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전집 시리즈로 국내에 꽤나 명성이 높은 어느 출판사는 전집 발간의 변으로써 다음과 같은 글을 적어 놓았다.
'세대마다 문학의 고전은 새로 번역되어야 한다. (...) 엊그제의 괴테 번역이나 도스토예프스키 번역은 오늘의 감수성을 전율시키지도 감동시키지도 못한다. 오늘에는 오늘의 젊은 독자들에게 호소하는 오늘의 번역이 필요하다.'
새 출간물에도 한참 지난 옛 번역을 가져오기 일쑤인 출판사의 행적이 그 포부를 무색케 하지만, 이 문장 하나 만큼은 때때로 다시 곱씹을 만한 명문이다. 고전은 새로 번역돼야 한다. 먼지 쌓인 옛 이야기가 오늘의 감수성과 괴리될 밖에 없는 탓이다. 오늘의 독자에게 오늘의 번역을 전해야 한다는 이 글은 문학, 나아가 콘텐츠 산업의 본령을 생각하도록 한다.
한편으로 어째서 번역인지 생각해볼 밖에 없다. 오늘의 독자에게 어제의 작품이 감수성을 전율시키지도 감동을 전하지도 못하게 되었다면, 번역이 아닌 창작이 그 대안이 되어야 하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