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유튜브 세상에 맛들인 기자가 매우 사적인 유튜브 콘텐츠 탐험기를 적어보고자 한다.[기자말]
산책하는 것조차 시간이 아깝다고 생각했던 내가 숨쉬기 말고 운동을 처음 시작한 건 4년 전이다. 번아웃 때문인지 우울증 때문인지 나 자신을 가눌 수조차 없었다. 거금을 들어 스포츠센터에 등록했다. 돌이켜 보면 우울증 처방에 빠짐없이 등장하는 게 운동이었으니, 나름 선견지명이 있던 셈인가.

그때 등록한 곳은 헬스장을 이용하면 요가나 필라테스 수업을 무료로 들을 수 있었는데, 본말이 전도돼 러닝 한번 뛰지 않고 필라테스와 요가 수업만 참여했다. 

나이와 운동은 반비례한다는 시절의 철칙을 거스를 수가 없었다. 꼴랑 한 시간 배우고 와서 며칠을 끙끙 앓았다. 오기가 생겼다. 학창 시절에도 뻣뻣하고 순발력 제로인 몸으로 성실하게 연습해 체력장 만점(절대평가로 웬만하면 통과됐다)을 받은 내가 아니던가. 일주일에 한 번 가던 걸, 두 번, 세 번 늘렸다.

조금씩 흥미와 요령을 붙여갈 즈음, 코로나19가 습격했다. 마스크도 쓰고, 소독도 하고, 갖은 처방을 했지만, 결국 스포츠센터는 기약없이 셔터를 내리게 됐다. 

마지막 수업에서 요가 선생님이 유튜브 채널 '요가소년'을 소개시켜줬다. 나의 첫 유튜브 운동이 시작된 순간이었다.

유튜브 운동의 시작
 
 유튜브 '요가소년' 영상 화면 갈무리

유튜브 '요가소년' 영상 화면 갈무리 ⓒ 요가소년

 
처음에는 되는대로 두툼한 담요를 거실에 펼쳐놓고 따라했다. 하지만 롤러코스터처럼 요동치는 개인사로 인해 운동은커녕 호구지책에 하루하루가 버거운 시절이 닥쳤다. 

그 호구지책이 문제였다. 버스비를 아낀다고 왕복 두 시간 걷는데다 주구장창 네 시간을 서서 일하다 보니 몸이 견뎌내지를 못하고 비명을 질렀다. 팔다리에 등짝까지 안 쑤시는 데가 없었고, 근육조차 붙지 않는 허약한 내전근 때문에 요실금에 치질, 갖은 잔병들이 야금야금 찾아들었다.

그래서 운동을 재개했다. 요즘 유행하는 '생존 수영'처럼 '생존 운동'에 뛰어든 것이다.

오전 6시에 일어나 플랭크, 스쿼트, 팔굽혀펴기로 몸을 풀고 하루를 시작했다. 저녁에는 쑤시는 몸을 일으켜 유튜브를 켰다. 채널명은 '엄마TV'. 남자 강사가 '몸빼바지'에 앞치마를 두르고 진행하는 에어로빅 프로그램이었다.

중·장년 여성이 대상인 만큼 빠른 트로트나 익숙한 1990년대 댄스 음악을 배경으로 손뼉을 신나게 치면서 왔다갔다 걸으며 팔 동작을 부지런히 보여준다. 십여 분 남짓 따라했나? 신기하게도 전기요로 지져도 낫지 않던 등 통증이 사라졌다. 게다가 덤으로 '웃으세요~' 하는 강사의 신나는 멘트를 듣다 보니 땅굴 파며 들어가려던 우울한 마음이 그래도 지상엔 머무르게 됐다. 
 
 유튜브 '엄마TV' 영상 화면 갈무리

유튜브 '엄마TV' 영상 화면 갈무리 ⓒ 엄마TV

 
 유튜브 '에일린 mind yoga' 영상 화면 갈무리

유튜브 '에일린 mind yoga' 영상 화면 갈무리 ⓒ 에일린 mind yoga

 
그렇게 나의 유튜브 운동은 상황에 맞춰 '엄마TV'에서 '빵느'(필라테스), '필라테스하는 물리치료사,람PT'를 거쳐 '에일린 mind yoga'(요가)에 이르게 됐다.
 
매일 아침 일어나 물 한잔 마시고 요가 매트를 편다. 벌써 몇 년째 동거동락한 매트는 어느새 이곳 저곳 파인 데가 생겼다. 시간의 무게에 얇아져서 매트 아래에 담요를 한 장 더 깔아야 무릎이 아프지 않다.

레깅스에 브라탑, 머리 두건까지 착복하고 경건하게 가부좌를 틀고 앉아 하루를 연다. 일찌기 '운동은 장비빨'이라며 스포츠센터 다니던 시절에 장만해 놓은 것들이다. 그저 구색이 아니라 운동을 하는 나의 나약한 근육을 잡아주는 든든한 동지들이다. 
     
운동만 배우는 게 아니었다
     
쉽지 않은 동작 하나하나를 차분하게 따라가다 보면 이리저리 갈피를 놓치고 헝크러진 마음들이 가지런히 정돈되는 듯하다. 때로는 지루한 날도, 때로는 버거운 날도 있지만, 인생 역시 요가 동작처럼 그저 해 나가다 보면 파도를 넘듯이 타고 넘을 수 있지 않을까. 요가에서 견디기 힘든 동작도 몇 숨을 견디다 보면 다음으로 넘어가듯이, 삶에서 힘든 시절도 그러하지 않을까 하는 여유가 생기는 것이다.

'요가소년'으로 운동을 시작할 때만 해도 어떻게든 강사의 동작을 완벽하게 해내야 겠다는 욕심이 앞섰다. 그런데 계속 운동을 하다 보니, 뻣뻣한 몸의 상태를 무시하고 억지로 따라하다 보면 결국 돌아오는 건 근육통이라는 걸 알게 됐다. 이제는 강사의 말처럼 '오늘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려고 한다. 삶도 그러하지 않을까, 오늘 우리가 할 수 있는 만큼만.
 
 쉽지 않은 동작 하나하나를 차분하게 따라가다 보면 이리저리 갈피를 놓치고 헝크러진 마음들이 가지런히 정돈되는 듯하다.

쉽지 않은 동작 하나하나를 차분하게 따라가다 보면 이리저리 갈피를 놓치고 헝크러진 마음들이 가지런히 정돈되는 듯하다. ⓒ envato

 
<미생> 내용 중 회자되는 명장면이 있다. 어린 장그래를 가르치는 선생님이 말씀하신다. '네가 오래, 그리고 잘 바둑을 두기 위해서는 우선 체력을 길러야 한다'고. 곧이어 회사 생활을 견뎌내기 위해 장그래가 아침 조깅을 하는 모습이 나온다.

이제는 개인으로서 삶을 건강하게 살아가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대가 됐다. 또한 건강하게 지치지 않고 살아가기 위해서는 체력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게 '상식'인 시대가 됐다. 김종국이란 가수가 처음 등장했을 때 헬스로 다져진 그의 몸은 구경거리였지만, 어느새 시절이 바뀌어 이제 그는 본받을 만한 삶의 표본으로 여겨진다.

어느 날 신호등이 바뀌기를 기다리는데 내가 등을 펴고 곧게 서 있다는 걸 깨달았다. 학창시절 이래 늘 구부정했는데, 꾸준한 운동이 나이 육십 먹은 나의 자세를 바꾼 셈이다.

본의 아니게 여전히 나는 일을 해야 하는 처지이고, 다행히 일을 할 수 있게 됐다. 60년 묵은 육체로 늦은 시간까지 일을 하기 위서 체력은 필수인 것이다. 꾸준한 운동 덕분일까, 처음 일을 하던 때와 나 자신이 많이 달라진 것을 새삼 깨닫는다. 

돌고 돌아 요즘엔 유튜버 '에일린'의 요가에 정착했다. 시간대·난이도별 콘텐츠가 풍성해서다. 거기에 때로는 제주 바다, 대관령 양떼목장, 그리고 해외의 요가원까지, 배경이 주는 힐링도 한몫한다.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는 명상도 빼놓을 수 없다. 마음이 시끄러운 날이면 단 10분이라도 그녀의 인도에 따라 명상에 나를 맡긴다.

유튜브 보고 운동하며 덤처럼 얻은 게 하나 더 있다. 듣는 연습이 된다는 것이다. 성정이 급한 나는 언제나 마음이 앞서 후회를 자초하곤 했다. 특히 남의 말을 진득하게 들어주는 게 힘들다. 그런데 유튜브를 보고 따라하며 운동하려면 들어야 한다. 잘 들어야 동작을 제대로 따라할 수 있다. 유튜브가 엉뚱하게도 이런 연습까지 시켜준다.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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