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산: 용의 출현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를 극적이게 한 역사의 변주
김한민 감독은 한산대첩과 함께 이치 전투를 중요하게 그린다. 한산해전과 이치전투는 전라도를 온전히 보전해 전쟁을 승리로 이끌게 되는 결정적 전투로 임진왜란의 두 영웅인 이순신과 권율이 각각 활약한 의미심장한 순간이다. 흥미로운 건 두 전투가 같은 날 벌어졌다는 점인데, 영화엔 한산대첩의 왜군 대장 야스하루가 이치 전투의 왜군 대장 코바야카와 다카카게에게 수차례 전령을 보내 협공을 요청하는 것으로 묘사됐다.
다카카게는 임진왜란에 참전한 왜장 중 단연 돋보이는 장수로, 히데요시의 가신이거나 소다이묘 수준인 여러 무장과 달리 일본 전국시대에 크게 이름을 남긴 인물이다. 전국을 통일한 히데요시가 "서쪽은 타카카게에게, 그리고 동쪽은 이에야스에게 맡겨두면 걱정할 것이 없다"라고 말했을 정도다.
감독이 역사를 변주해 야스하루와 다카카게가 이순신 장군의 본진인 전라좌수영을 수륙협공하는 설정을 두었는데, 이는 극적 긴장감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뿐만 아니라 한산대첩에서 조연에 그치는 거북선이 전면적으로 활약하는 모습도 그리는데, 이 역시 한산대첩을 더욱 극화하기 위한 변주다. 압도적인 포격으로 얻은 대승보다는 적선을 유인한 판옥선의 위기와 거북선의 구출, 고립된 거북선의 분전 등이 영화를 더욱 극적으로 보이게 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밖에도 이치전투로 보이는 전투를 웅치전투로 언급한다거나, 가메이 고레노리가 도요토미 히데요시에게 하사받은 황금부채를 야스하루가 받은 것으로 묘사하는 장면, 변장 어영담(안성기 분)이 옥포만호 이운룡(박훈 분)의 스승으로 등장하는 설정, 거북선의 목을 빠졌다 들어갔다 하도록 한 개조, 같은 칠본창 일원으로 꼽히는 가토 요시아키(김성균 분)가 야스하루에게 수군을 빼앗기는 장면 등 역사를 달리 묘사하는 시도도 거침없이 이어간다.
일부 지나치다는 의견도 나올 수 있겠으나 사료가 명백한 만큼 이쯤은 영화적 허용으로 볼 수 있지 않느냐는 해석도 가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