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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우진
배우 전수경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받은 느낌을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바로 '솔직함'이다. 늘 캐스팅 되기를 바라고 누군가에게 선택되어야만 하는 수동적인 존재이기에 비애감을 느낀다는 말은 처음 만난 사람에게 털어놓기는 쉽지 않은 것이다. 하물며 <아이다> 역의 암네리스 공주 역을 하고 싶었지만 사람들에게서 "너무 나이든 것 아니냐"는 말을 들을까봐 오디션을 보지 않았다고 털어놓는 그녀. "시켜줬으면 나도 잘했을 텐데…"라는 그녀에게서 인간미가 짙게 묻어난다.

뮤지컬 <맘마미아>가 다시 관객들 곁으로 찾아온다. 2년 반의 세월이 흘렀지만 <맘마미아>에 대한 뮤지컬 팬들의 관심은 여전히 폭발적이고, 그래서 출연하는 배우들의 동정 또한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2004년에 이어 다시 타냐 역으로 열연하게 된 배우 전수경을 예술의전당 근처 복요리 전문점 '태평가'에서 만났다.

<맘마미아>는 혼성 4인조밴드인 ABBA의 노래 중 22곡을 가지고 만든 뮤지컬로 지중해의 한 섬에서 이틀 동안 일어나는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중년 배우들이 많이 출연하고 20대의 소피와 40대의 도나, 그리고 그의 친구들이 주축을 이루는 페미니즘 작품이라고 한다.

이 뮤지컬에는 전수경 뿐만 아니라 박해미, 이태원, 이경미 등 쟁쟁한 여배우들이 대거 출연해 벌써부터 기대를 불러모으고 있다. 내로라 하는 배우들이 함께 연습하는 연습실 분위기는 사뭇 남다를 듯하다. "타냐와 로지, 도나를 맡은 배우들 모두 '나 잘났네'하며 나서는 사람이 아니라서, 불꽃튀는 경쟁이 벌어지기 보단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연습하고 있어요."

대학가요제 출신으로 연예계 대신 뮤지컬 선택

ⓒ 조우진
전수경은 85학번이기에 ABBA 세대가 아닌 레이프가렛 세대라고 해야 맞다. 초등학교 시절 우연히 ABBA를 다룬 영화를 본 적이 있는데, 그들의 패션스타일 등은 그가 열광할 만한 것은 아니었다고 한다. 다만 ABBA의 음악은 너무 신나고 좋았다고 추억한다. <맘마미아>에 삽입된 22곡의 뮤직넘버 중 전수경은 < Dancing Queen >을 가장 즐겨 부른다고 한다.

배우 이태원 하면 <명성황후>가 연상되고 강효성을 떠올리면 자연스레 <마리아마리아>가 생각난다. 헌데 전수경을 거쳐간 브로드웨이 롱런뮤지컬이 하도 많았던 탓일까. 딱히 대표작품이 뭐라고 꼽기가 좀 그렇다. 그렇다면 전수경 스스로 생각하는 자신의 대표작은 뭘까.

"대부분 공연횟수에 따라 그 사람의 대표작으로 기억하시는 것 같아요. 저는 아무래도 <키스 미 케이트>와 <라이프>라고 생각해요. <키스 미 케이트>로 여우주연상도 받았으니까요. 앞으로는 <맘마미아>의 전수경으로 알아주셨으면 좋겠네요."

전수경은 처음에 대학가요제를 통해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88년 대학가요제에서 '말해'라는 곡으로 동상을 받았던 것이다. 그 후 연예계에 발을 들여놓을 수도 있었을 텐데 이를 마다하고 당시 척박하기만 했던 뮤지컬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조금의 후회나 아쉬움도 남지 않는다고 한다.

물론 대중들에게 좀 더 쉽게 알려지기 위해서라면 TV라는 매체를 선택하는 게 옳았을 수도 있었겠지만, 원래 꿈이 배우였고 스스로 무대를 즐기면서 조금씩 성장해 왔기 때문이란다. 후회나 아쉬움은 없지만 요즘 들어 '배우가 소모품은 아닐까'라는 생각에 힘이 들기도 한다고 토로한다.

배우 전수경은 재테크에 성공한 사람으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30대엔 30평형 아파트, 40대엔 40평형 아파트, 그리고 50대에는 5층짜리 주택을 짓는다는 야무진 계획을 세운 바 있다. 이미 두 가지 목표는 이뤘고 이제 5층 주택이 남아있을 뿐이다. 50대까지는 아직 많이 남아있고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남다른 재테크로 관심을 끌었던 그녀도 "주위에서 누군가 솔깃한 제안을 하면 '저는 그 정도까지 돈을 많이 벌고 싶진 않아요'라며 거절하곤 해요. 제 혈액형이 AB형인데 AB형이 원래 1등은 못한다면서요. 그리고 나중에 가선 후회를 하곤 하죠"라고 아쉬운 점을 전한다.

악착같이 저축을 해 재테크에 성공한 것하며 쌍둥이를 출산한 후 1년만에 16kg 감량에 성공한 것 등을 보면 '악바리'라 불려도 괜찮을 듯한데 실제 그녀의 성격은 그렇지 않다고 한다. 억척스러울 정도는 아니지만 승부욕은 좀 있다는 그녀. "몸매 관리에 목숨을 거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늘 신경을 쓰고 배우로서 예뻐 보이겠다는 생각으로 노력하는 것뿐이에요."

▲ 시원스런 자신의 외모처럼 활짝 웃는 전수경씨의 모습. 인터뷰를 나누며 낙천적인 그녀의 성격을 자연스레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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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출가를 꿈꾸는 전수경 "럭셔리 타냐 꼭 보러 오세요"

요즘 공연 계에선 두 여배우의 신데렐라 스토리가 화제다. <미스 사이공>에서 킴 역을 맡은 김보경과 <맘마미아>에서 소피를 연기할 이정미가 그 주인공이다. 이 두 여배우는 단역을 주로 맡다가 이번에 파격적으로 주인공으로 발탁돼 주위의 부러움을 사고 있기도 하다.

이쯤에서 관록을 자랑하는 중견배우 전수경이 보는 차세대 뮤지컬여배우는 과연 누굴지 궁금해진다. "배해선씨는 워낙 여우같이 무대 위에서 자신을 예쁘게 보이는 배우라서 인기가 오래 갈 거라고 생각해요. 요즘은 가창력이 참 중요시되는 거 같은데, 그런 면에서 정선아씨도 대성할 재목이라고 봐요. 그리고 <미스 사이공>에서 엘렌 역을 맡은 김선영씨도 주목할 만한 배우죠."

<시카고> <렌트> <넌센스> <아가씨와 건달들> <캣츠> <웨스트사이드스토리> 등등 다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 작품에서 열정을 쏟아 온 뮤지컬 전문배우 전수경. 그녀에게도 아직 해보고 싶은 작품이나 배역이 남아 있을까.

"<미스 사이공>의 엘렌 역은 꼭 해보고 싶지만 나이 때문에 힘들 거 같고요, <아이다>의 아이다 역할도 마찬가지예요." 하지만 <블러드 브라더스>의 엄마 역할과 <시카고>의 델마 역은 앞으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배역이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그녀에게서 여전히 소녀 같은 감성을 느낄 수 있었다.

전수경은 예전부터 뮤지컬 연출에 대해 남다른 포부를 가지고 있는 배우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을 그녀에게 장차 연출을 하게 됐을 때 가장 어려울 거라고 예상되는 점이 뭐냐고 물었다.

"아무래도 무대 메카니즘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스태프 쪽 일을 안 해봤기에 당연히 취약할 수밖에 없고요. 대신 배우로서의 제 풍부한 경험이 도움이 될 거라고 확신합니다. 요즘도 <맘마이아>의 연출을 맡은 폴 게링턴의 생각이나 연출기법 등을 유심히 관찰하고 있어요."

▲ 멋스런 모자와 아름다운 원피스 차림으로 포즈를 취한 전수경씨. <맘마미아>를 연습하면서부터 극중 럭셔리한 타냐처럼 평소에도 입고 다닌다고 귀띔해 준다.
ⓒ 조우진
언제쯤이면 그녀가 연출한 작품을 무대에서 만나볼 수 있을까. 내년에는 대학원에 진학해 미뤄뒀던 공부를 열심히 할 생각이고 몇 년 후면 초등학교에 입학할 쌍둥이 지온이와 시온이 뒷바라지도 해야 하기에, 조금 한가해지면 구체적으로 도전해 볼 것이라는 배우 전수경의 연출작은 꽤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야 감상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유독 수상경력이 화려한 배우 전수경. 그녀의 다음 수상계획은 연출상일까 아니면 또 다른 상일까. "아카데미상이죠." 좀 허황될지언정 꿈을 버리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힘주어 말하는 그녀에게서 지칠 줄 모르는 에너지가 느껴진다.

"사실 연출보다는 연기에 더 욕심이 많거든요. 제 나이에 맞는 역할을 찾아 영화 쪽에서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싶어요." 정 안 되면 독립영화라도 찍어야겠다며 유쾌하게 웃는 전수경에게 마지막 인삿말을 부탁했다.

"2004년 공연 때보다 훨씬 업그레이드 된 <맘마미아>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제가 연기할 타냐도 지적인 면이 많이 부각될 거구요. <아이다>를 보며 화려한 무대에 감동 받으셨다면 <맘마미아>를 통해 엄청난 음향에 깜짝 놀라실 거예요. 럭셔리 타냐 꼭 보러 오세요."

덧붙이는 글 | 뮤지컬 <맘마미아>는 6월 15일부터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됩니다.

맛있는 음식과 멋스런 풍경사진을 테마로 하는 제 홈피 '멀리서 바라보다 뜨겁게 사랑하기' 
(http://blog.naver.com/grajiyou)에도 올려 놓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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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사랑하고 대자연을 누리며 행복하고 기쁘게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서울에서 평생 살다 제주에서 1년 반,포항에서 3년 반 동안 자연과 더불어 지내며 대자연 속에서 깊은 치유의 경험을 했습니다. 인생 후반부에 소명으로 받은 '상담'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더 행복한 가정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꿈꾸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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