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을 넘어 다른 곳의 삶을 함부로 재단하는 일이 선진국 사람들의 흔한 오만이라지만, 그럼에도 비판할 밖에 없는 것이 있다. 법과 전통이란 이름으로 인간의 자연스런 욕구를 옥죄는 것이 그것이다.
어느 마을에서는 태어난 아이의 탯줄을 자르며 어른들이 그가 장차 혼인하게 될 이의 이름을 말한다고 한다. 그렇게 길러진 아이는 성년이 되면 마침내 탯줄을 자를 때 예고됐던 이와 결혼을 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그녀가 그를 좋아하느냐는 고려의 대상이 되지 못한다. 또 다른 전통도 있다. 이를테면 어느 명절날엔 마을 청년들이 모여 서로 발을 씻는 풍습이 있는데, 발을 씻으러 가는 처녀의 옷을 청년이 잡아당기면 그녀는 싫든 좋든 그와 맺어져야 한다.
무슨 구닥다리같은 이야기냐고? 누군가는 어처구니없어 할 이러한 일이 지구 한 곳에선 지금 이 순간에도 전통이며 문화라는 이름으로 유지되고 있다. 세속적 친미정권이던 팔레비 왕조를 무너뜨린 호세이니의 혁명 이후 이란은 이슬람 원리주의 국가로 회귀했다. 폐지됐던 종교경찰이 득세하고 코란에 근거한 온갖 교리가 일상을 파고들어 국민의 삶을 옥죄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벌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