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이 안방에서 페퍼저축은행을 23연패에 빠트리며 선두를 탈환했다.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이 이끄는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는 20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3-2024 V리그 여자부 5라운드 페퍼저축은행 AI페퍼스와의 홈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1(25-14,22-25,25-16,25-15)로 승리했다. 5라운드 6경기를 모두 승리로 장식하며 승점 67점이 된 흥국생명은 승점이 같은 현대건설 힐스테이트를 승수(24-22)에서 앞서며 67일 만에 선두로 올라섰다(24승6패).

흥국생명은 레이나 토코쿠가 42.86%의 성공률로 23득점을 기록했고 김연경이 40.54%의 성공률로 18득점, 2세트 교체 투입되며 코트에 복귀한 윌로우 존슨도 45.83%의 성공률로 12득점으로 활약했다. 선발 출전한 김다솔 세터는 서브득점 5개를 포함해 7득점을 기록했다. 작년 12월15일 이후 67일 만에 선두 자리를 되찾은 흥국생명은 6라운드를 통해 두 시즌 연속 정규리그 우승을 노릴 수 있게 됐다. 

김연경 입단과 함께 황금기 맞은 흥국생명
 
 김연경이 흥국생명 유니폼을 입고 활약한 6시즌 동안 흥국생명은 우승3회,준우승3회를 기록했다.

김연경이 흥국생명 유니폼을 입고 활약한 6시즌 동안 흥국생명은 우승3회,준우승3회를 기록했다. ⓒ 한국배구연맹

 
1971년에 창단한 흥국생명은 V리그 출범 전까지 겨울리그에서 우승은커녕 준우승조차 해본 적이 없을 정도로 존재감이 약한 팀이었다. 하지만 2005년 프로배구가 출범했고 흥국생명에게도 따뜻한 '봄'이 찾아왔다. 2005-2006 시즌 신인 드래프트를 통해 '특급유망주'라는 표현으로도 부족한 역대급 신인 김연경이 입단한 것이다. 실제로 V리그 출범 후 흥국생명의 성적은 김연경의 유무에 따라 크게 나눠졌다.

사실 흥국생명이 V리그에서 19번의 시즌을 보내는 동안 김연경이 활약한 시즌은 단 6시즌에 불과했다. 김연경의 커리어에는 일본과 튀르키예,중국 등 해외리그에서 활약하며 한국 여자배구를 빛냈던 12년의 시간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연경은 흥국생명 유니폼을 입고 활약한 6번의 시즌 동안 3번의 우승과 세 번의 준우승을 차지했다. 김연경과 함께 했을 때 흥국생명이 가장 부진했던 성적이 챔프전 준우승이었다는 뜻이다.

지난 시즌에도 흥국생명은 중국리그에서 한 시즌 동안 활약한 김연경이 복귀했고 새 외국인 선수로 196cm의 옐레나 므라제노비치를 선발하면서 강력한 우승후보로 불렸다. 시즌 중반까지 개막 15연승을 달린 현대건설의 기세에 밀려 2위를 달리던 흥국생명은 현대건설이 야스민 베다르트(페퍼저축은행)의 부상 이후 흔들리는 틈을 타 선두로 올라섰다. 그리고 작년 3월15일 IBK기업은행 알토스를 꺾고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흥국생명은 챔피언 결정전을 앞두고도 자신감이 넘쳤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봄 배구에 진출한 3개 구단 중 가장 우위에 있었을 뿐 아니라 플레이오프에서 정규리그 2위 현대건설이 3위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에게 연패를 당하며 탈락했기 때문이다. 흥국생명은 지난 시즌 도로공사와의  정규리그 맞대결에서 5승1패로 확실한 우위를 점한 바 있어 통산 5번째 챔프전 우승은 더욱 가깝게 보이는 듯 했다.

흥국생명이 안방에서 열린 챔프전 2경기를 모두 승리할 때만 해도 흥국생명의 우승을 의심한 배구팬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흥국생명은 도로공사의 안방인 구미에서 열린 3,4차전을 모두 패했고 최종승부였던 5차전에서 세트스코어 2-3으로 패하며 V리그 최초 '리버스 스윕'의 희생양이 되고 말았다. 5차전의 모든 세트가 2점 차의 초접전이었을 정도로 흥국생명이 선전한 경기였지만 이를 기억하는 배구팬은 거의 없었다.

현대건설에게 승수 앞선 선두 등극
 
 5라운드에서만 108득점을 올린 레이나는 이번 시즌 가장 저평가된 아시아쿼터 선수다.

5라운드에서만 108득점을 올린 레이나는 이번 시즌 가장 저평가된 아시아쿼터 선수다. ⓒ 한국배구연맹

 
흥국생명은 지난 시즌이 끝나고 팀 전력의 절반, 어쩌면 그 이상을 차지하는 '여제' 김연경이 FA자격을 얻었다. 김연경은 현역은퇴와 흥국생명 잔류, 타 팀 이적 사이에서 고민을 거듭하다가 계약기간 1년 총액 7억7500만 원의 조건에 흥국생명과 계약을 체결했다. 김연경의 잔류에 사활을 걸었던 흥국생명은 가장 큰 숙제를 해결했고 다시 지난 시즌 못 이룬 챔프전 우승에 재도전할 수 있는 조건을 완성했다.

외국인 선수 옐레나와 재계약하고 아시아쿼터로 일본선수 레이나를 지명한 흥국생명은 2라운드까지 11승1패를 기록하며 단독선두를 달렸다. 하지만 3라운드부터 외국인 선수 옐레나가 흔들리기 시작했고 새 외국인 선수 레티치아 모마 바소코와 태국 국가대표 출신의 아시아쿼터 위파위 시통을 앞세워 9연승을 내달린 현대건설에게 선두 자리를 내줬다. 2위를 달리다가 선두를 빼앗은 지난 시즌과 정반대의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하지만 흥국생명은 전반기가 끝나자마자 외국인 선수를 옐레나에서 윌로우로 교체했고 5라운드 시작과 함께 놀라운 반전을 만들어냈다. 윌로우는 짧은 시간에 흥국생명에 빠르게 적응하며 김연경, 레이나와 함께 삼각편대를 형성했다. 흥국생명은 5라운드에 파죽의 5연승을 달리며 선두 현대건설의 자리를 위협했다. 특히 지난 12일에는 현대건설을 상대로 3-0 승리를 거두면서 3,4라운드 패배를 설욕하고 상대전적에서 3승2패로 우위를 점했다.

지난 15일 기업은행을 상대로 풀세트 접전을 벌이며 선두등극에 실패했던 흥국생명은 5라운드 마지막 상대로 22연패의 늪에 빠져 있는 최하위 페퍼저축은행을 만났다. 흥국생명은 연패탈출을 위해 최선을 다한 페퍼저축은행에게 2세트를 22-25로 내주며 고전했다. 하지만 아본단자 감독은 2세트 후반부터 무릎이 좋지 않았던 외국인 선수 윌로우를 투입하는 승부수를 던졌고 큰 위기 없이 3,4세트를 따내면서 승점 3점을 적립했다.

승점 67점으로 현대건설과 동률이 된 흥국생명은 24승으로 현대건설(22승)을 앞서며 선두로 올라섰지만 아직 확실한 선두등극이라고 보긴 힘들다. 흥국생명이 5라운드 일정을 모두 끝낸 반면에 현대건설은 오는 22일 기업은행과의 5라운드 마지막 경기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시즌 정규리그 우승과 챔프전 직행팀을 가리는 진정한 승부는 오는 3월 12일로 예정된 흥국생명과 현대건설의 정규리그 마지막 맞대결이 될 확률이 높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여자배구 도드람20232024V리그 흥국생명핑크스파이더스 선두탈환 5라운드전승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