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석은 옥동에게 "왜 그랬냐" 따져 묻고, 결국 옥동의 진심과 연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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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정하기 싫은 나의 마음을 수용할 때
하지만, 종종 우리는 물어도 말해주고 싶지 않은, 나조차도 받아들이기 힘든 나의 모습을 지닌 채 애써 외면하며 살아가기도 한다. 옥동의 동석에 대한 마음이 그랬고, 영옥의 영희(정은혜)에 대한 마음이 그랬다.
영옥은 정준(김우빈)을 깊이 사랑하면서도 영희의 존재를 숨긴다. 정준이 가까워지려 할 때마다 '심각해지지 말자'며 선을 긋고 거리를 두려 한다. 그러다 영희의 존재를 들켰을 때 영옥은 정준을 더 쌀쌀맞게 대한다(14회). 영옥의 이런 태도는 장애를 지닌 언니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 때문이기도 하지만, 영희에 대한 자신의 양가감정을 수용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비롯된 면도 크다.
영옥은 영희를 사랑하면서도 힘들고 부담스런 존재로 여긴다. 실제로 영옥은 영희로부터 멀어지기 위해 애쓰며 살아간다. 그리곤 이런 마음에 죄책감을 느끼며 스스로를 수용하지 못한다. 하지만 영희가 푸릉에 오고, 결국 영옥은 양가적인 감정들을 행동으로 내보이고 만다. 살갑게 대하다가도 갑작스레 쌀쌀맞아지는 영옥의 모습을 정준은 다 지켜본다.
영희를 향한 사람들의 시선에 시달린 날, 영옥은 마침내 자신의 마음을 토해낸다. 16회 "억울해. 왜 나한테 저런 언니가 있는지 억울해"라며 쏟아낸 영옥의 마음을 정준은 아무런 말 없이 꼭 안아서 받아준다. 아마도 이때 영옥은 자신의 마음을 수용했을 것이다. 양가감정을 느껴도 괜찮고, 장애가 있는 언니를 힘들어해도 괜찮다는 것을 수용 받은 순간, 영옥은 죄책감에서 벗어난다. 때문에 영옥은 다시 시설로 돌아간 영희에게 편안하게 안부를 물을 수 있게 된다.
이렇게 자기 자신의 마음과 연결된 영옥은 정준과도 '심각한' 관계로 나아갈 용기를 내고, 정준의 부모님께 인사도 드린다(19회). 정준의 부모는 "부모 없이 혼자서 장애 언니 거두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이라게. 느가 고생이 많았어"라고 영옥의 힘든 마음을 보듬어준다. 이런 수용의 경험으로 인해 영옥은 자기 자신은 물론, 정준과 영희 그리고 주변의 이웃들과 더 깊게 연결될 수 있었을 것이다.
스스로가 삶의 주체가 될 때
한편, 10대에 부모가 된 영주(노윤서)와 현(배현성)은 스스로 삶의 주체가 되기를 포기하지 않음으로써 주변을 연결 시킨다. 임신은 이들에게도 충격적인 사건이었지만, 영주와 현은 자신들에게 벌어진 일들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한다. 그리고 이렇게 말한다(7회).
니네 아빠가 아무리 화내도 잘못했다는 이야기, 실수했다는 이야기 하지마. (영주)
안해. 그렇게 말하면 우리 사랑이 죄가 되고 우리 애기가 실수가 돼. (현)
스스로를 존중하고 그 선택에 책임을 지려는 이들의 모습은 사람들의 시선을 바꾼다. 친구들은 둘의 선택을 응원하고, 학교도 임신한 영주가 계속 공부할 수 있도록 배려한다.
결국엔 완강했던 아버지 호식(최영준)과 인권(박지환)의 마음도 움직인다. 두 아버지는 주변 사람들의 반응과 아이들의 태도를 통해 중요한 건 아이들을 존중해주는 것임을 깨닫는다. 그리고 9회 "우리 애들이 남들한테 손가락질 받지 않게" 지켜주자는데 합의한다. 이렇게 합의하면서 호식과 인권은 서로 지녔던 오래된 미움을 풀어내고 다시 세상에 둘도 없는 친구가 된다.
이처럼 스스로의 선택을 존중하고 주체로서 자신의 삶을 만들어 갈 때, 다른 이들로부터도 존중받을 수 있다. 그리고 이런 존중의 태도들은 또 다른 연결을 낳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