <김종욱 찾기>가 그렇고 영화 <친구>의 제작사인 시네라인투가 뮤지컬 <폴 인 러브>의 제작을 맡은 것 또한 같은 케이스다. 여기에 대한 찬반양론이 많은데 정작 무대에서 연기를 하는 배우들의 입장은 어떨지 궁금하다.

오만석은 정색을 한 채 말을 이어간다. "대기업이 창작뮤지컬 제작을 하게 된 건 일단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하지만 기업의 속성인 이윤만 좇다보면 단기적으로는 성공할지 몰라도 장기적인 측면에선 어렵다고 봐요. 기업이 연구개발비에 투자하는 것처럼 인큐베이터 역할을 할 수 있는 공연도 같이 만들고, 장기적인 안목에서 작가와 작곡, 배우훈련과 무대디자인까지 전반적인 부분들을 오랜 시간을 두고 준비해 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최고의 인기와 명성을 누리면서도 자신의 연기에 너무 부족한 면이 많다며 겸손해 하는 두 배우. 한편 스스로 맡은 배역을 완벽히 소화해 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오만석과 엄기준을 보며 이들이 열연할 <김종욱 찾기>에 대한 기대감은 이미 배 이상으로 커져 있었다.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인사말을 부탁했다. "특정배우의 이름이나 외국공연의 라이센스만으로 성공하는 시대는 지났다고 봅니다. 좀 더 내실 있는 공연이 만들어져야 하고 그 중심에 관객들이 역할을 하셔야 된다고 생각해요. 마니아 분들은 좀 더 관대한 시선으로 바라봐 주시면 좋겠고요, 일반 분들도 다양한 문화를 체험한다는 측면에서 많이 공연을 즐기셨으면 합니다."

오만석의 대답에 엄기준이 바통을 잇는다. "그동안 쉬지 않고 달려왔는데 앞으로도 쉬고 싶은 마음은 없고요(웃음). 연기는 죽을 때까지 배워야 한다는 말을 절감하고 있습니다. 단지 후회를 줄이기 위해서 더 열심히 하려고 합니다."

덧붙이는 글 | 뮤지컬 <김종욱 찾기>는 대학로 예술마당 1관에서 6월 2일부터 7월 30일까지 공연됩니다.

맛있는 음식과 멋스런 풍경사진을 테마로 하는 제 홈피 '멀리서 바라보다 뜨겁게 사랑하기' 
(http://blog.naver.com/grajiyou)에도 올려 놓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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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사랑하고 대자연을 누리며 행복하고 기쁘게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서울에서 평생 살다 제주에서 1년 반,포항에서 3년 반 동안 자연과 더불어 지내며 대자연 속에서 깊은 치유의 경험을 했습니다. 인생 후반부에 소명으로 받은 '상담'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더 행복한 가정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꿈꾸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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