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말부터 전세 사기가 이슈다. 전세 사기는 전세 사기는 수백 채의 집 자기 돈 없이 인수해 갭 투자 형식으로 이익을 취하는 과정에서 벌어진다. 그런데 기업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진다. 바로 무자본 M&A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이뤄지는 걸까.

지난 6월 27일 KBS 1TV <시사기획 창>에서는 '코스닥 개미귀신2-무한환생 CEO들' 편이 방송되었다. 지난해 방송된 '코스닥 개미귀신' 후속편인 이번 방송에서는 한국 코퍼레이션 김용빈 회장 이야기를 중심으로 무자본 M&A 세력들이 처벌 받고도 어떻게 무자본 M&A 해나가는지 추적했다. 취재 이야기를 듣기 위해 지난 6월 28일 서울 여의도 KBS 신관에서 해당 회차 취재한 송수진 기자를 만났다. 다음은 송 기자와 나눈 일문일답 정리한 것. 
 
 <시사기획 창>의 한 장면

<시사기획 창>의 한 장면 ⓒ 이영광

 

- 1년 만에 후속을 하신 건데 소회가 어때요?
"사실 시사 프로를 시리즈로 제작하는 사례가 잘 없는데요. 새로운 시도가 된 것 같아서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지난해 '코스닥 개미귀신' 편이 나간 뒤 시청자 반응이 좋아서, 2편을 제작해야겠다고 생각 하고 있었지만, 내용이 좀 더 어려워질 것 같아서 걱정됐어요. 내용 면에서 1편과 중언부언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 망설였는데 제작하길 잘했단 생각이 들어요.

결과적으로 시청률에 대한 걱정은 기우로 드러났어요. 수도권에서 4.6%가 나왔습니다. 주식시장에 관심이 많은 시청층은 분명히 존재하고, 내용이 좀 어려워도 공부할 준비가 돼 있는 시청층도 분명히 있는 것 같아요. 물론 이번 시청률이 다음에도 나온다는 보장은 없죠. 그렇지만 앞으로 자본시장 관련한 또 다른 아이템을 제작할 때 큰 걱정 하나는 줄어들 것 같습니다."

- 2편은 무자본 M&A를 계속 이어가는 사람들 취재하신 거잖아요. 이건 어떻게 하게 되었어요.
"1편이 무자본 M&A 세력의 수법에 대한 얘기였고, 이런 무자본 M&A 세력이 코스닥 상장사에서 104곳 정도가 있다는 게 결론이었거든요. 그러니까 1편에서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규모'에 집중했던 거죠. 1편이 나가고 나서 많은 제보가 왔어요. 제보 내용들을 검토를 해보니까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어요. 뭐냐면 특정인이 이 회사, 저 회사에 계속 등장한다는 거죠. 사실, 1편을 취재하면서도 그런 '감'이 와서, 관련 분석을 어느 정도 해보기도 했어요. 

여기서 말하는 가설은 '꾼들이 있다. 이 꾼들은 소규모 상장사를 인수, 주가 조작을 위한 껍데기(shell)로 이용한다. 이들은 이 껍데기를 공유하고, 어려울 때 서로 도우며 시장을 존속시킨다'는 거예요. 이 가설을 입증하기 위해 제가 구상했던 분석 틀은 사실, 따로 있었어요. 다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문제는 그 분석을 해내기 위해 굉장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더라고요. 그래서 최대한 단순화 시킨 게 '무자본 M&A 의심 기업과 상장폐지 기업을 모두 거친 임원은 누구인가?'였습니다."

- 처음에 취재는 뭐부터 하셨어요?
"크게 두 가지 방향이라고 할 수 있는데 첫 번째는 데이터 분석입니다. 전자공시 사이트에서 무자본 M&A 의심 기업 104곳의 과거 10년 임원, 과거 10년간 상장 폐지된 기업의 상폐 직전 5년 임원 명단을 모두 추출했어요. 그리고. 방송에서 '문제 기업'이라고 칭했는데요. 무자본 M&A가 의심되는 기업과 상장 폐지된 기업 각각 한 곳씩 이상 재직한 사람들 가운데 가장 많은 문제 기업 거친 사람들의 순위를 매겼습니다. '문제 기업' 두 곳 이상을 거친 사람들의 범죄 전력을 조사하고, 한편으로는 서너 곳을 거친 임원 36명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봤어요."

- 한국 코퍼레이션 투자자인 최민수 씨 인터뷰로 시작했잖아요. 왜 이렇게 구성하셨어요?
"사실 한 시간짜리 프로그램에서 제작자들이 가장 고민을 많이 하는 것은 첫 화면을 뭐로 할까일 거예요. 제 선에서 결론은 시청자와 공감대 형성이 가장 잘 될 만한 사건, 혹은 인물에 집중하자는 거였어요. 주식 하는 사람이라면, 손해 안 본 사람 없잖아요. 그래서 손해 본 투자자 이야기로 시작했습니다."

- 요즘 전세 사기가 문제 되는데 취재해 보셔서 아시겠지만, 무자본 M&A와 전세 사기가 똑같은 거 같아요.
"제도의 허점을 파고든다는 점이 가장 비슷한 것 같아요. 전세 사기는 수백 채의 빌라를 자기 돈 없이 인수해 갭 투자 형식으로 이익 취하는 과정이거든요. 전세 사기의 출발점은 한 사람이 자기 돈 한 푼 없이도 수백 채의 빌라를 가질 수 있다는 사실이에요. 그리고 관계 당국은 소극적이죠. 주택도시보증공사는 전세 사기 사건이 터지기 전까지는 사건이 터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런 상황을 사실상 방치해 왔죠.

무자본 M&A도 비슷한 것 같아요. 한 사람이 자기 돈 없이도 수백억 원 가치의 회사의 경영권을 인수할 수 있습니다. 상장폐지 되고 주주들이 소송을 제기하기 전까지는 금융당국이 그냥 둡니다. 종착지에서 큰 충돌 사고가 날 가능성이 높다는 걸 알면서도 과속해서 달리는 열차를 멈추지 않아요. 혹시나, 안전하게 멈출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는 이유로요. 더 이상 그대로 두지 말고, 최소한 관리라도 철저하게 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 온 것 같습니다."

- 한국 코퍼레이션은 어떤 기업인가요?
"한국코퍼레이션은 콜센터 회사예요. 2017년에 김용빈 회장이 당시 코너스톤네트웍스라는 상장사의 주식을 담보로 상상인저축은행으로부터 돈 빌려 인수했습니다."

- 한국 코퍼레이션이 바이오 회사를 인수하는데 바이오 회사는 김용빈 회장 거죠. 그럼, 바이오 회사 인수로 주가 조작을 한 건가요?
"주가 조작 역시 일종의 '과정'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호가를 높여 사고팔기를 반복하는 기술적인 조작도 있을 수 있지만, 각종 공시를 허위로 띄우는 행위 역시 주가 조작의 한 과정이거든요. 김용빈 회장은 마치 바이오 사업에 진출할 것처럼 공시를 띄워서 외부 투자금을 받고, 그 투자금으로 바이오 회사 지분을 인수했는데 알고 봤더니 바이오 회사의 최대 주주가 김용빈 회장 측이었던 거죠. 즉, 허위 공시 혐의와 횡령 혹은 배임 혐의가 공존하는 상황입니다."

- 그때 주가가 올라간 거 아닌가요?
"호재성 기사가 나오고, 이후 주가가 올라갔다고 해서 이걸 다 주가 조작이라고 볼 수는 없어요. 더 정밀한 조사가 필요하고요. '허위 공시'인가 아닌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애초에 그럴 마음이나 능력이 없었는데도' 마치, 그럴 것처럼 시장에 기대감을 줘야 해요. '애초에 그럴 마음이나 능력이 없었는데도'라는 부분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수사 혹은 수사에 준하는 수준의 자료가 필요하죠. 저희는 다행히 신뢰성 있는 자료를 입수할 수 있었고요."

- 김용빈 회장은 무자본 M&A를 대수롭지 않게 했나 보던데.
"무자본 M&A를 하는 사람과 당하는 사람의 시각은 전혀 다르죠. 제가 무자본 M&A 업자 인터뷰를 한 내용이 방송에 나오는데요. 그분도 말씀하시지만, 무자본 M&A 하는 분들 입장에서 무자본 M&A라는 건 '한 탕'이 가능한 매력적인 사업이에요. 회사 돈을 빼내는 것도 안 걸리면 그만이고, 주가를 띄우는 것 역시 안 걸리면 그만이거든요. 그 안 걸리는 방법을 잘 찾아내는 사람이 '능력자'인 판이죠. 그 판에서 김용빈 회장은 나름대로 능력자로서 살아왔던 것 같습니다."

- 김용빈 회장은 징역을 살고 나와 또 다른 무자본 M&A를 하는 것 같은데 어떻게 그게 가능할까요?
"가장 납입과 횡령 혐의로2013년에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 형을 받거든요. 그런데 2015년에 사면이 돼요. 경제 사범들 경제 살려야 된다고 사면 많이 되잖아요. 근데 그렇게 해서 살리는 '무자본 M&A 경제'가 과연 내실 있는 경제인가 싶기도 하고 계속 그렇게 경제 사범들 사면을 시키니까 무한 환생의 발판이 마련되는 거 아니겠어요? 경제 사범에 대한 형량이 강화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범죄 수익 몰수도 끝까지 해야 할 것 같고요. 횡령한 돈을 나중에 해당 기업에 변제를 할 경우 형량이 감경되는데 이게 맞는지 저는 의문이거든요. 왜냐하면 이미 회사는 망가질 대로 망가지고 거래정지나 상장폐지로 주주들 손해도 날 대로 난 다음에 횡령액을 갚는 게 어떤 의미가 있느냐는 거죠."

- 무자본 M&A 업자를 인터뷰하셨는데 어땠어요?
"그분은 제가 다른 건을 취재하면서 알게 된 분인데요. 그분을 알게 된 건 기자 입장에서는 매우 운이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속마음을 기자에게 털어놓기가 의외로 어려운 일임에도 불구하고 인터뷰에 응해주셨어요. 덕분에, 무자본 M&A 업자들이 왜 계속 반복되는지가 프로그램에서 설득력 있게 드러났던 것 같아요."

- 에디슨 모터스의 쌍용차 인수도 무자본 M&A인건가요?
"인수까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무자본 M&A라고는 볼 수 없고요. 인수할 것처럼 해서 주가를 띄운, 작전이라고 볼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검찰 수사 결과를 보면, 에디슨모터스는 분명, 쌍용차를 인수할 만한 자금력이 없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금력이 있는 듯 굴었죠."

- 한 코스닥 상장사 관련 K도 나오던데 어떤 사람인가요?
"K씨는 동생을 앞세워서 현재 여러 곳의 코스닥 상장사를 실소유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저희가 문제 기업을 가장 많이 거친 사람 6명을 추적해 보니 그중 두 명이 거친 회사가 동일했어요. 시기도 비슷했고요. 동일한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분들이란 뜻이죠. 그중 한 명이 J씨이고요. 그래서 J씨를 더 취재를 해보니, 실제로는 J의 형인 K가 다 운영하고 있었어요. K를 좀 더 알아봤는데, 범죄 전력이 나왔습니다. 허위 공시로 징역 1년, 40억 원을 횡령해서 또 징역 3년을 선고받았어요. 손댄 회사들은 죄다 상장폐지행이었죠. 시청자들에게 알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 그걸 다 J씨를 앞세워 한 거죠. 그가 모든 걸 덮어쓴 건가요?
"만약에 법적으로 무슨 일이 생긴다면 J 씨가 책임을 질 겁니다. 그렇지만 공동 경영 중이란 점을 K가 최근 한 기업의 공시를 통해 사실상 인정했습니다. 물론 그 전에 저희와 통화를 하는 과정에서도 인정했고요. 법적 책임은 같이 지겠죠. 만약 무슨 일이 생긴다면요."

- 라임 사태하고도 연결되던데.
"애초에 라임펀드 사태는 저희 취재 대상이 아니었어요. J씨 취재하는 과정에 J씨 지인이 저한테 '혹시 라임펀드 관련한 취재인가?'라고 물어보더군요. 그냥 넘어가기가 찜찜해서 라임 펀드 연루 기업들의 법인 등기를 다 찾아봤는데 그중 한 기업에서 K씨의 흔적이 나왔어요. 구체적으로 K가 라임펀드와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는 더 들여다보지 않았습니다. 애초에 저희 취재 방향이 아니었으니까요. 그렇지만 라임펀드가 150억 원을 투자했을 때 대표이사와 K씨의 부인이 같은 날 이사진에 합류했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아무에게나 150억 원을 투자하지 않아요. 나를 배신하지 않을 거라는 믿음과 수익이 날 거라는 확신이 있어야만 하고, 이런 믿음과 확신이 있는 관계는 어떤 관계인가? 라는 점을 생각했을 때, K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한 요소로 프로그램에 녹여도 될 가치 있는 팩트라고 생각했어요."

- 취재하며 느낀 점 있을까요?
"이번 취재가 가능했던 가장 근본적인 이유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데요. 이번 취재가 가능했던 건 KBS가 우리나라 언론사 가운데서는 가장 경제 권력으로부터 자유로운 곳이기 때문입니다. 만약 KBS가 특정 코스닥 상장사들과 IR 계약을 맺은 상태였다면, 이번 취재가 가능했을까. 불가능했다고 봅니다. 그런 점에서 자본 시장 감시는 공영방송이 잘할 수 있고 잘해야만 하는 분야 같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앞으로도 더 쓸모 있는 자본시장 감시 보도를 위해 우리가 노력해야 할 것 같습니다."

- 어려운 점은 뭐였어요?
"심증적으로 맞다고 느껴지는 부분을 객관적으로 입증하는 게 가장 어려운 것 같아요. 기사를 쓰기 위해서는 입증해 내야 하는데, 그러려면 문서나 어떤 기록, 당사자의 증언이 있어야만 하거든요. 그런데 무자본 M&A 업계가 워낙 이해관계가 명확한 곳인 데다, 당사자가 아니면 핵심 자료를 입수하기도 어렵습니다."

- 취재했지만 방송에 못 담은 부분 있나요?
"취재량을 100으로 본다면 방송화한 것은 그중에 30 정도인 것 같아요. 특히, 문제 기업 36곳에서 임원으로 지낸 분들에 대한 개별 사연들이 있는데 다 소화를 못 했고요. 또 문제 임원 141명에 대한 범죄 전력 전수 조사 부분도 다 담지 못했습니다. 그렇지만 자료를 갖고 있으니 또 다음 편에 좋은 취재 자료가 될 것 같습니다."

- 혹시 3편도 제작할 생각이 있나요?
"그런 마음이 없지는 않지만 좀 더 생각을 해봐야 할 것 같아요. 1편에서는 무자본 M&A된 기업에 대한 얘기를 했고 2편에서는 무자본 M&A를 이끌어가는 사람에 대해 얘기했죠. 3편에서는 그럼 무엇을 얘기해야 할까. 이 부분에 대한 깊은 고민이 먼저 필요한 것 같아요."
 
덧붙이는 글 '전북의 소리'에도 중복게재합니다.
송수진 시사기획 창 무자본 M&A 코스닥 갸미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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