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멋있는 여자들은 왜 전부 올림픽에 나올까. 돌이켜보면 매번 그랬다. 인간의 한계를 시험하는 스포츠에 맹목적으로 달려드는 여성들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다. 2010년 밴쿠버 올림픽에선 본드걸이 되어 얼음꽃을 피운 김연아에게 빠졌고, 2016년 리우 올림픽에선 속절없이 김연경의 스파이크에 넘어갔다. 2020년 도쿄 올림픽에선 침착하게 활시위를 당긴 안산에 꽂혔다.
2024년 파리 올림픽은 더했다. 올림픽 역사상 최초로 여성과 남성 선수의 비율이 동일했다. 그 말인즉슨, 멋있는 여성들이 더 많이 나온다는 것. 나는 그들과 사랑에 빠지다가 이번 여름을 놓쳐버리게 생겼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가 쏘아 올린 총포에 맞은 건 과녁이 아니다. 엎어치기 한 판에 넘어간 건 상대 선수가 아니다. 시차를 꾸역꾸역 참아가며 새벽까지 TV 앞에 앉은 내가 맞았고, 내가 넘어갔다.
"김예지 선수, 저도 좀 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