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상영작 <와일드 다이아몬드> 스틸컷
부산국제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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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리안이라는 인물의 행동을 뒤따르면서도 배경에 대한 최소한의 설정을 관객들에게 제공하는 일에 소홀하지 않는다. 가정 문제와 관련된 부분이다. 일도 제대로 하지 않고 집으로 남자만 들이는, 아직 어린 동생을 돌보는 일조차 리안에게 맡기는 엄마. 어떤 방법으로든 이 공간을 떠나고야 말겠다는 강한 의지는 어린 시절 자신의 양육권을 포기하며 쉼터에까지 보냈던 존재로 인해 완성된 것이나 다름없다. 유일하게 조금이나마 자신의 곁을 내어주고자 노력하는 동생의 존재만이 그의 안식처이지만, 그 또한 아직 자신의 삶이 진창에서 허덕이고 있는 동안에는 무거운 추처럼 여겨진다.
다시 말하면, 이 영화는 온라인 사용자들의 무분별한 폭력과 견디기 소속된 공간으로부터의 학대, 스스로에 대한 소비적 행위로 인한 거대한 에너지를 동력 삼아 이야기를 이어 나가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렇게 본다면, 그 안에서 (방식과는 무관하게) 어떻게든 나아가기 위해 꼿꼿한 태도로 자신을 태워가는 리안의 모습은 일면 현실에서 토해내지 못한 울분을 터뜨리기 위한, 그 에너지로 내일의 기적을 꿈꾸고자 하는 절박함처럼도 느껴진다. 몇 차례 영화 속에서 등장하는 팔로워들의 댓글이 화면을 뒤덮는 것은 어쩌면 그를 가리기 위함인지도 모른다.
04.
눈여겨볼 점 하나는 이 작품의 프레임이 내내 4:3 비율로 유지되다가 영화의 마지막 지점, 캐스팅 확정 연락을 받고 난 후에 동생과 만나 포옹하는 장면에서 가로로 넓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젊은 관객들에게는 자비에 돌란 감독의 영화 <마미>(2014)에서의 활용과 유사하다고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용법도 거의 같다. 어딘가에 갇힌 듯한 답답하고 불안한 감정을 대중적인 구도보다 가로가 짧은 프레임을 활용해 표현하고자 하는 것이 4:3 비율의 프레임 속에 담겨있는 의도다. 동생을 만나는 장면에서 가로로 프레임이 확장되는 부분은 역으로 그런 억압된 심리가 조금 해소되었음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러한 물리적 활용은 리안이 어떤 순간에도 마지막 경계는 결코 넘어서지 않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가능하다. 온라인을 통해 유명세를 얻고자 하는 과정에서도, 후반부에 놓이는 낯선 남성 3명과의 거래에서도 마찬가지다. 행동 하나하나에 대한 가치 판단을 하자면 이 인물에 대한 평가는 복잡하고 어려워질 수밖에 없지만, 결과적으로 스스로를 포기하는 지점까지는 나아가지 않았다는 점이 하루하루 내일을 기대할 수 있는 기회를 가져다준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