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루한 귀성길을 달래줄 무언가 필요하신가요? 명절이지만 특별한 일정이 없으신가요? 모처럼 찾아온 연휴를 색다르게 해줄 유튜브 콘텐츠를 소개합니다.[편집자말]
달력 보셨어요? 숨 몇 번 크게 쉬면 추석이 제 앞에 똬리 틀고 앉겠더라고요. 주말 포함 장장 5일입니다.

그럼 제일 먼저 뭘 해야 할까요. 저는 유튜브 채널을 수집합니다. 이때 중요한 조건이 있어요. '오디오 중심'입니다. 눈을 아끼는 중이거든요. 자막과 영상미보다 영상에 담긴 '음성 정보'가 얼마나 알찬지 따집니다.

배달앱 켜고 싶은 마음 가라앉혀주는 유튜브, <김알파카 썩은 인생>

 '김알파카 썩은 인생' 유튜브 화면 갈무리

'김알파카 썩은 인생' 유튜브 화면 갈무리 ⓒ 유튜버 김알파카


저 같은 분을 위한 채널을 추천할게요. 유튜브 <김알파카 썩은 인생>입니다. 좋은 명절에 왜 하필 썩은 인생이냐고요?

찬찬히 들여다 보면 몹시 싱싱합니다. '절약해라', '상식적으로 살자'라는 이야기를 주로 하는 채널이거든요.

저는 설거지, 청소, 빨래 개기 등 영혼 없는 단순 노동을 할 때 알파카님 유튜브를 듣습니다.

그중에서 절약은 늘 같은 기조입니다. 허례허식에 돈 쓰지 말고 모아라, 모으면 실거주 집 하나는 마련해라, 더 가능하면 상급지로 갈아타는 것도 좋다, 이런 흐름이요.

투기 조장도 없고 수준 이상으로 영끌하라는 말도 없어요. 형편껏 자산 불리자는 취지입니다. 나쁠 거 없죠.

표현이 과격하긴 하지만, 알파카님의 절약하라는 잔소리를 듣고 있으면 배달 음식 먹을까 싶다가도 '내가 몇 분 움직이면 몇 만 원을 아끼니 얼른 하자' 같은 마음이 들어요.

그렇게 제가 아낀 돈이 몇 십만 원이 넘습니다. 참으로 유익하지 않나요?

유익은 또 있습니다. 댓글 읽기입니다. 알파카님 표현 수위가 강하다 보니 어느 단어 하나에 꽂혀서 악플 다는 사람들이 있거든요. 그것도 꼭 남들 다 자는 새벽 3-4시에 많이 한다네요. 알파카님은 그들을 '새벽반 아픈 친구들' 이라고 합니다.

새벽반 친구들(?)의 댓글을 듣고 있으면 '나는 혹시 다른 사람 말의 전체 맥락을 파악하지 못하고 저렇게 발작한 적 없나?'라는 자아 성찰을 해요.

더불어 나랑 상관없는 사람이 하는 말 한 마디에 좌우되지 않는 단단한 삶이 어떤 건지 실시간으로 배우지요. 악플을 오히려 콘텐츠로 승화시켜서 조회수를 끌어내고 '찐팬'을 만들 거든요.

이 재치 넘치는 단단함이 배우고 싶어집니다.

요리 못하는 유튜버에 빠진 사람들, <반백수 김절약씨>

김절약님 유튜브 섬네일 고정비 제외 한달 동안 23만 9천 원 쓰고 살았다면 극강의 절약 아닐까요.

▲ 김절약님 유튜브 섬네일 고정비 제외 한달 동안 23만 9천 원 쓰고 살았다면 극강의 절약 아닐까요. ⓒ 유튜버 김절약


이번에는 <반백수 김절약씨> 유튜브를 소개하겠습니다. 김절약님은 혼자 사는 30대 여자입니다. 비속어나 욕설 전혀 없는 청정지역입니다.

처음에는 목소리가 특이해서 듣기 시작했는데 이젠 절약님 자체를 좋아하게 됐어요.

절약님은 절약을 위해 집밥을 많이 하는데요. 이게 또 킬링 포인트입니다. 진짜 요리를 못하면서 진짜 많이 먹거든요. 그런데 이게 채널 성장의 원동력이 됩니다.

절약님은 할인 쿠폰을 기막히게 찾아서 조금이라도 아끼고, 한번 집에 들인 건 아주 오래오래 쓰고, 버리는 음식도 절대 없습니다.

그러다보니 정말 조금만 쓰더라고요. 신나게 사고 신나게 버리는, 절약님보다 열 살 넘게 많은 저는 저절로 숙연해집니다.

책 <프로세스 이코노미>에서는 '완성되기까지의 과정 자체가 제품이다' 라는 말이 나옵니다. 저는 이 말을 절약님을 보며 비로소 이해했어요.

아까 '망한 요리를 많이 먹는 모습'이 채널 성장 원동력이라고 했잖아요.

망한 요리가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될 리 없는데 절약님 채널은 찐팬이 많습니다. 구독자 수에 비해 조회수도, 댓글도 많더군요.

'저렇게까지 요리 상식이 없을 수 있나?' 싶었던 단계를 지나 조금씩 나아지는 김절약님을 보면 늦둥이 동생의 시행착오 같아서 저도 모르게 응원하게 됩니다. 댓글 보면 실제로 저 같은 사람이 많더군요.

의도했든 아니든, 조금씩 나아지는 과정 자체가 김절약님 채널 성장 요인의 한 포인트가 됐습니다. 이게 <프로세스 이코노미>에서 소개한 '완성되기까지의 과정 자체가 제품'이라는 말의 실제 사례 아닐까요.

요양병원 나이트 간호사였던 김절약님은 그 덕분에 전업 유튜버로 전향했습니다.

느긋함 속에서 얻는 깨달음

김절약님도, 김알파카님도 본인 약점을 유쾌하게 콘텐츠로 가공합니다. 그 유쾌함에 스며들다보면 잘하고 못하고는 콘텐츠를 만드는 데 중요하지 않았어요.

못하는 것도, 내 약점도 방향만 잘 잡으면 '프로세스 이코노미'가 되는 세상이니까요. 혼자 쿡쿡 웃으며 빨래를 개다가 이런식의 깨달음이 훅 들어오기도 합니다.

긴 연휴에 느긋하게 시간 보내려고 유튜브 추천 받는데 이렇게까지 심각하게 파고 들 일이냐고 하실 수도 있겠어요.

네, 처음부터 콘텐츠 고민하라는 뜻은 아니고요. 일단은 즐기세요. 알파카님도, 절약님도 편안하게 즐기기 딱 좋은 채널이거든요.

즐기면서 저처럼 절약 욕구가 피어오르셨다면 실행해 보셔서 통통한 통장도 유지해 보시고요. 아무쪼록 평온한 명절이 되시길 바랍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개인 SNS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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