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달 국회에서는 굵직한 일이 연속으로 있었다. 21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체포 동의안을 시작으로 국방부, 여성가족부, 문화체육관광부 등 3개 부처 장관 인사청문회 그리고 서울 강서구청장 선거까지. 그중에 단연 화제는 김행 여가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였다. 국회는 정말 이대로 괜찮을까. 

지난 20일 KBS 1TV <추적60분>에서는 '국회에서의 한 달, 대치' 편이 방송되었다. 김행 여가부 장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 도중 나간 사건으로 시작한 이날 방송은 지난 한 달 국회와 정치권에서 벌어진 일을 다큐 형식으로 담았다.

취재 뒷이야기를 듣기 위해 지난 23일 해당 회차 연출한 신 PD와 전화로 인터뷰했다. 다음은 신 PD와 일문일답이다. 
 
 <추적60분>의 한 장면

<추적60분>의 한 장면 ⓒ KBS

 
- 방송 끝낸 소회가 어때요?
"이게 사실 딱 주제를 구체화하거나 내용을 구체화해서 들어간 게 아니어서 그 부분은 고민이 많았어요. 그래도 생각보다는 반응도 괜찮고 시청률도 나쁘지 않게 나와서 만족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 9월부터 한 달 국회에 대해 취재한 거잖아요. 어떻게 하게 된 건가요?
"10월이 국감 시즌이기도 하고 제가 정치 아이템을 안 한 지 좀 됐어요. 그래서 한번 정치 아이템을 해보자 생각해서 한 거예요. 근데 하다 보니까 이재명 대표 체포 동의안이나 인사청문회 등의 이벤트들이 생겨서 저희가 그때그때 충실하게 취재해 방송이 잘 만들어졌던 것 같습니다."

- 주제가 딱 정해지지 않아서 취재하기 어려웠을 것 같아요. 
"그렇죠. 체포 동의안 가결이든 인사청문회 파행이든 다 굵직한 이슈들인데 이것들을 하나로 묶어서 방송 내는 데 어려움이 있었고요. 또 요즘 정치 이슈는 특히 더 빨리 소비가 돼버리죠. 우리가 한 달 전 사건을 지금 내도 되냐는 고민이 있었고 처음에 취재 방향보다 많이 바뀌었습니다."

- 프롤로그를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장면으로 시작했는데, 왜 이렇게 하셨어요?
"어떻게 보면 놀랍고 흥미로웠잖아요. 김행 후보자라는 캐릭터 자체도 독특했고요.청문회 와중에 그렇게 후보자가 나가버려서 그대로 끝나버리는 경우도 거의 없었죠. 그리고 그 과정에서 여야 위원들이 설전을 벌이는 것도 방송적으로 시선을 잡아끌기 때문에 시청자들을 끌어모으기에는 굉장히 좋은 사례라고 생각했어요."

- PD님은 그 사건 어떻게 보셨어요?
"일단은 의혹이 많았죠. 특히 이게 불법과 합법의 영역에서 논란이 있는 의혹들이잖아요. 이런 부분에 대해서 제대로 해명하지 않았고요. 관련 자료도 제대로 제출하지 않고 말도 계속 바꿨잖앙. 청문회 전에 사퇴하는 게 맞지 않았나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어찌 됐든 청문회에 왔으면 후보자답게 자료 제출도 성실히 하고 협조했어야 의혹에 대한 검증이 제대로 됐을 텐데 그런 부분이 이루어지지 않아 아쉽고요. 결국 그런 과정이 쌓이다 보니까 위원장도 어떻게 보면 부적절한 발언을 하게 된 거죠. 사실 위원장은 중립을 지켜야 되는 입장인데 '사퇴하세요'라고 말했다는 것 자체는 맥락을 떠나서 잘못된 거긴 하잖아요."

- 김행 후보자 장관 지명 후 첫 출근부터 타임라인을 보여주셨는데요. 어떤 의도가 있었나요?
"프롤로그에서는 싸우고 김행 후보자가 나가는 걸 보여줬죠. 그러면 도대체 왜 그날 청문회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느냐를 설명해 줘야 하는 거잖아요. 그러면 김행 후보자가 어떤 의혹을 가진 인물이고 관련해서 어떤 발언들을 해왔는지, 어떤 태도를 보여왔는지 설명해줘야 하죠. 그날 청문회에서 벌어진 난장판을 이해시키기 위함이었죠."

-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인사청문회는 어떻게 보셨어요?
"사실 유인촌 장관 관련해서 제일 많은 의혹이 제기됐던 건, 과거 이명박 정부 시절 장관으로 재직할 때의 블랙리스트 사건 관여 여부잖아요. 근데 이게 결정적 증거가 없고 시간이 지난 일이다 보니 입증이 어렵지요. 청문회에서도 그 부분에 대한 지적이 계속 나왔지만, 결정적으로 증거가 나오거나 하진 않았죠. 나름 무난하게 끝난 청문회였던 것 같습니다."

- 신원식 국방부 장관 인사청문회의 경우,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문제에 대한 이준식 전 독립기념관장 인터뷰를 먼저 보여줬잖아요. 이유가 있을까요?
"기존의 김행 후보자나 유인촌 후보자와 좀 다른 방식으로 시작하고 싶었던 것도 있고요. 어쨌든 단순히 자료 화면으로 신원식 장관이 과거에 발언했던 걸 보여주기보다는 관련된 누군가가 보는 장면을 우리가 촬영해서 이야기를 끄집어내는 방법이 더 몰입력을 높일 수 있다고 판단했어요."

- 신원식 장관 인터뷰도 하셨는데요. 
"굉장히 언론 친화적인 분인 것 같아요. 물어보면 그래도 다 얘기를 해 주셨어요. 다만 그런 태도와는 별개로 홍범도 장군 흉상과 관련해 본인의 신념 체계는 굉장히 확고하죠. 굉장히 보수적이고요. 일종의 우익이라고 할 수 있는 가치관이 확고하게 자리 잡고 있다는 게 느껴졌습니다.

물론 신원식 장관도 홍범도 장군의 독립군 활동이라든가 독립운동에 기여한바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고요. 문제를 삼은 건 공산당 이력 하나인 거죠. 그걸 어떻게 바라보느냐 관점의 차이가 있는 거죠. 그 부분 관련해서 신념이 확고하다고 느껴졌습니다. 냉전 시대 이전의 공산당원 이력을 가지고 홍범도 장군이 육사와 어울리지 않다는 가치관은 역사를 너무 좁게 보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요."

- 신원식 장관 인사청문회 할 때 현장 분위기는 어땠나요?
"굉장히 논란이 됐던 거에 비해 청문회 자체는 조용했던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신원식 당시 후보자가 저자세로 준비를 되게 잘했어요. 본인 과거 발언에 대해서는 계속 사과를 했고요. 합리적으로 답변을 계속했기 때문에 그분 입장에서는 무난하게 마쳤던 것 같습니다."

- 지난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 당시 국회 내외의 분위기는 어땠나요?
"굉장히 드라마틱했죠. 이재명 대표 지지하는 쪽이나 민주당 쪽은 굉장히 침통했고 굉장히 심각한 분위기였고요. 또 반대로 국민의힘 쪽에서는 굉장히 만족스러운 결과였겠죠. 되게 시끄러웠습니다."

-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도 취재하셨던데 어땠나요?
"구청장을 뽑는 선거치고는 굉장히 요란하고 규모가 컸죠. 각 당의 지도부가 총출동했고 당대표도 왔고요. 그만큼 강서구청장 선거가 실제에 비해서 가지는 의미가 컸다고 봅니다."

- 방송 엔딩에서 오송 참사 유족 목소리를 담으셨는데요. 이유가 있을까요?
"단순히 '여야가 이렇게 싸우고 있습니다'라고 하고 방송을 끝내는 건 굉장히 허무하고 힘 빠지는 결말이라고 생각했어요. 그 과정에서 놓치는 건 뭐냐 하면 결국 현안인 거죠. 국민들의 직접적인 삶과 연관된 현안인 거고 그중에 하나로서 오송 참사 유족들을 만난 것이죠. 참사 후 100일이 다 되어가는데도 재발 방지 대책도 나오지 않았고, 책임소재도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죠. 이런 부분은 국회가 해줘야 하는데 제대로 논의되지 않고 있어요. 그런 의미에서 메시지를 담고 싶었습니다."

- 이번 회차의 전체적인 메시지는 뭘까요?
"방송에 제대로 녹여지지 않은 부분도 있지만 핵심에는 대통령실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이런 대치를 해소하고 협치하기 위해서는 정부 여당이 먼저 손을 내밀어야 되지 않나 생각을 하거든요."

- 취재하면서 느낀 점이 있다면. 
"개인적으로 국회 취재는 PD로서 하기 쉽지 않다는 걸 느꼈어요. 출입 기자가 아니기 때문에 국회에 출입하는 것 자체도 미션이었죠. 다만 단신 뉴스에서는 볼 수 없었던 현장의 생생한 분위기나 의원들이 그때그때 얘기해주는 부분들이 저는 재밌었거든요. 그런 걸 우리가 찬찬히 보며 구체적으로 담아낼 수 있었죠."

- 우리가 왜 국회와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 할까요?
"맨날 싸우는 것 같지만 우리 삶과 연결되는 법과 제도는 거기서 만들어지고 수정되는 것이잖아요. 그들이 제대로 일을 하고 있느냐에 대해 당연히 감시해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한편으로 국회는 독립적으로 있는 것이 아니고 결국 정부 대통령실과의 관계에 따라 좌지우지 되는 거잖아요. 결국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해서도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기회지 않을까 해요. 그래서 국회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신민섭 추적60분 국회 대치 김행방불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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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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