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마블스>는 박서준의 할리우드 진출작이자 MCU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합류로 주목받은 영화다. MCU가 예전만큼의 인기를 누리지 못하는 상황에서 MCU 페이즈 5의 세 번째 영화이자 캡틴 마블 실사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으로 <더 마블스>가 갖는 부담감도 클 듯하다.

그래서인지 스스로도 부풀린 몸집의 한계와 세대교체 실패를 교훈 삼아 새로운 변혁을 준비하고 있는 듯 보인다. <캡틴 마블 2>가 아닌 <더 마블스>란 이름으로 세 히어로를 한 팀으로 묶었고, MCU 작품과 차별화 전략을 택했다. 
 
혼자일 때 보다 커지는 힘, 팀플레이
    
캡틴 마블 '캐럴 댄버스'(브리 라슨)는 복수를 꿈꾸는 크리족의 리더 '다르-벤(자웨 애쉬튼)'과 맞붙는다. 다르-벤은 모행성 할라를 파괴한데 앙심을 품고 증오와 복수심에 불탄다. 캡틴 마블이 사랑하는 행성에서 공기, 물, 빛을 빼앗을 계획을 세운다.
 
다르-벤의 행동으로 친구 마리아 램보(라샤나 린치)의 딸이자 빛의 파장을 조작하는 히어로 '모니카 램보(테요나 패리스)', 캡틴 마블의 열성팬인 고등학생 미즈 마블 '카말라 칸(이만 벨라니)'과 위치가 바뀌는 해프닝이 생긴다.
 
세 사람은 '빛'을 매개로 서로 연결되어 있었다. 능력을 쓸 때마다 랜덤으로 위치가 바뀌어 예측 불가 상황이 발생하게 된 것이다. 의도치 않게 우주를 넘나들게 된 세 사람은 '더 마블스'를 결성한다. 지구의 위기를 넘어 우주의 위기를 초래하는 전쟁을 막기 위해 힘을 모으기에 이른다.
 
어둠을 밝히는 빛의 속성
    
<더 마블스>는 캡틴 마블(히어로)이 아닌 캐럴 댄버스(인간)로서의 서사에 중점을 두었다. MCU의 최강 능력자인 캡틴 마블은 그동안 홀로 문제를 해결했었다. 가장 강력한 히어로이기 때문에 고민도 없을 거라 생각했지만 의외였다. 잘못된 실수를 만회하려는 책임감, 친구 딸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한 의무감에 분투하는 인간적인 모습을 보인다. 이는 친구의 죽음 이외에는 큰 상처가 없었던 캡틴 마블의 서사를 풍성하게 채워준다.
 
빛은 셋을 관통하는 하나의 키워드다. 모니카 램보는 빛을 시각화하고, 파장을 조작하기도 하며, 투과 능력을 갖추었다. 카말라 칸은 할머니의 뱅글로 초인적인 힘을 자각한다. 빛을 형상화해 자유자재로 무기화하는 능력을 지녔다. 통통 튀는 십 대만의 텐션으로 귀여움까지 발산한다. 마지막으로 캡틴 마블은 빛을 흡수하는 능력자다. 이 셋은 어디서도 본 적 없는 액션 시너지를 선보인다. 각자 위치를 계산하며 능력을 통제하고 새로운 시도를 완성하기에 이른다.
 
화난 여성들의 주먹다짐은 스위칭 액션으로 표현했다. 세 사람은 빌런 '다르 벤'이 가진 뱅글 한쪽과 모종의 힘으로 한데 얽히게 된다. 빌런은 존재감은 다소 약했지만 환상의 팀워크로 잊지 못할 액션을 선보인다.
 
얀 왕자 맡은 박서준, 기대에 못 미치는 역할
    
박서준의 분량은 생각보다 짧다. 다 합쳐 5분 남짓이다. 할리우드 첫 진출작이 MCU라는 사실에 만족해야 할 것 같다. 캡틴 마블과 정략결혼한 알라드나 행성의 얀 왕자를 맡았다. 기대에 못 미치는 아쉬운 역할이다.
 
얀 왕자는 말을 노래로 하는 알라드나 행성에서 춤과 노래로 더 마블스를 환영한다. 예를 들면 뮤지컬 형식인데 객석에서는 웃음이 터져 나왔다. 눈에 힘이 들어간 어색한 표정과 과장된 목소리 톤을 유지한다. 
 
그 밖에도 구스의 귀여운 모습이 떼로 나와 무장해제된다. 평소에는 사랑스러운 고양이 모습을 하고 있지만 입을 벌리면 무엇이든 삼켜버리는 외계 종족 플러큰의 충격도 만만치 않다. 이번에는 아기 고양이 모습을 한 플러키튼이 떼로 등장해 신스틸러의 면모를 과시했다.
 
<더 마블스>는  여성, 연대, 십 대를 키워드로 캡틴 마블을 중심에 둔 모두의 성장에 초점을 맞췄다. 30년 만에 꼬마 모니카의 이모로서 지켜낸 약속, 십 대 카말라의 우상으로서 보여준 리더십을 평가받는 자리다. 누군가의 본보기였던 캡틴 마블의 고뇌와 갈등을 유쾌하게 그려냈다. 벌써부터 호불호가 갈리지만 재미있게 즐겼다면 진정한 승자다. 쿠키는 1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