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 금액이 5조에 이르는 최악의 폰지 사기가 일어났다. 말레이시아에 회사를 둔 MBI 이야기다. 이 회사에 650만 원을 투자하면 1년 후 매달 150만 원의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투자자들은 대부분 말레이시아에 있는 본사 건물까지 확인한 후 거액을 투자했다. 그러나 MBI는 실체가 없는 회사였고 투자금은 허망하게 날아갔다. 어떻게 된 것일까?

지난 11일 KBS 1TV <추적 60분>에서는 '10년의 추적, 끝나지 않은 MBI 금융사기' 편이 방송되었다. 이날 방송에서는 MBI 금융사기를 추적하는 한편 사기 피해자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취재 이야기를 듣기 위해 해당 회차를 연출한 이칠봉 PD와 지난 14일 전화 연결했다. 다음은 이 PD와 나눈 일문일답 정리한 것이다.

"말레이시아에 MBI 광고 붙여놓고 피해자 유혹"
 
 이칠봉 PD

이칠봉 PD ⓒ 이칠봉 제공

 
- 지난 11일 방송된 KBS 1TV <추적 60분> '10년의 추적, 끝나지 않은 MBI 금융사기' 편 연출 하셨잖아요. 방송 끝낸 소회가 어떠세요?
"걱정 많이 했는데 방송 후 반응이 좋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이게 새로운 유형의 폰지사기 사건이기도 했고 또 사건이 너무 방대해서 그 실체를 입증할 수 있는 자료 확보도 힘들었어요. 무엇보다 조직 구조를 보면 많은 엄청난 사람들이 얽혀 있어요. 그래서 어떻게 스토리를 풀어야 시청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을까 생각했어요. 왜냐하면 저도 참 어려웠거든요. 그래서 그 부분이 제일 막막하고 고민이 많았고 힘들었는데 어쨌든 뭐 반응이 좋아서 지금 좀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 MBI의 금융사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주목하게 되었어요?
"제가 2022년 12월 16일 <시사 직격>에서 '지옥문이 열리다 - 노년을 노리는 코인 다단계의 덫'이라는 제목으로 제작한 경험이 있어요. 그래서 다단계 사건에 대해서 알고 있었던 상황이었는데 그때도 가상자산 투자라고 하는 다단계 사건으로 노후 자금을 다 잃고 위기에 빠진 노년들의 심각성을 느꼈고 상황이 심각했어요. 그런데 이번에 제보받고 사전 취재를 해보니 이 사건의 규모에 엄청 놀랐어요. 왜냐하면 한국에서 피해액만 5조 원이더라고요. 또 이번에는 예전과 달리  말레이시아에 회사를 둔 국제적 다단계 사기 사건이라는 게 너무 흥미로웠어요. 그래서 이거 해야 되겠다는 확신이 들었죠."

- MBI 그룹이 말레이시아 회사로 나오던데 어떤 회사인가요?
"그들이 얘기하는 MBI 그룹은 중국계 말레이시아인 테디 토우라는 사람이 금융 선진국으로 알려진 말레이시아에 회사를 세웠어요. 본인들이 얘기하기로는 건설, 쇼핑몰, 리조트, 관광 등 계열사를 100개나 소유한 투자회사라고 소개해요. 그리고 현재 세계에서 최고의 SNS인 페이스북과 동일한 mface라는 플랫폼을 만든다는 거예요. 그들은 2014년 말 기준 4억 5000명 정도 되는 유저를 확보했다고 얘기를 해요. 그리고 나스닥에도 상장할 것이니 이 플랫폼에 투자하면 플랫폼 안에 광고할 수 있는 광고권을 준다고 사람들 유혹했거든요. 그러면서 나스닥에 상장이 아직 안 돼 있으니까 선물 개념으로 GRC라는 이게 가상화폐로 보는 게 맞는 거 같아요. 그러면 이걸 상호 간에 주식이나 코인처럼 매도 매수할 수 있게끔 해서 이 가치를 상승시켜서 부자 될 것이야라고 투자 유혹을 한 그 회사죠."

- MBI가 실제 존재하는지 아니면 유령회사인가요?
"결론적으로 말하면 유령 회사라고 봐야죠.  왜냐하면 현재 테디 토우도 구속이 됐고 유령 회사들 실체가 없는 거죠."

- 방송 보니까 말레이시아에 MBI 광고가 많이 있나 보던데 그건 뭔가요?
"이들의 사기 수법이 독특했던 게 한국에서 투자를 권유하면 사람들이 잘 안 믿잖아요. 그러면 그 사람들을 모아서 말레이시아를 데리고 가요. MBI 그룹이 대단하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 굉장히 노력했던 것 같아요. 공항에 내리자마자 비행기 외부 전체에 MBI의 광고를 하고 그다음에 트랩 전체에도 MBI 광고가 있어요. 그리고 심지어는 도심으로 들어가는 길에 고속도로 톨게이트가 나오잖아요. 톨게이트 전체에도 MBI 광고가 있어요. 그러니까 한국 사람들은 가면 우리나라 삼성만큼 대단한 회사라고 생각했대요. 그렇게 사람들을 유혹했던 거죠."

- 본사 건물도 있는 것 같던데.
"MBI 본사라는 게 그 실체가 없고 홍보 같아요. 왜냐하면 이 사람들 못 들어가게 하고 본사 앞에서 사진만 찍게 해요. 그러면 그 건물 위에 MBI라는 글자가 써져 있잖아요. 그러니까 외형적인 것만 계속 보여주는 거예요."

- 그럼, 겉모양만 본사처럼 했을 수 있겠네요?
"그렇죠. 거기서 사진을 찍게 하고 이 사람들이 MBI 광고가 있는 데만 데리고 다니면서 사진을 찍게 하고 본사에서도 앞에서만 찍게 하고 안에는 못 들어가는 거예요. 처음에 출연했던 성오봉씨가 소변이 마려워서 그쪽에 몰래 들어갔는데 경비가 막아서 못 들어가게 했던 거죠. 성오봉씨는 MBI 회원이라고 했는데 경비가 MBI 그룹 자체를 모르는 거예요."

- 성오봉씨는 MBI 그룹 창업주까지 만났으니 믿을 수밖에 없었을 것 같아요. 테디 토우는 어떻게 만난 건가요?
"최상위 핵심 멤버가 성오봉씨를 데리고 왔을 때 테디 토우가 그 섬에 있었어요. 그래서 거기를 사람들을 데리고 갔죠. 근데 잠시 봤대요. 인사만 하고 얘기는 할 수 없었고 그냥 사진 찍고 단체 사진 찍고 악수하고 그 정도였대요."

- 이게 외국 회사인데 어떻게 한국에 오게 된 건가요?
"MBI 그룹의 현재 피해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한국, 중국, 홍콩, 대만, 싱가포르 등 아시아 전역에 퍼져 있어요. 지금 피해가 엄청난데 중국만 해도 현재 피해가 90조가 넘는다고 하는데 아무튼 그래서 중국에서 강제 송환을 했잖아요. 그러니까 처음에 말레이시아에서 해서 아시아 전역으로 퍼진 거죠. 그중에 한 나라가 우리나라였던 거죠. 우리나라만 된 게 아니라 한국, 중국, 홍콩, 대만, 싱가포르 등 아시아 전역에 퍼졌어요. 그때 우리나라에 들어왔던 거죠."

- 2018년 MBI 투자 강의 했던 배진호(가명) 교수를 만났는데 잠깐 기다려 보라더니 도망갔죠. 어떤 상황이었나요?
"최상위 모집책들이 다 흩어져서 지금 어디 있는지 몰랐는데 수소문 끝에 배진호 교수가 어디 있는지 제가 알게 됐어요. 배진호 교수가 한 식품 다단계 회사에서 강의도 하고 한다고 해서 그 날짜에 맞춰 갔죠. 근데 안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막 찾다 보니까 강의하고 있는 장소 그 뒤에 맨 뒤에 앉아서 노트북으로 어떤 작업을 굉장히 열심히 하고 있더라고요. 제가 취재를 왔다고 하니까 좀 많이 당황해하더라고요. 그러더니 '알겠다. 잠시 바로 옆에 있는 공간 사무실에서 잠깐만 기다려 달라. 전화 한 통만 하고 가겠다'면서 저를 안내했는데 사실 저는 변호사랑 통화하는 줄 알았어요.

왜냐하면 제가 취재 하다 보면 취재 거부 한다든지 말 안 한다든지 여러 가지 유형들이 있어요. 근데 그중의 하나가 보통 법률적 자문 구하려고 변호사에게 전화하는 분들이 많아요. 그래서 변호사한테 전화하는 줄 알고 조금 기다렸어요. 근데 그러는 사이에 이 회사 이사라는 남자하고 직원이라는 여자가 처음부터 저를 계속 따라왔던 분이 있어요. 이 둘이 와서 갑자기 말 시키면서 방문 닫는 거예요. 그러면서 사무실 문에 보면 작은 창문 유리가 있어 밖을 볼 수 있는데 그걸 등으로 막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이건 이상하다 싶어 밖에 나가 보니까 아니나 다를까 배 교수가 도망을 갔던 거죠.

"계속 반복되는 피해... 처벌 제도 강화해야"
 
 >추적60분>의 한 장면

>추적60분>의 한 장면 ⓒ KBS

 
- 방송 보니 MBI 사기 문제가 2014년에도 있었고 방송도 했는데 왜 해결이 안 된 거죠?
"그 부분은 제가 취재한 약탈 경제 반대 행동에 이민석 변호사라고 나와요. 이분은 이렇게 보더라고요. 제가 안 그래도 이 부분에 대해서 취재할 때 물어봤는데 당시 A 씨는 방문판매법으로 이미 해외로 도주했고 방송이 나가고 나서 그다음에 B 씨하고 C 씨가 있어요. 이 3명이 1호 사업자죠. 근데 이 둘만 기소가 되었다고 하더라고요. 근데 1심에서 사기 방판 방문판매법으로 징역 4년을 받았는데 2심에서는 이 사기죄가 무죄가 되고 방문판매법만 징역 4년을 받았다 하더라고요."

-왜 무죄가 된 건가요?
"법원에서는 사기로 볼 수 있는 근거가 미약하다고 본 거죠. 그러니까 무죄라는 게 죄 없다는 게 아니잖아요. 원래 법원에서는 자료가 충분하지 않아 입증할 수 없을 때 더 입증해라는 식으로 해서 무죄를 내리기도 하잖아요. 이게 빌미가 됐고 사람들은 '봐라 나는 사기가 아니다'라고 하면서 또 활성화가 됐던 계기가 됐다고 하더라고요."

- 혹시 검찰이나 경찰 유착은 없었을까요?
"그건 제가 아직 알 수가 없습니다. 피해자들이 사실은 유착 부분을 얘기해요. 왜냐하면 수사가 자꾸 안 되고 미비했던 게 뭔가 뒤에 누군가 있다든지 아니면 검찰이나 경찰에서 봐주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데 그 단계까지는 제가 알 수는 없습니다."

- 강원도 강릉에 MBI 피해자가 많은가 봅니다?
"사실 2016년부터 전국적으로 MBI 금융사기가 퍼졌을 때 강릉 센터가 그 당시 다른 지역보다 일찍 생겼어요. 여기 피해가 많이 컸는데 아무래도 지역적인 이유가 있어요. 왜냐하면 강릉 지역이 좁다 보니까 한 사람만 건너면 다 친구고 친척이고 지인이고 학연·지연으로 똘똘 뭉쳐 있잖아요. 근데 아시다시피 다단계 폰지사기라는 게 사람을 많이 데리고 와야 하는 시스템이잖아요. 그래서 나중에 들어온 사람의 돈으로 먼저 들어온 사람에게 돈을 메워주고 이런 식이잖아요. 그러니까 사람을 계속 끊임없이 데리고 와야 이 돈이 흐르는데 지역사회다 보니까 사람은 있잖아요. 그러다 보니 좁은 지역 사회에서 아는 사람들끼리 했기 때문에 굉장히 피해가 컸던 거라고 해요. 여기는 한 사람당 평균이 몇 억대예요."

- 피해자들 만나 보니까 뭐라고 하나요?
"처음에는 다 반신반의했대요. 근데 사람을 너무 믿었고 지역사회고 그다음에 단순하게 노후에 편하게 살 욕심으로 할 수밖에 없었는데 현재는 강력한 처벌을 원하죠."

- 사기 범죄자 처벌을 강화하면 줄어들까요?
"그렇죠. 왜냐하면 이게 계속 반복되잖아요. 그러니까 이름만 용어만 변하면서 사기 범죄가 끊임이 없잖아요. 그래서 제가 취재 중 만났던 이윤호 경찰학과 교수님은 이런 얘기를 해요. 그러니까 우리나라는 피해자가 여럿이 있을 때 그중에 피해액이 가장 큰 한 사람 피해액 중심으로 형량이 정해진다고 해요. 근데 외국에는 합산을 해서 그 토탈 금액에 대한 형량인데 우리나라는 피해자가 많을 경우에 피해 금액이 제일 큰 한 사람의 피해 금액을 중심으로 형량이 정해진다고 해서 형이 낮다고 얘기를 하거든요.

현재 가중처벌법에는 50억 원 이상의 피해자가 생겼을 경우에 무기까지 선고를 할 수 있다고 하는데 그거는 일반 사기고 이 폰지 사기 같은 경우에는 한 사람이 50억 이상의 피해액이 나올 수가 없잖아요. 그러니까 예를 들면 1억씩 2억씩 이렇게 천 명한테 사기를 친 사기범이 한 사람한테 50억을 사기 친 사람보다 훨씬 가벼운 처벌을 받는 구조라는 거죠. 그러니까 이런 구조가 문제라는 거죠. 그래서 빨리 처벌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고 얘기를 하시고 피해액을 은닉하고 숨겨놓으면 어떻게 할 방법이 없는 게 현행인데 이걸 하루빨리 징벌적 배상 제도로 해서 몰수를 할 수 있는 법을 만들어야 되지 않겠느냐고 얘기를 하시더라고요."

- 취재하며 느낀 점 있을까요?
"매번 이런 사건들 취재하면서 느낀 게 대부분의 피해자들이 노년층이라는 게 가슴 아프고 답답해요. 왜냐하면 사기꾼들이 노리는 타깃 연령대가 40대, 60대, 70대 노후를 걱정하는 세대들이잖아요. 근데 이분들은 한 번 무너지면 다시 회생하기가 힘든 세대거든요. 그래서 피해가 컸을 때 더 마음 아프고 현재도 제가 보면 아직도 강남 어딘가에서 많은 유형의 다단계 사기 사건이 이루어지고 있을 거예요. 제가 강남 취재할 때도 300명 400명씩 강의를 들으러 오는 사람들을 봤는데 이런 것들을 보면서 마음이 아프죠. 왜냐하면 이 세대들이 경제적으로 불안하니까 그런 데 가시는데 공짜가 없잖아요. 그런 유혹에 안 빠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고요. 우리 방송 말미에도 MC가 얘기했지만 사실 이유 없는 친절에는 다 이유가 있거든요. 그래서 달콤한 유혹에 빠지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이 들고 씁쓸해요."
이칠봉 추적 MBI 폰지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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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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