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과 비가 섞여 내린 스틸야드의 체감 온도는 꽤 낮았지만 집중력은 어웨이 팀 전북 현대 선수들이 상대적으로 좋았기 때문에 원하는 결과를 받아들고 기분 좋게 2024 K리그1 개막 준비를 할 수 있게 됐다. 묘하게도 두 팀 공격수들은 아쉽게 골 기회를 놓쳤고 센터백 선수들만 골맛을 봤다. 궂은 닐씨도, 이런 결과도 모두 부인할 수 없는 축구 그 자체다.

단 페트레스쿠(루마니아) 감독이 이끌고 있는 전북 현대가 2월 20일(화) 오후 7시 포항 스틸야드에서 벌어진 2023-24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16강 두 번째 게임에서 홈 팀 포항 스틸러스와 1-1로 비겼지만 두 게임 합산 점수 3-1로 8강에 올라섰다.

후반 교체 후 7분만에 천금 동점골 'DF 정태욱'

6일 전 전주성에서 2-0으로 완승을 거둔 보람이 있는 16강 결과였다. 홈&어웨이 게임 합산 점수로 승리 팀을 결정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홈 게임에서 골 차이를 얼마나 두고 건너갈 수 있느냐가 관건이었던 것이다. 

사실 이번 두 번째 게임 홈 팀 포항 스틸러스는 그 어느 때보다 야심차게 용광로를 준비했다. 박태하 신임 감독에, K리그2 충북 청주 FC에서 믿고 데려온 골잡이 조르지, 호주에서 데려온 센터백 조나단 아스트로포타미티스에 이르기까지 비교적 많은 부분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른 팀보다 비교적 일찍 시즌을 시작하는 바람에 급하게 새 옷으로 갈아입은 것처럼 아직도 조금 불편해 보였다. 이번에도 박태하 신임 감독은 조르지와 이호재 투 톱을 내밀었지만 결과를 놓고 봐도 그들이 공격 포인트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단기 성적표를 받아든 것이다.

게임 시작 후 12분만에 센터백 박찬용이 전북 현대 골문으로부터 약 35미터 지점에서 날린 오른발 중거리슛이 빨려들어가면서 계획했던 게임이 잘 풀리는 줄 알았다. 하지만 포항 스틸러스의 시즌 초반 운은 상대 골키퍼 김정훈의 캐칭 실수까지인 것처럼 보였다.

전반 종료 직전에 투 톱 효과가 보란듯이 나타나 귀중한 추가골이 들어가는 줄 알았지만 골대 불운에 탄식을 내뱉어야 했다. 45+3분, 조르지가 왼쪽 측면에서 반 박자 빠른 패스를 골문 앞으로 보냈고 이호재가 오른발 인사이드 슛으로 화답했다. 하지만 그 공은 전북 현대 골문 오른쪽 기둥을 강하게 때리고 나왔다.

후반 시작 후 내리던 눈과 비가 잦아들었지만 포항 스틸러스의 추가골은 좀처럼 나올 기미가 안 보였다. 오랜 시간은 아니지만 지난 달 AFC 아시안컵 한국 국가대표로 나가서 고된 경험을 쌓고 돌아온 전북 센터백 박진섭과 베테랑 홍정호의 수비 조합이 쉽게 흔들리지 않은 것이다. 

게다가 전북은 안현범을 또 한 번 미드필더로 내세워 재미를 봤다. 국가대표 풀백 김진수와 김태환이 뒤를 받치기 때문에 안현범을 더 자유롭게 풀어놓을 수 있게 된 셈이다. 그리고 페트레스쿠 감독은 69분에 들여보낸 키다리 센터백 정태욱 카드로 귀중한 동점골을 7분만에 뽑아낼 수 있었다.

포항의 맨 앞에는 더블 타워가 있었지만 전북은 수비쪽에 듬직한 타워를 세워두고 효율적으로 활용한 셈이다. 76분에 센터백 박진섭이 세트피스 세컨드 볼 기회를 왼쪽 로빙 크로스로 살려내더니 티아고의 헤더 패스를 받은 슈퍼 서브 정태욱이 빛나는 헤더 동점골을 터뜨렸다. 높이 싸움에서 자신 있었던 전북 현대의 펀치 한 방이 포항의 용광로에 구멍을 낸 셈이다.

이 구멍을 메우기 위해 포항 스틸러스 벤치에서는 김인성, 윤석주, 신광훈을 86분에 한꺼번에 교체 멤버로 들여보냈지만 끝내 뜻을 이루지 못했다. 최소 2골을 따라붙어야 하는 용광로 점화 시점을 잘못 잡은 것이다.

반면에 기분 좋은 새 시즌 출발을 알린 전북 현대는 삼일절 오후 4시 30분 전주성으로 대전하나 시티즌을 불러 2024 K리그1 첫 게임을 뛴다. 5일(화)에는 울산 현대와 반포레 고후(일본) 승리 팀과 AFC 챔피언스리그 8강 첫 게임(홈)을 치른다. 아무래도 16강 첫 게임에서 3-0 완승을 거둔 울산이 K리그 최고의 라이벌 전북의 8강 상대로 전주성에 도착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시즌 K리그 2위는 물론 FA(축구협회)컵 우승의 영광을 차지한 포항 스틸러스는 3월 1일 오후 2시 울산 문수경기장으로 찾아가 K리그 2년 연속 챔피언 울산 현대를 만나 슈퍼컵 성격의 K리그1 공식 개막 게임을 뛰게 된다.

2023-24 AFC 챔피언스리그 16강 두 번째 게임 결과
(2월 20일 오후 7시, 스틸야드 - 포항)

포항 스틸러스 1-1 전북 현대 [골-도움 기록 : 박찬용(12분) / 정태욱(76분,도움-티아고)]
- 두 게임 합산 3-1로 전북 현대 8강 진출!

포항 스틸러스 선수들(3-5-2 포메이션)
FW : 조르지 루이스, 이호재(86분↔김인성)
MF : 완델손, 김준호(86분↔윤석주), 한찬희(46분↔김동진), 허용준(73분↔홍윤상), 어정원(86분↔신광훈)
DF : 아스프로포타미티스, 박찬용, 이동희
GK : 황인재

전북 현대 선수들(4-4-2 포메이션)
FW : 티아고, 한교원(69분↔이동준)
MF : 안현범(88분↔이규동), 이영재(46분↔문선민), 맹성웅, 이수빈(69분↔정태욱)
DF : 김진수, 박진섭, 홍정호, 김태환
GK : 김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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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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