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파> 기획보도 '스포츠혁신 4년'의 한 장면

<뉴스타파> 기획보도 '스포츠혁신 4년'의 한 장면 ⓒ 뉴스타파

 
2019년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 선수를 조재범 전직 국가대표 코치가 3년여간 성폭행해 온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이 사건으로 조 전 코치는 징역 13년형을 선고받았다. 그 이후 정부는 스포츠혁신위원회를 구성해 엘리트 스포츠의 병폐를 뿌리 뽑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4년이 지난 지금도 바뀐 건 없다.

지난 6월 <뉴스타파>는 이를 3차례에 걸쳐 '스포츠 혁신 4년'이란 이름으로 기획 보도했다. '스포츠 혁신 4년'은 지난해 김포 FC 유소년 축구단에서 활동하다 폭력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정 모 군 사건을 중심으로 스포츠 내 끊이지 않는 폭력 문제를 짚었다.

취재 이야기가 궁금해 지난 6월 28일 <뉴스타파> 오대양 기자와 김용헌, 최윤정 기자를 서울 충무로역 근처 뉴스타파 함께센터에서 만났다. 

- '스포츠 혁신 4년' 기획보도를 마친 소회가 궁금합니다.
오대양 기자(이하 오): "<뉴스타파> 저널리즘스쿨을 수료한 1기 펠로우들과 함께 추진했던 프로젝트고요. 젊은 펠로우 기자들이 현장을 누비면서 같이 만들어 낸 성과물이라 굉장히 의미가 있죠."
최윤정 펠로우 기자(이하 최): "저는 원래 스포츠에 관심이 별로 없었어요. 근데 취재하면서 새로 알게 된 부분도 많고 생각보다 재밌어서 좋았어요."
김용헌 펠로우 기자(이하 김): "마무리는 했지만 계속 스포츠 분야를 지켜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스포츠계에선 여전히 폭력, 불법 합숙소 운영, 불법 찬조금 모금 같은 일들이 관행적으로 일어나요. 지난주에는 프로 축구 2부 리그 안산 그리너스 임종헌 감독이 선수 선발 비리 혐의로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았거든요. 이런 일들을 꾸준히 지켜보면서 감시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 2019년 성폭행 피해가 알려지며 스포츠 혁신에 대한 요구가 있었습니다. 그로부터 4년이 지난 지금 이 문제를 다시 짚게 된 이유가 있나요?
: "저희가 먼저 주목했던 건 학생들 그리고 유소년들의 인권 문제였습니다. 당시 학교폭력 문제가 주 현안이었는데, 저희가 조명하지 못하고 있는 문제 중에 탐사보도로 다룰 수 있는 영역이 있을지 기자들에게 주문했었어요. 공통으로 스포츠 분야에 있는 문제들이 나왔어요. 그래서 현장 사례를 취재하고 그 이면에 있는 구조적 원인이 뭔지에 대한 고민으로 나아갔어요. 저희가 취재에 착수했을 때 이미 김포 FC 학생 한 명이 극단적 선택을 한 지 1년도 넘은 시점이었어요. 그것부터 복기를 시작했습니다."
 
허술한 법과 관리-감독 피하려는 사람들

- 지난해 스스로 생을 마감한 정 모 군 사건은 어떤 건가요.
: "작년 4월 김포 FC 18세 이하 팀에 소속된 학생 선수 정 모 군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어요. 사망 직전 남긴 글에 코치진의 언어폭력이나 동료 선수의 괴롭힘이 있었다는 내용이 나와요. 이 글을 기반으로 스포츠윤리센터에서 조사에 착수했어요. 조사 결과 중학교 팀 동료 1명이 정 군을 괴롭힌 사실과 김포 FC 18세 이하 팀 코치진의 인권침해 사실이 인정됐어요. 그중에서 저는 합숙 문제를 특히 주목했어요. 합숙은 코치진의 24시간 선수 규율, 선후배 사이의 군기 등으로 오랫동안 폭력의 근원으로 지적됐기 때문에요."

- 정 모 군이 휴대폰을 봤다는 이유로, 전체 학생의 휴대폰을 일주일간 압수했다던데.
: "규칙을 어겼다면 혼자서 벌을 받아야 하는데 본보기로 모든 선수의 핸드폰을 빼앗았어요. 그러면 당연히 친구들의 미움을 샀죠. 개인으로서는 압박감을 받았을 것이고요. 피해자 부모님이 이 부분을 마음 아파하시더라고요. 학교 밖 운동부라고 볼 수 있는 스포츠클럽을 규제하는 '스포츠클럽법'이 있어요. 스포츠클럽도 상시 합숙은 할 수 없어요. 그런데 지방자치단체에 스포츠클럽으로 등록해야만 이 규제를 적용받거든요. 스포츠클럽 대다수가 관리·감독 대상이 되기 싫으니 등록을 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법의 사각지대가 만들어진 것이죠."

- 그렇다면 학원으로 분류가 되나요?
: "학원도 아니에요. 스포츠클럽은 운동을 가르치는 학원인 셈인데도요. 그래서 2021년 4월 국가인권위원회 스포츠인권특별조사단에서 교육부에 '학원법을 개정해서 체육을 포함시키라'고 권고했어요. 그러나 교육부는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체육시설법으로도 관리가 가능하다는 이유였는데, 체육시설법과 학원법은 개념이 달라요. 체육시설법은 시설에 대한 법안이에요. '운동장을 운영할 때 시끄럽지 않게 해라', '골프장을 어떻게 운영해라'는 식이죠. 학원법은 교습자가 가르칠 때 어떻게 해야 한다든지, 학생을 숙박시킬 땐 어떤 원칙을 지켜야 한다든지 등 학원 운영 전반을 관리·감독하는 법안이에요. 교육부가 권고안을 반려했을 때 인권위원회 내부에선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많았다고 해요."
 
 <뉴스타파> 오대양(오른쪽) 기자와 김용헌(왼쪽), 최윤정(가운데) 펠로우 기자.

<뉴스타파> 오대양(오른쪽) 기자와 김용헌(왼쪽), 최윤정(가운데) 펠로우 기자. ⓒ 이영광

 
늘어나는 학교 밖 운동부들, 징계도 소용없다?

- 2019년을 기점으로 학교 밖 운동부가 늘어나는 것 같은데 이유는 뭘까요?
: "이 부분에 대해 저도 전문가들, 학부모들과 얘기를 많이 해봤어요. 크게 두 가지로 압축하면, 첫 번째는 학교 운동부가 사건·사고를 워낙 많이 일으켜서 교장 선생님이 운동부를 껄끄러워해요. 학교 밖에서 일종의 재창단을 하는 거죠. 두 번째는 스포츠 저변 확대 정책과 맞물린 면이 있어요. 예전에는 대회에 참가하려면 학교 운동부로 자격을 갖춰야 했다면, 지금은 스포츠클럽도 참여할 수 있는 대회가 많아졌어요."

- 2018년 2월 경기도의 한 중학교 유소년 축구팀에서도 폭행 사건이 발생했어요. 가해자인 감독은 남고 피해자만 소속팀에서 나와야 했던데, 이런 문제가 반복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 "우선 성폭력이나 다른 학교폭력 사례에서처럼 결국은 권력 때문이죠. 스포츠클럽은 지도자와 선수 사이에 권력 격차가 크고 그 때문에 폭력도 발생할 수 있었던 환경이에요. 피해자가 문제제기로 구제받을 수 없고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고 생각해요.

- 학교 운동부였다면 상황은 달랐을까요?
: "만약 학교 운동부였다면 교장 선생님, 체육 선생님 등 피해 학생들을 구제해 줄 수 있는 다른 주체도 있죠. 반면 클럽은 내부의 최고 권력자가 가해자인 감독이기 때문에 제대로 된 외부 개입이 없어요. 어떤 문제가 생긴 이후에도 상황이 내부에서만 정리되고, 피해자는 그만두고 가해자는 남게 된 것 같아요.

또한 학교에 소속된 지도자들은 문제를 일으키면 계약이 해지되는 등의 방법이 있어요. 그렇지만 클럽 지도자에게 대한축구협회가 징계를 준다고 해도, 인력과 예산이 늘 부족하거든요. 모든 현장에 가서 일일이 감시할 수 없다고 하더라고요. 또 징계받았다는 사실이 공개되지 않고 학부모들도 이를 용인하는 경우가 많아요. 훈련 현장이나 경기 현장에서 징계받은 지도자가 나타나도 문제제기를 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고 들었습니다."

- 스포츠혁신위는 1년에 걸쳐 7개의 권고안, 52개 세부 과제를 만들었습니다. 지금 권고안은 어떻게 되고 있나요?
: "권고안은 말 그대로 '권고'거든요. 각 부처 차관급 관료들도 같이 논의한 사안이기 때문에, 이전 문재인 정부까지는 진행 상황에 대한 보고서들이 있습니다. 반면 윤석열 정부는 대선 당시에도 '혁신위 권고안에 대해 재검토하겠다'고 공언했습니다. 실제로 올해 1월 주요 사안에 대해 역행하는 결정을 내리기도 했습니다. 물론 절차적인 부분은 현 정부도 잘 지켜왔고 권고안 재검토에 대한 근거도 제시했어요. 그렇지만 권고안들이 하나하나 개별적인 게 아니라, 촘촘하게 이어져 있고 패러다임의 변화를 주문한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이도 저도 아닌 상황이 되었고, 목적지로 가고 있는 게 아니라 이리저리 표류하고 있죠."

- 취재하면서 느낀 점이 있다면요?
: "스포츠계를 감시하는 언론사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뉴스타파>에서 독립언론 100개 만들기 프로젝트를 하고 있는데, 스포츠 독립 매체가 생기면 어떨까 싶어요. 지금 스포츠 매체에 종사하고 계신 기자님들 중에 스포츠 분야의 어두운 부분을 바꿀 수 있을지 고민하고 계신 분들이 있을 것 같아요. 저널리즘스쿨부터 독립 매체 창간까지 문이 열려 있으니까,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어요."
: "감독이 학부모들의 85%의 동의를 받고 체벌했다고 해명해서 놀랐어요. 아직도 중학생 아이들을 체벌할 수 있다는 게 놀라웠고, 폐쇄적인 스포츠 현장의 시각이 (현실과) 다르다고 느껴서 앞으로도 관심을 많이 가져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 "우리 사회 저변에 양태만 다를 뿐이지 동일한 문제가 계속 반복되고 있어요. 기득권 중심의 정책, 제도적 사각지대에서 신음하는 사회적 약자들이 곳곳에서 변주되고 있거든요. 그런 면에서 <뉴스타파>가 앞으로도 역할을 많이 해나갈 테니 후원 많이 해주세요."
오대양 김용헌 최운정 스포츠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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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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