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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립서비스

누구에게나 가슴 설레이는 기억 ‘첫사랑’. 마음 한 켠에 소중히 간직하고 있는 그 첫사랑을 찾아주는 회사가 있다면, 그 회사는 대박을 터트릴까 아니면 쪽박을 찰까. 아마도 그 성공확률은 반반이 아닐까 싶다. 대부분의 남성들이 첫사랑의 상대를 잊지 못하고 늘 그리워하는 반면, 상대적으로 현실적인 편인 여성들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보통이니 말이다.

대기업자본의 뮤지컬계 본격진출의 신호탄으로 화제를 모으고 오만석과 엄기준이라는 걸출한 두 톱스타의 더블캐스팅으로 엄청난 예매율을 보이고 있는 뮤지컬 <김종욱 찾기>. 무대에 등장하는 배우는 달랑 3명에 무대장치 또한 변변한 게 없다. 고작 테이블과 의자 몇 개가 전부이다. 상황전환에 따른 설정은 조명기술로 대부분 대체할 뿐이다.

그럼에도 탄탄한 대본과 연출력, 그리고 출연배우들의 맛깔스런 연기 덕분인지 뮤지컬 <김종욱 찾기>는 볼 만하다. 아니, 그 재미로만 따지면 롱런하고 있는 창작뮤지컬의 계보를 충분히 이을 만큼 괜찮은 공연임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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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잘 나가는 유명드라마의 스타작가들의 대본에서나 볼 법한 아름다운 대사가 눈길을 끈다. “턱선의 외로운 각도/ 깊고도 낭만적인 목소리/ 콧날의 날카로운 지성이 떨어지는”. 어디 그뿐인가. “우리가 가져야 할 가장 절실한 단순함은 한번에 하나씩 아파야 하는 것”, “사랑은 자라는 게 아니에요. 한순간 소름처럼 돋는 것” 명대사가 계속 무대 위에 울려 퍼진다.

요즘 대학로에서 흥행에 성공한 작품들이 그리 많지 않다고 하던데, 그럼에도 <김종욱 찾기>는 성공가도를 질주할 것으로 예상된다. 엄기준과 오만석이라는 스타배우가 그 중심을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여성관객들은 엄기준과 오만석이 오나라를 들어올리기만 해도 자지러질 듯 소리를 질러대고, 그들이 오나라와 키스하는 장면에서는 숨소리도 들리지 않을 정도로 적막감이 공연장을 감싼다.

두 배우를 모두 좋아하는 여성팬 입장에서는 누구의 공연을 봐야 할 지 무척 고민스러울 만도 하다. 상대적으로 더 꽃미남이라 할 엄기준과 작년 한국뮤지컬대상에서 남우주여상을 수상한 연기파배우 오만석 중에서 딱히 한 사람의 공연을 고르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 오만석과 오나라의 연기장면. 오나라는 귀여우면서도 푼수끼 있는 극중 오나라 역을 잘 소화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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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부터 말하자면 적어도 이 공연에서만큼은 엄기준의 연기력이 조금 더 빛을 발하는 듯하다. 두 사람 모두 극중 김종욱 역과 오나라의 첫사랑을 찾아주는 역할, 1인 2역을 소화해 낸다. 김종욱 역은 멋스럽고 근사한 역할인 데 반해 극중 엄기준(오만석) 역할은 약간 어리버리하면서도 순수한 청년의 이미지가 강하다.

엄기준이 이 상반된 역할, 특히 순수청년의 깜찍하고 귀여운 캐릭터를 좀 더 맛깔스럽게 살려냈지 않았나 싶다. 하지만 가창력을 따져 본다면 엄기준은 2% 정도 부족한 게 사실이다. 그가 더 큰 뮤지컬계의 재목으로 성장하기 위해선 무척 신경써야 할 부분임이 분명하다.

오만석과 엄기준, 이 두 배우의 사랑을 한 몸에 받으며 매 공연 때마다 두 번씩이나 멋진 키스를 나누는 행복한 여주인공 오나라. 그녀의 목소리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은 약간 귀에 거슬릴 수도 있겠다. 허스키하다고 말하기엔 무척 탁한 음성 때문인데 공연이 진행될 수록 그 오묘한 매력에 빠져들게 된다.

▲ 여행 중 발목을 삔 오나라를 정성스레 보살펴 주는 김종욱(엄기준)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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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긴 호흡으로 독특한 바이브레이션을 보여줄 때는 뮤지컬배우로서의 그녀의 가능성을 점쳐보게 되기도 한다. 오나라의 솔로곡이 끝난 후 객석의 관객들은 잠시 박수치는 것도 잊은 채 고요 속에 빠져있기도 한다.

뮤지컬 <김종욱 찾기>를 보러 온 팬들에게는 두 가지 즐거움이 기다리고 있다. 엄기준과 오만석이라는 스타배우의 연기를 소극장 무대에서 가까이 지켜볼 수 있다는 것이 하나라면, 의외로 더 큰 즐거움은 배우 전병욱에게서 나온다. 극중에서 멀티맨으로 등장하는 그 때문에 관객들은 100분 동안 지루할 틈을 느낄 새가 없다.

오나라의 아버지, 택배맨, 커피숍에 나타난 김종욱들, 다방레지, 바텐더, 노인, 스튜어디스, 가이드 등 이루 다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배역을 소화하는 전병욱. 그는 2004년 <김종욱 찾기> 초연 때는 주인공 김종욱 역을 맡기도 했었던 배우다.

너무 많은 역할을 연기하지만 그 하나하나의 역할 모두를 정말 감칠맛 나게 수행해 낸다. 그 배역에 맞는 포인트를 살린 의상과 대사에 그의 천연덕스럽고 능청맞은 연기가 빚어낸 결과이다. 관객들은 공연 내내 그가 등장만 하면 자동적으로 웃음보를 터트리게 되고, “대체 저 사람 누구야?”라고 옆사람과 수군대며 배우 전병욱에 주목하게 된다. '전.병.욱' 이 세 글자만 봐도 그 공연을 선택할 마니아층이 이번 공연을 통해 꽤 많이 형성될 게 분명해 보인다.

▲ 멀티맨 전병욱의 화려한 변신을 주목하시라. 그의 등장만으로도 객석은 웃음바다가 되고 그의 능청스런 연기에 극의 재미는 배가된다.
ⓒ 클립서비스

특히 셋방주인과 선보러 나온 신사 역을 동시에 연기하는 대목에서는 전병욱의 의상과 헤어스타일이 양분된 채 의뭉스럽게 두 역할을 소화해 내, 절정의 폭소도가니로 관객들을 눈물짓게 한다.

로맨틱코메디 뮤지컬을 표방한 <김종욱 찾기>. 첫사랑을 주제로 다룬 극이기에 마음 짠하고 감동적일 것 같지만 로맨틱하기보다는 코메디 쪽이 훨씬 강한 작품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전병욱이 서 있다.

코믹스런 부분을 살리기 위해서 극의 전개상 다소 과장된 상황도 보이지만, 그럼에도 연기파배우 네 사람이 든든하게 버티고 있기에 뮤지컬 <김종욱 찾기>의 흥행가도가 얼마나 지속될 지 유심히 지켜볼 일이다.

덧붙이는 글 | 창작뮤지컬 <김종욱 찾기>는 7월 30일까지 대학로 예술마당 1관에서 공연됩니다. 공연문의는 02)501-7888.

맛있는 음식과 멋스런 풍경사진을 테마로 하는 제 홈피 '멀리서 바라보다 뜨겁게 사랑하기' 
(http://blog.naver.com/grajiyou)에도 올려 놓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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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사랑하고 대자연을 누리며 행복하고 기쁘게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서울에서 평생 살다 제주에서 1년 반,포항에서 3년 반 동안 자연과 더불어 지내며 대자연 속에서 깊은 치유의 경험을 했습니다. 인생 후반부에 소명으로 받은 '상담'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더 행복한 가정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꿈꾸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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