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스 데이 세븐 나잇스틸컷
브에나비스타 인터내셔널 코리아
영화 내내 빛났던 앤 헤이시
1박 2일짜리 대여기간에도 나는 이 영화를 세 번이나 돌려보았다. 한 번은 혼자, 한 번은 부모님과 함께, 반납 전 마지막은 다시 혼자 말이다. 영화는 정말 재밌었다. 번듯한 애인이 있는 금발미녀와 무인도에 추락해 사랑에 빠지고 마는 멋진 남자의 사랑 이야기는 지금 보면 식상하고 촌스럽지만 그만큼 강력한 힘이 있었던 것이다.
해리슨 포드는 당대의 스타였다. 한 달에 고작 한 편의 영화만 볼 수 있었던 나도 <인디아나 존스>의 인디아나 존스 박사를, <스타워즈>의 한 솔로를, <도망자>의 리차드 킴블 박사를 알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식스 데이 세븐 나잇>에서 그보다 빛났던 건 처음 보는 여배우 앤 헤이시였다. 1969년생이니 영화에 출연한 건 29살 때였을 거다. 당시는 맥 라이언으로 대표되는 금발 여배우들이 한국에서 인기를 끌던 시대였는데 이렇다 할 대표작이 없던 앤 헤이시는 비디오 가게 단골 사이에서 그 아류쯤으로 여겨졌다. 비슷한 헤어스타일을 한 1960년대 출생 배우들이 무지하게 많았으니 완전히 틀린 말도 아닐지 모르겠다.
하지만 앤 헤이시는 특별했다. 가녀린 몸매에도 억척같은 움직임은 그녀의 필모그래피가 그저 멜로물 언저리에서만 맴돌지 않는 이유를 짐작하게 했다. 당차고 당당하고 기죽지 않는 표정들도 기존의 할리우드 여배우들 사이에선 좀처럼 찾기 어려운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