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모든 건 변한다. 확고한 것만 같던 신념도, 변치 않을 것만 같던 성격도 조금씩 변하게 마련이다. 매일 쓰는 일기도 한참이 지나서 돌아보면 지금 나와는 다른 누가 쓴 것 같아 보이곤 한다. 때로는 성장을, 때로는 쇠락을, 또 때로는 그저 모습을 바꾸는 변화들은 이처럼 자연스레 삶 가운데 깃든다. 하물며 취향일까.
어떤 영화는 처음엔 좋았으나 훗날 보면 보잘 것 없다. 반면 어느 영화는 처음엔 아쉬워도 훗날엔 그 가치를 새로이 보도록 한다. 전자는 과거를 추억할 수 있어 좋고, 후자는 새로이 좋은 것을 알게 되어 좋다. 특히 뒤의 경우엔 보는 이에게 색다른 감상을 안기곤 한다. 어째서 그땐 알지 못했을까 싶은 감동을 자연스레 스며들게 하는 것이다. 당연히 내게도 그와 같은 경험이 있다.
마틴 브레스트는 늘 좋아하는 감독 목록의 상단에 놓던 인물이다. 최애배우라고 해도 부족하지 않던 알 파치노가 주연한 <여인의 향기>는 어린 시절 내게 낭만이 무엇인지 가르쳐주었다. 그로부터 수차례 이 영화를 다시 보면서도 나는 이토록 매력적인 영화가 세상에 몇 편이 더 나올 수 있을까를 궁금해 하였을 뿐이다. 질리지 않는 명작의 매력, 볼 때마다 감탄케 하는 이 낭만적인 영화를 보며 나는 언젠가 나도 이와 같은 이야기를 만들 수가 있을까 기대하고는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