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상영작 <소파가 있는 꿈> 스틸컷
부산국제영화제
01.
<소파가 있는 꿈>
한국 / 2024
감독 : 남연우
출연 : 이한중, 정연웅, 성시원
태산과 동주는 누군가 길 위에 버려둔 소파를 들고 집으로 향한다. 동주의 호출에 태산이 돕기 위해 나온 것이다.
사실 태산은 동주의 행동이 못마땅하다. 두 사람이 살고 있는 좁은 집에는 소파처럼 큰 가구를 둘 곳이 마땅하지 않아서다. 공간이 부족한 것도 문제이지만, 차도 없이 두 사람의 맨손으로 집까지 옮기는 일도 고난이다. 날씨는 춥고 가야 할 길은 멀기만 하다. 동주는 어떻게 이 먼 곳에 있는 버려진 소파를 발견하게 된 걸까.
남연우 감독의 영화 <소파가 있는 꿈>에는 버려진 소파를 집으로 옮기는 과정과 배경에 대한 이야기가 그려지고 있다. 동거 중인 두 사람에게 소파는 언젠가 큰 집으로 이사를 하게 되면 갖고 싶은 대표적인 가구에 해당한다. 그 외에도 갖고 싶은 것이야 하나둘이 아니겠지만 지금 살고 있는 집에는 최소한으로 필요한 물건을 들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차고 넘친다. 이건 현실적인 지점의 문제다.
영화의 조금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가 보면, 이 작품에서 소파는 풍족한 삶을 살기 어려운, 아직 자신의 터를 제대로 잡지 못한 청춘의 표상과도 같다. 소파를 두지 못하는 이유는 집이 충분히 넓지 못해서이고, 버려진 소파를 굳이 주우려는 것은 새 제품을 살 수 없어서다. 그 먼 길을 맨손으로 옮겨야만 하는 이유 역시 무관하지 않다.
소파와 관련된 모든 장면에는 현재의 어려움이 그려지고 있다. 평소 알고 지내던 형 진구의 결혼 소식에 놀라워하는 이유 역시 그렇다. 우리 모두에게는 그럴만한 여유가 아직 없어서다. 금전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심지어 관계의 측면에 있어서도.
한 가지 흥미로운 설정은 그런 두 사람이 이사를 앞두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제 5일 앞으로 다가온 이사. 그동안 쓰던 물건을 정리하고 버려도 모자랄 시간에 길에 버려진 소파를 집으로 가져온다는 설정에 상충하는 부분이 있다.
동주라는 인물은 여전히 집 안에 새로운 무언가를 설치하고 주워다 놓으려는 모습을 보인다. 그의 행동이 이상해 보이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만, 어쩐지 지금 당장 이룰 수 없는 꿈을 잠깐이나마 얻고자 하는 것처럼도 느껴진다. 이사를 가게 될 집에서도 역시 소파와 같은 크고 비싼 가구를 놓기는 어려울 것이니, 남은 5일의 시간 동안만이라도 버려진 소파를 통해 잠시 그 꿈에 닿고자 하는 마음이다.
누구에게나 꿈은 존재한다. 모두가 그 꿈을 이룰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어쩐지 놓지 않으려는 듯한 동주의 몸짓으로부터 눈길을 뗄 수 없는 것은 그래서인 것만 같다. 이렇게라도 가까워지고 싶은 마음. 적어도 그 마음을 모르지는 않는다. 영화 <소파가 있는 꿈>은 결코 밝고 명랑한 작품이 아니다. 하지만 두 사람의 꿈이 언젠가는 뜨겁게 빛날 수 있기를 바라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