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영화 <그 여름날의 거짓말>을 보며 자주 한숨이 나왔다. 몇몇 세트 장면은 어설퍼 보이기도 했다. 간혹 엇박자의 리듬으로 관객을 웃기게 만드는 장면이 있지만, 헛웃음에 가까웠다. 과외 선생님이 다영(박서윤)과 병훈(최민재)에게 "너네는 어떻게 다시 만났냐?"는 묻자 이들이 "사랑의 힘"이라고 말하는 식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분명 가치 있는 작품이다. 이 영화의 가치를 논한다면 불온한 여름날을 겪게 된 두 청소년의 거짓말 같은 이야기가 제법 흥미롭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다영의 여름방학

 다영과 병훈의 여름날

다영과 병훈의 여름날 ⓒ 왓어원더필름


영화는 여름방학이 끝나고 가을 학기가 시작되는 첫날에서 시작한다. 열일곱 다영은 방학 숙제를 꺼내지만 시작도 하지 못했다. 어머니와 다영은 평범하게 대화하는 듯 보이지만 마치 무슨 일이 있었던 것처럼 모녀 사이에는 어색함이 흐른다. 다영은 등굣길 버스 안에서 무언가 생각났다는 듯이 방학 숙제를 적어 내려간다. 이후 관객은 그것이 다영에게 여름방학의 잊지 못할 어떤 추억이라는 걸 알게 된다.

담임 선생님 말처럼 숙제를 하지 않아도 되는데, 다영은 왜 여름방학의 일들을 고백하며 숙제를 내려고 한 걸까. 다영의 숙제를 본 담임 선생님은 다영이 학생으로서 하지 말아야 할 일들을 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는 그녀에게 반성문을 쓰게 한다. 다영이 제출한 숙제에는 같은 반 남자친구를 사귄 이야기, 저수지에 간 이야기, 펜션에서 파티한 이야기 등이 담긴다. 이후 다영의 써 내려간 고백이 거짓말일 수도 있다는 것도 밝혀진다.

과연 담임 선생님은 다영이 겪은 여름방학에 벌어진 일의 진실을 알게 될까. 다영은 자신에게 있었던 일을 모두 쓴 것일까. 병훈과 다영이의 모범생 이미지는 사랑 때문에 망가진다. 영화 속에서 이들은 비행 청소년으로 그려지지 않고, 오히려 평범한 고등학생의 모습이다. 하지만 어른의 눈으로 보면, 이른바 할 것 다 하는 아이들이다. 영화는 그렇게 청소년 문제를 건드린다. 임신과 낙태, 원조 교제 등이 다영의 여름 방학 숙제에 모두 담긴다. 순수하게 사랑한 소년과 소녀는 울다가 소리 지르고, 서로에게 화를 내는 등 행패를 부리기도 한다.

청소년들에게는 세계가 열려있다는 점에서 또 영화가 바로 이 지점을 다룬다는 점에서 영화는 확장되고 동시에 발전된다. 담임 선생님은 다영이 만나는 상대를 알지만, 그녀에게서 벌어진 끔찍한 일을 눈치챘을지는 모르겠다. 다영과 병훈에게 큰 파도가 넘실거리다가 슬픔이 찾아올 무렵 여름날은 종말에 이른다. 이들의 거짓말은 파도에 묻혀 넘실거릴 뿐이다.

 다영과 과외 선생님

다영과 과외 선생님 ⓒ 왓어원더필름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개인블로그에도 실립니다.
그여름날의거짓말 손현록감독 박서윤 최민재 유의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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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전주국제영화제 관객평론가 2008 시네마디지털서울 관객심사단 2009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 관객심사단 2010 부산국제영화제 시민평론가 2022~ 유네스코 세계시민교육 중앙연구회 에듀무비공작소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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