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까진 생각해본 적도 없었다. 납치 말이다. 21세기 세상에 해적이 있다는 것도, 매년 수십 명의 한국인들이 납치되어 돌아오지 못하고, 외교부까지 개입해서 이들의 귀환에 도움을 준다는 사실도 전혀 알지 못했다.
항해사가 되기 위해 처음 항해를 시작했을 무렵, 해적의 존재에 대해 처음 들었다. 아프리카 동북쪽 소말리아 앞바다, 아프리카 서안 나이지리아 근해, 또 말레이 제도 일원에서 수시로 배가 피랍되고 선원들이 납치된다는 교육을 받았다. 해적에 따라 화물만 취하고 선원을 해하는 경우도 있고, 선원을 납치해 몸값 협상을 벌이는 경우도 있다고 배웠다.
실제 바다에서 일을 시작하니 해적의 위협은 현실이 되었다. 아프리카 서안을 따라 올라가던 때, 통신장비는 수시로 해적의 위협을 알렸다. 수십에서 수백마일 떨어진 배가 해적의 공격을 받았다는 소식이 날아들고는 했다. 한 번은 아예 선상에 해적이 침입해 선원들이 '시타델'이라 불리는 선내 안전구역으로 대피했고 몇은 납치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온 일도 있었다. 세계적으로 매년 보고되는 것만 200명 정도의 피랍 피해가 발생하고, 그중엔 한국인 선원도 꽤 되는 것이 현실이다.
일단 나라 밖에 나간 사람이 해적을 비롯한 무장단체에 붙잡히면 기댈 곳은 정부밖에 없다. 외교부가 임무를 다하지 않으면 피랍된 국민은 철저히 혼자 고립돼 죽어갈 수밖에 없는 일이다. 한국 외교부가 매년 민간인 피랍문제에 대응하고 있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