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만물의 영장(靈長)이다. 얼마나 대단한지 육신을 넘어 영(靈)까지 주관하는 장(長)이란다. 다른 모든 생명은 그 존재부터가 인간에서 귀속된 것. 생과 사, 존재의 가치까지가 모두 인간에게 달렸다.
유해조수란 말이 있다. 해를 미치는 짐승을 일컫는 말이다. 무엇에의 해로움인가. 작게는 인간의 토지와 가축, 또 도구며 산업에 해를 끼치는 것이다. 이를 넓게 잡자면 다른 짐승, 나아가 생태계에 해를 끼치는 것이 모두 유해조수가 된다.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고, 생태계 자체가 인간의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유해조수를 넘어 생태계교란종까지 인간이 지정한다.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지만 인간에게도 명실공히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란 학명이 있다. 포유강 영장목 유인원과에 속한 아종 내 유일한 종이다. 본래 호모 에렉투스며 네안데르탈인과 같은 다른 종이 있었지만, 우리가 죄다 멸종시켰다.
만물의 영장이 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투쟁이었을까. 알 수 없는 일이다. 인간을 제외한 대부분의 종이, 이를테면 백곰과 흑곰, 팬더며 반달가슴곰 따위가 함께 살아있듯, 수많은 아종이 함께 존재하는 것이 자연스럽다지만, 만물의 영장 자리는 오로지 한 종에게만 허용되는 것이었던가 보다. 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가.
알프스 초원 노니는 늑대들, 그들의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