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선수들이 8월 25일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에서 승리를 축하하고 있다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선수들이 8월 25일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에서 승리를 축하하고 있다 ⓒ 한화 이글스


2024년 가을야구를 누비는 '푸른 독수리'를 정말로 볼 수 있을까. 이제는 더 이상 막연한 상상이 아니라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푸른 유니폼의 기운을 업은 한화 이글스가 쾌조의 3연승을 이어가며 포스트시즌 진출을 위한 5위권 진입에 한걸음 더 다가섰다.

한화는 25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3연전 마지막 경기에서 선발 류현진의 7이닝 1실점 호투와 장진혁의 결승타에 힘입어 3대1로 승리했다. 이로써 한화는 지난 23일 7-4 승리, 24일 연장 10회 7-6 역전승을 포함해 이날까지 두산과 3연전을 모두 이겼다.

한화가 두산을 상대로 3연전을 모두 스윕한 것은 지난 2005년 6월 4-6일 청주 3연전 이후 약 19년(7020일) 만이다.

류현진은 이날 호투로 시즌 8승(7패)째를 수확하며 자책점을 3.84로 낮췄다. 류현진은 올시즌 두산과의 맞대결에서만 3차례 등판해 2승 자책점 0.47로 강한 모습을 보였다. 남은 경기와 등판 일정을 고려하면 멀어만 보이던 10승도 눈앞으로 다가왔다. 류현진이 한화 유니폼을 입고 10승을 거둔다면 2011시즌(11승) 이후 무려 13년 만이다.

또한 한화는 56승 2무 60패(승률 .483)로 7위를 지키면서 중위권과의 격차를 바짝 좁혔다. 6위 SSG 랜더스(58승 1무 62패)와는 승차가 없으며, 가을야구 마지노선인 5위 KT위즈(59승 2무 61패)와는 이제 불과 1게임 차이다.

한화는 올시즌 반등→추락→재반등의 극심한 롤러코스터를 거듭했다. 만년 약체로 꼽히던 한화는 올시즌을 앞두고 에이스 류현진의 국내 복귀 등 호재를 앞세워 '5강 다크호스'로 꼽혔다. 실제로 한화는 시즌 초반 7연승을 내달리며 한때 선두권까지 오르는 등 기대가 현실이 되는 듯 했다.

하지만 이후 순위가 점점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5월에는 최하위까지 추락하기도 했다. 결국 최원호 당시 감독은 성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지난 5월 27일 박찬혁 대표이사와 함께 동반사퇴했다.

고심 끝에 한화가 선택한 대안은 '백전노장' 김경문 감독 선임이었다. 가을야구 진출 경험이 풍부한 김 감독 영입은 올시즌 가을야구를 포기하지 않았던 의지의 표현이기도 했다. 한화는 김 감독이 부임하기 전까지 치른 57경기에서 24승 1무 32패 승률 .429로 8위에 머물렀으나, 김 감독 부임 이후로는 총 61경기에서 32승 1무 28패를 기록하며 승률이 .533으로 1할 이상 크게 상승했다. 이는 같은 기간 중 10개 구단 전체를 통틀어 3위에 해당한다.

김경문호의 가장 큰 고비는 지난 7월 13일 LG전부터 21일 KIA 타이거즈전까지 7연패를 당한 순간이었다. 당시 한화는 다시 공동 최하위(공동 9위)로 추락하며 5강권과 격차가 무려 8경기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이때만 해도 모두 한화의 가을야구는 올해도 끝났다고 예상했다.

그러나 한화는 포기하지 않았다. 갑자기 7월 말부터 또다시 확 달라졌다. 7월 23일 삼성전 승리를 기점으로 8월 2일 KIA전까지 당시 리그 1-4위 상위권 팀들을 상대해 '7연패 뒤 7연승'이라는 믿기 어려운 대반전을 이뤄냈다.

8월에도 한화의 상승세는 이어졌다. 20경기에서 13승 7패를 기록했는데, 최근 10경기로 국한하면 3연전 스윕 두 번을 포함해 8승 2패의 엄청난 기세를 이어가고 있다. 또한 3점차 이내 접전 상황에서만 5연승을 달렸다.

한화는 7연패를 탈출한 7월 23일 삼성전부터 8월 25일 두산전까지만 놓고 보면 25경기에서 18승 7패의 성적을 거두며 승률 .720으로 10개 구단 중 최다승 및 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한 달 만에 8경기의 승차가 1경기로 줄어들었다.

특히 한화는 현재 중심타자 안치홍과 채은성이 결장한 상황에서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게 고무적이다. 안치홍은 다리 부상으로 지난 21일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고, 채은성은 허리 통증을 호소하며 두산과의 주말 3연전 2, 3차전을 연이어 결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황영묵-장진혁 등 벤치멤버들이 선배들의 공백을 잘 메우며 두산전 시리즈 스윕에 기여했다. 주전 의존도가 높아서 주축 선수 두세 명만 다치거나 부진하면 속절없이 무너지던 이전의 한화와는 전혀 다른 뒷심이다.

'푸른 유니폼 징크스'도 한화에게는 좋은 징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화는 지난달 28일 잠실 LG 트윈스전부터 여름용으로 제작한 블루썸머 유니폼을 착용하기 시작했다. 사실 초반에는 반응이 엇갈렸다. 그동안 한화의 상징색 하면 주황색이라는 이미지가 강했고, 블루 컬러는 이미 삼성 라이온즈가 선점하고 있었기에 팬들 사이에서는 '개성을 잃었다', '한화 라이온즈냐'는 쓴소리가 쏟아지기도 했다.

그러나 한화가 푸른 유니폼을 입고 출전한 17경기에서는 14승3패라는 경이로운 승률을 기록하면서 반응이 180도 뒤바뀌었다. 물론 유니폼 변화가 경기력과 얼마나 상관이 있는지는 과학적으로 증명하기 어려운 부분이지만, 전통적으로 징크스에 민감한 야구계와 팬들에게는 호재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일부 팬들은 농반진반으로 '만일 한화가 가을야구에 나가면 푸른 유니폼을 입고 나가야 한다'고 우스갯소리로 말한다.

현재 프로야구 중위권은 4위 두산부터 7위 한화까지 단 3게임 차에 불과한 역대급 초접전이다. 한때는 최소한 가을야구 진출은 안정적으로 보였던 두산과 SSG도 이제는 5강을 장담하기 어려운 혼전이 벌어지고 있다. 한화의 순위는 비록 7위지만 8월 말에 접어든 현재, 시즌 후반기까지 가을야구 진출에 이토록 근접한 시즌은 2018년(3위) 이후 처음이라는 점에서 팬들을 설레게 하고 있다.

한화는 27일부터 롯데(원정)와 3연전을 펼친다. 한 경기 결과에 따라 드디어 5강까지 진입할 수도, 다시 하위권으로 내려앉을 수 있는 중요한 고비다. 과연 푸른 독수리의 비상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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