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주란 무엇인가. 문학을 비롯한 예술 부문에서 말하는 변주란 원본을 나름의 특색을 살려 재창조하는 일을 일컫는다. 변주는 동일한 것을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먼저 있는 것으로부터 터잡아 저만의 새로움을 만드는 일이다.
이를테면 한류열풍의 중심에 섰던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는 불굴의 의지를 가진 선한 주인공 박새로이가 저만 믿고 따르는 좌충우돌 동료들에 더하여, 남다른 두뇌를 가진 천재 조이서의 결정적 도움을 받아 업계 최강자의 훼방을 넘어 식품업계 신화를 쓴다는 얼개를 가졌다. 이는 유비가 관우와 장비에 더하여 제갈량을 얻고서야 천하를 바라보게 되는 <삼국지>의 캐릭터 설정을 변주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한국 드라마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인 <스토브리그>도 마찬가지다. 만년 꼴찌 프로야구팀에 단장으로 부임한 남승수의 이야기를 다룬 이 작품 역시 기존에 있는 이야기로부터 상당부분을 변주했다고 이해할 수 있다. 드라마는 고의로 성적을 추락시켜 팀을 해단하려는 구단주와 그룹 수뇌부들의 음모에도 불구하고 주어진 역할에 열과 성을 다하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담았다. 단장은 제 고용주이자 상급자라고 할 수 있을 구단주에게 반하면서까지 제 직분에 정성을 다해 마침내 팀을 위기로부터 구한다.
이는 다름 아닌 임진왜란의 영웅 이순신의 일대기와 상당부분 유사한데, 고용주와 고용인의 관계를 넘어 사람이 아닌 업의 본질에 충성을 다하는 그 삶의 본질에 다가섰다는 점에서 특별히 닮은 구석이 있다. 제가 임명한 장을 믿지 않고 거듭 해코지 하려는 경영주와 그럼에도 그에게 악감정을 품는 대신 지고지순한 마음으로 기적적 성과를 이룩하는 단장의 이야기가 여러모로 이순신을 떠올리게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