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조직 폭력배 출신 유튜버 겸 인터넷 방송 BJ가 마약류를 투약하고 유통한 혐의로 구속된 가운데, 한 여성 BJ가 아프리카TV를 "불법적인 것의 온상"이라 강하게 비판했다.

아프리카TV에서 주로 활동하는 BJ 감동란(본명 김소은)은 23일 자신의 유튜브 커뮤니티 게시글을 통해 "아프리카 마약 사태가 또 터졌는데 유통책, 판매책들만 감옥에 가고 나머지는 초범이라 벌금 아니면 집행 유예로 풀려난다"며 "(아프리카는) 이미지 양지화하겠다며 도박, 성매매 알선, 마약과 같은 중범죄에 대해 관대하다"고 폭로했다.

이어 "실제로 형을 살거나 논란거리가 있어도 문제없이 복귀해서 매달 수천, 수억의 수입을 올리며 잘만 살아간다"며 "현대 방송판에서 돈을 많이 벌려면 엑셀밖에 답이 없다. 이곳은 사이버 포주, 사이버 창녀가 가득한 동물의 왕국"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가 꼽은 아프리카TV의 어두운 온상은 '엑셀 방송'(별풍선 후원 실시간 순위를 엑셀 문서처럼 정리해 공개하는 것 - 기자 말)이었다.

'엑셀방송'의 현실

 아프리카TV에서 활동 중인 BJ '감동란'

아프리카TV에서 활동 중인 BJ '감동란' ⓒ Youtube


실제로 아프리카TV가 돌아가는 구조를 알려면 '별풍선'부터 이해해야 한다. 별풍선이란 시청자가 BJ(진행자)에게 직접 보내는 사이버 머니로 이를 통해 BJ는 수익을, 아프리카TV는 수수료를 올리는 수단이다. 2023년 아프리카TV BJ의 '스트리머 분배금(별풍선 수수료, 구독료)'는 4761억 원에 달했다. 전년(3881억 원) 대비 22.7%나 증가한 것으로 '별풍선' 시장의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시청자들은 왜 단순 시청을 넘어 '별풍선'을 쏘는 것일까. BJ와 시청자가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라이브 방송에서 별풍선은 일종의 후원금이자 BJ를 즉각적으로 움직이게 만드는 수단이다. 별풍선을 받은 BJ는 보낸 사람의 닉네임을 언급하며 "감사하다"고 말하고, 이와 함께 보낸 코멘트나 요청 사항에 반응하는 것이 아프리카TV의 문화이기 때문이다.

'엑셀 방송'은 이런 별풍선에 얽힌 심리를 활용했다. 여러 명의 BJ가 함께 출연하는 '엑셀 방송'은 시청자가 보낸 후원 금액에 따라 BJ 간의 순위를 매기는 콘텐츠다. 사무용 문서 프로그램인 엑셀에 등수, 별풍선 점수, 기여도를 기록하고 순위에 따라 BJ의 계급을 매긴다. 그래서 유명한 액셀 방송들은 회사 콘셉트처럼 연출하여 BJ에게 인턴, 대리, 과장과 같은 직급을 부여한다.

최근 방송된 커맨더지코의 <광우상사>와 감동란의 <펀쿨섹>을 보니 '동물의 왕국'에 빗댄 BJ의 말이 부족할 정도였다. 남성 크리에이터를 중심으로 양옆에 수십 명의 여성 BJ들이 앉아 있고, 여성 BJ는 후원금을 받으면 무대 중앙으로 나가 춤을 춘다. 다른 BJ들은 그의 이름을 부르며 분위기를 띄운다. 후원금을 받아야 출석 확인이 되기에 후원을 받지 못한 BJ들은 마치 체벌받듯 손을 들어 올린 채로 "별풍선을 보내달라"며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한다.

실시간으로 보내는 후원금에 따라 순위가 변동하는 만큼 여성 BJ들은 섹슈얼한 춤과 적극적인 리액션으로 시청자의 선택을 받으려 한다. 시청자는 특정 BJ를 골라 후원금을 보내고, 이에 맞춰 BJ가 춤을 추는 모습을 보다 보면, 룸살롱에서 손님인 남성이 여성을 '선택'하는 모습이 떠오른다.

특히 남성 BJ는 주로 사회자 역할을 맡으며 꾸미지 않은 채 편한 모습으로 방송에 임하는 반면, 여성 BJ는 노출이 심한 의상을 입고 끊임없이 시청자의 요구에 맞춰야 한다. 이러한 액셀 방송이 아프리카TV의 상위권 콘텐츠다.

이러한 '엑셀 방송'처럼 '벗방(벗는 방송의 줄임말)', '섹시 룩북(여러 옷을 보여주기 위한 사진 혹은 영상 모음)' 등 여성을 성 상품화하는 방송은 늘어가고 있지만, 대책은 전무(全無)한 상황이다. 특히 섹슈얼한 콘셉트로 활동하는 여성 BJ를 두고 "본인이 원해서 하는 것"이라며 한 여성의 자발적인 선택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또는 이 여성의 방송을 소비하면서 과도하게 비난하며 '성적으로 문란한 여성'의 프레임을 씌우기도 한다.

여성 BJ의 '섹시 방송'은 자발적인가

 '엑셀 방송'을 진행하는 '커맨더지코'

'엑셀 방송'을 진행하는 '커맨더지코' ⓒ 유튜브 캡처


이렇듯 온라인 속 이른바 '성 산업'은 커지고 있지만, 그 안에 속한 여성들은 외면당하고 있다. 지난 3월 <그것이 알고 싶다> 1390화는 남편의 강요로 성인 방송에 출연하고, 성관계 영상을 판매하다가 자살한 여성의 이야기가 등장했다. 아내가 사망한 이후에도 남편은 고인의 영상을 할인해서 판매하는 등 비인간적인 면모를 보였다.

방송에서 일부 지인들은 "고인이 좋아서 한 것이다", "그의 의지였다"고 주장했다. 반면, 전문가들은 "배우자인 여성을 대상으로 성 착취물을 위한 협박, 강요, 노예화를 한 것"이며 "폭력의 사이클이 반복되어 피해자는 왜곡된 형태의 성적 친밀함을 보이려는 행태가 나올 수 있다"고 진단했다.

성 산업에 종사하는 여성들이 자발적으로, 혹은 비자발적으로 시작했는지 구분하는 일은 단순하지 않다. 여성을 향한 성적 대상화가 당연시되는 사회적 분위기, 지하 경제로서 성 산업이 오랫동안 한국 사회를 지탱해 온 역사적 맥락, 포주와 여성 간에 이뤄지는 착취적 관계까지 여러 측면으로 검토해야만 자발성 여부를 따질 수 있다.

하지만 "원해서 했다"는 명목 하에 성 산업 속에서 성희롱, 성폭행 등 신체적 피해를 보고 인격적 모독을 겪는 여성들의 고통을 외면하는 건 피해자들을 고립시키는 행위다. 한국 사회의 '순결하지 않은 여성'에 대한 비난과 착취를 반복하는 것이기도 하다. 또 온라인 성 산업이 양지화되면서 이를 보고 자라는 어린 여성들과 동시대의 여성들에게 끼치는 영향도 숙고해야 한다.

우리는 아프리카 BJ의 방송을 어떻게 소비하고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애초에 여성들이 선택할 수 있는 항목에 '성 산업'을 넣은 것은 누구인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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