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플로라 앤 썬> 스틸컷

영화 <플로라 앤 썬> 스틸컷 ⓒ CJ CGV

 
영화 선정에 까다롭기로 유명한 한국 관객 취향을 저격할 만한 영화 장르는 무엇일까. 바로 '음악'을 소재로 하는 거다. 한국에서 음악 영화는 중박은 간다는 속설이 있다. 예로부터 음주 가무를 즐겼던 선조의 DNA가 아로새겨진 것일까. 1인치 자막도 뛰어넘는 무의식이 이끌림일까. 영화는 몰라도 들으면 단박에 느껴지는 감흥은 세대를 초월하기도 한다. 음악은 시대와 국경, 문화, 언어를 초월해 가슴을 두드리는 무언가를 선물해 준다.
 
<원스> <비긴 어게인> <싱 스트리트> 등 제목만 들어도 OST가 재생되는 '존 카니' 감독의 신작 <플로라 앤 썬>이 가을과 함께 찾아온다. 고향 아일랜드 더블린을 배경으로 듣는 순간 매료되어 버리는 음악 리스트를 장착했다. <원스>의 'Falling Slowly', <비긴 어게인>의 'Lost Stars'와 비견되는 잊을 수 없는 보석 같은 곡들이 담겨있다.
 
제48회 토론토국제영화제에 공식 초청되며 호평받았고, Apple TV+ 오리지널 영화로 29일 스트리밍, 한국에서는 22일 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사운드 좋은 극장에서 경험하는 것이 영화 속 음악을 제대로 들을 수 있는 귀 호강 찬스임을 부정할 수 없다. 존 카니가 선사하는 오리지널 음악을 흥얼거리며 티격태격하던 플로라와 맥스를 떠올리게 될 것이다.
 
괴짜 엄마와 뮤직비디오를 찍은 아들

  
 영화 <플로라 앤 썬> 스틸컷

영화 <플로라 앤 썬> 스틸컷 ⓒ CJ CGV

 
17살에 아들 맥스(오렌 킨란)를 낳아 싱글맘으로 살아가고 있는 플로라(이브 휴슨)는 맥스의 반항적인 성향 때문에 골치 아프다. 대체 뭐가 되려고 그러는지 동네 유명한 사고뭉치다. 그래도 밴드 출신인 아빠 이안(잭 레이너)의 유전자를 물려받아 음악에 재능이 있는 것 같다. 이마저도 추측일 뿐 엄마와 말도 안 섞으려 드니 이유도 모르겠다.
 
플로라는 우연히 낡은 어쿠스틱 기타를 맥스에게 선물해 보지만 일렉트로닉 음악에 빠져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할 수 없이 떠안게 된 기타를 매고 돌연 기타를 배우겠다고 선언한 플로라. 클럽에서 춤추는 것 밖에 몰랐지만 음악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고 타인과 소통할 수 있는 법을 알아간다.
 
시작이 반이다. 유튜브에서 공짜 레슨을 받아 보려고 하지만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러던 중 부드러운 인상인 LA에 사는 뮤지션 제프(조셉 고든 레빗)에 이끌려 유료 레슨임에도 덥석 신청한다. 처음에는 기타 수업보다 플러팅에 열 올렸지만, 제프의 수업 방식에 매료되어 음악을 가슴으로 느끼게 된다. 1만 km 떨어진 곳에서 감정을 확인 두 사람. 기타 선생과 제자 사이를 넘어 소울메이트가 되고, 상처받은 각자의 마음마저 치유하는 기적을 얻는다.
 
한편, 아들이 자작곡을 만든다는 사실을 깨닫고 지원에 나서게 된 플로라. 매일 방구석에만 처박혀서 컴퓨터만 하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음악에 몰두하고 있었다. 내친김에 기타 실력까지 뽐내며, 자작곡과 뮤직비디오를 만들며 추억을 쌓아간다.
 
음악, 언어 없이 소통하는 최고의 무기
  
 영화 <플로라 앤 썬> 스틸컷

영화 <플로라 앤 썬> 스틸컷 ⓒ CJ CGV

 
플로라를 따라 사연에 집중하고 음악에 매료되다 보면 마법처럼 기분이 좋아지는 영화다. 어린 나이에 아이를 낳고 준비 없이 엄마가 된 싱글맘과 방황하는 사춘기 아들과의 케미로 웃음 짓게 한다. 플로라는 엄마 이전에 한 여성이자 인간으로 사랑받고 싶은 욕구가 강하다. 자존감은 높지만 이를 어떻게 드러내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했었고 상처 주기도 했다.
 
그러던 중 제프와 가까워지며 음악, 세상, 아들을 조금씩 이해하게 된다. 가사는 몰라도 마음이 먼저 동요하는 순간, 같이 부르는 은밀한 2분 30초의 떨림, 직접적인 단어를 쓰지 않고도 전해지는 가사의 힘을 배워간다. <원스>의 타인, <비긴 어게인>의 부녀, <싱 스트리트>의 친구, <플로라 앤 썬>의 모자를 넘나들며 다시 한 관계와 번 소통에 관해 이야기한다.
  
 영화 <플로라 앤 썬> 스틸컷

영화 <플로라 앤 썬> 스틸컷 ⓒ CJ CGV

 
세상의 모든 어머니에게 용기와 위로를 건넨다. 제목이 엄마와 아들이 아닌, 플로라와 아들인 이유도 명쾌하게 풀어낸다. 기타를 조율하고 코드를 변형해 같은 곡도 전혀 다르게 들리는 것처럼 삶의 다양한 모습을 전한다. 기타를 둘러 맨 더블린의 싱글맘에게 거칠 것이 없다.
 
특히 플로라 역의 이브 휴슨은 그룹 U2의 보노 딸이기도 해 기타, 노래, 작곡, 춤에 일가견 있는 재능을 발휘하는데 충분하다. 아들 보다 더 놀고 싶은 철부지 엄마를 완벽하게 소화하며 활력을 불어 넣는다. 더불어 영화에서 한 번도 공개된 적 없는 조셉 고든 레빗의 기타 실력이 녹아들어 가 진솔함이 배가 된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장혜령 시민기자의 개인 브런치(https://brunch.co.kr/@doona90)에도 게재했습니다.
플로라 앤 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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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쓰고, 읽고 쓰고, 듣고 씁니다. https://brunch.co.kr/@doona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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