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리그 1위 KIA가 한국시리즈 직행을 위한 마지막 승부수를 던졌다.

KIA 타이거즈 구단은 28일 보도자료를 통해 턱 부상으로 수술을 받은 외국인 투수 제임스 네일의 일시 대체 외국인 투수로 에릭 스타우트와 연봉 4만5000달러에 계약을 했다고 발표했다. 미국 출신의 좌완 스타우트는 2년 동안 빅리그 세 팀에서 활약하며 23경기에서 승패 없이 1세이브 평균자책점 7.30을 기록했고 마이너리그에서는 통산 158경기에서 16승12패14세이브12홀드4.63의 성적을 남겼다.

현재 KBO리그는 외국인 선수 교체 마감 시한(8월15일)이 지났기 때문에 스타우트는 KIA 유니폼을 입고 포스트시즌에 등판할 수 없다. 그럼에도 KIA는 잔여 시즌 네일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스타우트 영입을 선택했다. 앞으로 잔여 시즌 동안 4~5경기 정도 등판이 예상되는 스타우트는 KIA의 정규리그 우승이라는 '임무'를 완수하고 한국시리즈에서 네일에게 무사히 바통을 넘길 수 있을까.

1989년에 출범한 대만 프로야구는 2024년 현재 6개 구단으로 운영되고 있다. 미국, 일본, 한국과 함께 1년에 100경기 이상을 치르는 리그지만 아무래도 수준은 미국이나 일본은 물론이고 KBO리그보다도 다소 떨어진다고 평가받고 있다. 대만에서 활약하는 외국인 선수의 수준 역시 한국보다 한 단계 떨어지지만 가끔은 대만 리그 출신 외국인 선수가 KBO리그에서 좋은 활약을 선보일 때도 있다.

대표적인 선수가 2021년 두산 베어스의 유니폼을 입고 활약하면서 KBO리그 역대 한 시즌 최다 탈삼진 기록(225개)을 세웠던 아리엘 미란다였다. 쿠바 출신의 강속구 좌완 미란다는 위력적인 구위를 앞세워 2021년 14승5패225탈삼진2.33의 성적으로 평균자책점, 탈삼진 1위, 정규리그 MVP, 투수부문 골든글러브, 최동원상을 휩쓸었다. 하지만 미란다는 2022년 3경기 만에 부상으로 조기 퇴출됐다.

미란다의 활약에 가려지긴 했지만 2021년 한화 이글스에서 활약했던 라이언 카펜터 역시 성공한 대만 프로야구 출신 외국인 선수다. 카펜터는 당시 정규리그 최하위에 머물렀던 한화에서 5승12패에 머물렀지만 31경기에서 170이닝을 책임지면서 닉 킹험, 김민우와 함께 한화의 선발진을 이끌었다. 하지만 카펜터 역시 재계약에 성공한 2022년 팔꿈치 부상으로 단 4경기 만에 한국 무대를 떠났다.

KIA 역시 대만 프로야구 출신의 외국인 선수를 활용했던 적이 있다. 바로 지난해 아도니스 메디나의 대체 선수로 KIA와 계약했던 마리오 산체스였다. 산체스는 지난해 퉁이 라이온즈에서 활약하며 10경기에서 8승1.44로 대만리그를 지배하고 있었기에 KIA에서도 많은 기대를 걸었다. 실제로 산체스는 KBO리그 데뷔전에서 6.1이닝5피안타10탈삼진1실점으로 위력적인 구위를 선보이며 대 활약을 예고하는 듯 했다.

하지만 이중키킹과 특유의 견제동작으로 논란이 된 산체스는 시즌을 거듭할수록 체력 문제까지 드러나면서 점점 성적이 하락했다. 결국 산체스는 12경기에서 4승4패5.94라는 실망스런 성적으로 시즌을 마감했고 KIA는 교체 외국인 투수의 아쉬운 활약 속에 두산 베어스에게 1경기 뒤진 6위로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했다. KIA의 첫 번째 대만 프로야구 출신 외국인 투수 영입은 실패로 돌아간 셈이다.

KBO리그 구단들 앞에서 '실전 쇼케이스'

스타우트는 2014년 캔자스시티 로얄스에 입단해 2018년과 2022년 세 팀에서 빅리그 무대를 밟았지만 1세이브1홀드7.30의 성적이 말해주듯 인상적인 활약을 보여주진 못했다. 작년 시애틀 매리너스의 트리플A에서 활약하던 스타우트는 대만 프로야구의 중신 브라더스와 계약하며 동양야구에 도전했다. 그리고 올해 중신에서 20경기(19선발)에 등판해 10승5패2.77이라는 좋은 성적을 기록하고 있었다.

스타우트가 대만의 정상급 선발 투수인 점은 분명하지만 KIA 입장에서는 스타우트 영입을 망설일 수 밖에 없었다. 외국인 선수 교체 마감 시한이 지난 시점에서 스타우트가 KIA 유니폼을 입고 아무리 좋은 투구를 선보인다 해도 포스트시즌에는 등판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만약 설상가상으로 네일의 회복까지 늦어진다면 자칫 KIA는 외국인 투수 한 명 없이 가을 야구를 치러야 하는 최악의 상황이 올 수도 있다.

하지만 KIA는 현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스타우트와 계약하기 전 병원에 입원한 네일과 상의를 한 심재학 단장은 네일로부터 긍정적인 대답을 들은 후 스타우트와의 계약을 진행했다. 스타우트는 대만에서 꾸준히 선발로 활약했고 한국과 대만의 시차도 1시간에 불과하기 때문에 빠른 시일 내에 선발 등판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스타우트는 이미 지난 27일에 입국했다).

사실 스타우트 입장에서는 정규리그 우승을 노리는 팀에서 끝이 정해진 '단기알바'를 하는 자신의 신세(?)가 초라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스타우트가 자신에게 주어진 4~5번의 기회에서 인상적인 투구를 선보인다면 내년 시즌 KIA 혹은 다른 구단과 정식으로 외국인 선수 계약을 할 수도 있다. 스타우트로서는 잔여 시즌 동안 KBO리그 구단과 팬들 앞에서 '실전 쇼케이스'를 치르는 셈이다.

KIA는 올 시즌 이의리와 윤영철, 윌 크로우, 그리고 1선발 네일까지 부상으로 이탈했음에도 정규리그 22경기를 남긴 시점에서 2위 삼성 라이온즈에 5.5경기 앞선 선두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그리고 KIA는 정규리그 우승에 '화룡점정'을 찍기 위해 대만리그 10승 투수까지 영입했다. 한국시리즈 직행을 위해 시즌 막판 일시 대체 외국인 선수를 데려 온 KIA의 노력이 어떤 결실을 맺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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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KIA타이거즈 에릭스타우트 일시대체외국인선수 제임스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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