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독 한국에선 성공한 사극이 역사왜곡 논란과 자주 마주한다. 사극이 반영한 사건이며 극중 인물이 실제와 달리 묘사됐다고 작품성을 문제 삼는 일이다. 근래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KBS 드라마 <고려거란전쟁>에서도 이와 같은 논란이 따라붙어 화제가 됐다. 실제 역사가 어떠했는지 알리는 걸 넘어 작품이 역사를 왜곡했다며 평가 자체를 절하하는 모습이 언론지상에서까지 심심찮게 발견됐다. 작품 머리에 실제 역사를 바탕으로 한 창작극임을 명시하는 웃지 못 할 자막이 따라붙는 건 어느덧 한국 사극의 특색이 되었다 해도 좋겠다.
그러나 창작극이 역사를 자유롭게 소비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저 유명한 윌리엄 셰익스피어부터 수많은 극작가들이 지나간 역사를 기틀로 새로운 이야기를 써내길 주저하지 않았다. 명군이 암군이 되거나 암군이 명군으로 재해석되는 사례도 적잖았고, 수시로 역사에 존재하지 않는 이야기가 만들어지고 중요한 이야기가 빠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지각 있는 대중들은 작품을 역사와 혼동하지 않았다.
서양 뿐 아니다. 한국에 비해 창작자의 자유가 약하다고 평가되곤 하는 중국에서조차 사극으로 역사를 비틀어보는 자유가 폭넓게 보장된다. 왜 아닐까. 어디까지나 창작물인 극이 역사를 훼손할 수 있을 만큼 사회의 수준이 떨어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역사는 오늘의 시선으로 자유롭게 해석되고 평가될 때 더 나은 담론에 이를 수 있다는 합의가 이미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