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시대? 유리가 테트파포드에서 찍은 사진.

소녀시대? 유리가 테트파포드에서 찍은 사진. ⓒ SNS 갈무리

 
최근 제주를 찾은 연예인이 바다에서 찍은 사진을 자신의 SNS에 올렸다가 논란이 되자 곧바로 삭제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지난 24일 소녀시대 유리는 'PART'라는 글과 함께 테트라포드에 누워 있는 사진을 SNS에 업로드했습니다. 이 사진을 본 누리꾼들은 "위험하다", "떨어지면 어떡하냐", "출입금지 구역이다"라며 비판했고, 결국 유리는 사진을 모두 삭제했습니다. 

매년 테트라포드에서 발생하는 사망 사고 

'테트라포드'는 마름쇠 모양의 콘크리트 구조물로 방파제 등 해안가에 설치돼 파도를 막아주는 역할을 합니다. 주변에 어류가 많이 서식해 낚시 명당으로 꼽히기도 합니다. 문제는 경사가 있어 미끄럽고 구조물이 얽혀 있어 한 번 빠질 경우 자력으로 나오기가 힘들어 굉장히 위험합니다.

공교롭게도 소녀시대 유리가 사진을 올린 24일 제주 삼양동 방파제 테트라포드에서 추락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주변에 있던 시민의 신고로 출동한 119 구급대원이 심정지 상태의 남성을 구조해 병원으로 이송했지만 숨졌습니다. 

해경은 숨진 남성이 혼자 낚시를 했다는 목격자의 진술 등을 토대로 낚시하다 발을 헛디뎌 추락한 것으로 보고 자세한 경위를 조사 중입니다.

제주에선 최근 3년간 22건의 테트라포드 추락사고가 발생해 13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고, 그중 5명은 목숨까지 잃었습니다. 지난 5월에도 테트라포드에서 낚시를 구경하던 70대 남성이 추락해 머리 등을 크게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테트라포드 출입통제 구역이 단 한 곳도 없는 '제주도' 
 
 4일 삼양동 방파제 테트라포드에서 발생한 추락사고

4일 삼양동 방파제 테트라포드에서 발생한 추락사고 ⓒ 제주도소방안전본부 제공

 
소녀시대 유리가 테트라포드에서 누워있는 사진을 올리자 일부 언론에선 누리꾼들의 말을 인용해 과태료 100만 원 부과 대상이라고 보도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과태료를 부과할 수 없습니다. 

2020년 개정된 항만법에 따르면 테트라포드가 설치된 항만을 출입통제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고, 이를 어기면 1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도 부과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일부 지자체에서는 테트라포드가 설치된 일부 항만을 출입통제구역으로 지정하고, 출입한 낚시꾼들에게 과태료를 부과한 사례도 있습니다. 

그러나 제주 테트라포드 설치 항만 중에 출입통제구역으로 지정된 곳은 단 한 곳도 없습니다. 따라서 유리는 과태료 부과 대상이 아닙니다. 
 
'바다의 블랙홀' 테트라포드가 위험한 이유, 대책은? 

과태료 부과 대상은 아니지만, 유리가 테트라포드에서 사진을 찍은 것은 굉장히 위험천만한 행동이었습니다. 

테트라포드는 이끼가 많이 껴 있고, 높이도 3미터에서 5미터로 한 번 추락하면 올라오기가 굉장히 힘듭니다. 또한, 파도 소리가 커서 추락할 경우 구조를 요청해도 주변 사람들이 알아채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테트라포드를 '바다의 블랙홀'이라고도 부릅니다. 

실제로 119구조대원들도 좁은 틈새로 들어가 로프와 사다리 등을 통해 구조해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다고 말합니다. 특히 구조 작업이 더딘 것에 비해 추락 시 부상 정도와 위험이 높아 다른 사고보다 사망률도 높습니다. 
 
 모슬포항 인근에 설치된 테트라포드

모슬포항 인근에 설치된 테트라포드 ⓒ 임병도

 
매년 사망 사고가 발생할 정도로 위험한데, 왜 제주는 이곳을 출입통제구역으로 지정하지 않을까요? 관련 법규와 낚시꾼들의 민원이 원인으로 꼽힙니다. 우선 항만법 28조(금지행위 등)를 보면, 파도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지역이나 안전사고가 자주 발생하는 장소에 한해 출입통제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습니다. 

25일 KBS 보도에 따르면, 서귀포해경은 테트라포드 사고가 자주 발생하는 화순항에 대해 '출입통제구역으로 검토해달라'고 요청해 제주도가 검토하고 있는 단계라고 합니다. 하지만 낚시객 등의 민원으로 쉽지 않은 상황인 것으로 보입니다. 제주도 관계자는 KBS와 한 인터뷰에서 "항만을 이용하는 낚시객 등 항만 이용객들의 반대가 있어, 임의로 출입통제구역을 지정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추후 해경과 협조해 항만 이용객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출입통제구역 지정을 검토해 나가겠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사상 사고가 빈번함에 따라 당장 출입통제구역 지정이 어렵다면 최소한 경고 표시판이라고 설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테트라포드의 위험성을 모르는 관광객들에겐 경각심을 갖게 하고, 낚시꾼들에겐 안전수칙을 지키며 낚시를 하게 유도해야 합니다. 

제주도가 관광객을 유치하는 홍보에만 열을 올릴 것이 아니라 안전하게 여행을 할 수 있도록 위험 지역을 점검해야 할 때가 아닐까요?
덧붙이는 글 독립언론 '아이엠피터뉴스'에도 게재됐습니다
제주 소녀시대유리 테트라포드 제주여행 과태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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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 언론 '아이엠피터뉴스'를 운영한다. 제주에 거주하며 육지를 오가며 취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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