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방영된 SBS '골때리는 그녀들'의 한 장면.

지난 5일 방영된 SBS '골때리는 그녀들'의 한 장면. ⓒ SBS

 
지난 연말 SBS <골때리는 그녀들>(아래 골때녀)은 '롤러코스터'급 행보로 시청자들에게 박수와 비난을 한몸에 받았다. '2021 SBS 연예대상'에서 각종 트로피를 휩쓰는 등 2021년을 빛낸 예능 프로그램 답게 화려하게 한 해를 마감하는 듯 보였다. 그런데 이어 발생한 득점 순서 인위적 편집에 따른 조작 방송 논란으로 인해 걷잡을 수 없는 비난이 쇄도했고 결국 <골때녀> 측은 사과와 재발 방지를 약속하기에 이른다.  
​한 주 결방에 이어 담당 CP와 PD가 교체되는 등 후속 여파는 만만찮았다. 일부 시청자들은 프로그램 폐지를 주장할 정도로 파문은 쉽게 가라 앉지 않았다. 그런 점에서 지난 5일 재개된 <골때녀> 방송은 평소 이상의 관심이 모아질 수밖에 없었다. "과연 일련의 사태에 대해 제작진은 어떻게 사과를 표명함과 동시에 편집을 할 것인가?" 등 경기 외적인 부분이 크게 부각되는 안타까운 상황이 빚어진 것이다.  

시청자에 대한 사과... 주요 개선 사항 발표
 
 지난 5일 방영된 SBS '골때리는 그녀들'의 한 장면.

지난 5일 방영된 SBS '골때리는 그녀들'의 한 장면. ⓒ SBS

 
방송 시작과 동시에 사과문을 자막으로 기재한 <골때녀> 측은 중계를 담당한 배성재 아나운서와 개그맨 이수근의 입을 통해 추가로 그간의 논란에 대한 입장 및 향후 개선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나섰다. "지난 연말 시청자 여러분의 따끔한 질책과 충고를 잘 새겨듣고 다시 한번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이었다. 이번 일을 발판삼아 조금 더 발전하는 계기를 가지려고 한다"고 말문을 연 배 아나운서는 앞으로의 촬영분 부터 몇가지 사항이 개선된다고 말했다.

​"믿고 지켜봐 주길 바란다. 우리 두 사람도 경기를 지켜 보는 또 하나의 시청자다. 가장 가까운 곳에서 스포츠 정신에 입각해 방송 제작에 참여할 수 있도록 두 눈을 크게 뜨고 지켜보겠다." (배성재, 이수근)

​구기 종목이라면 당연히 이뤄졌어야 하는 '전후반 진영 교체'가 시행됨과 동시에 경기장 중앙에 전광판이 배치된다. 이어 정식 대회와 마찬가지로 경기 감독관 입회하에 시합을 진행하며 경기 기록은 <골때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하기로 발표했다. 그동안 예능이라는 이유로 가볍게 대해졌던, 결과적으로 순서 조작의 빌미가 되었던 사항을 바로 잡기로 한 것이다.

'정혜인+최여진 콤비' 맹활약... 액셔니스타 창단 첫 승
 
 지난 5일 방영된 SBS '골때리는 그녀들'의 한 장면.

지난 5일 방영된 SBS '골때리는 그녀들'의 한 장면. ⓒ SBS

 
이어 진행된 <골때녀>에선 앞선 경기에서 패배한 FC액셔니스타와 원더우먼 팀의 절치부심 속 두 번째 경기의 진행 과정이 그려졌다. 방송 첫 헤딩 득점으로 보는 이들을 환호케 만들었지만 아쉽게 패하며 쉽지 않은 1승 획득을 피부로 절감한 액셔니스타는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의 악플 및 DM으로 심적 고통이 배가된 골키퍼 장진희의 이야기가 소개되어 시청자들의 마음을 무겁게 만들었다. 1주일에 9번 연습을 할 정도로 이 악물고 준비한 결과 이전과는 달라진 플레이로 액셔니스타는 안정된 수비진 구축을 이룰 수 있었다. 

역시 취약한 수비 문제로 개막전 완패를 당했던 원더우먼은 이천수 감독의 주도하에 골키퍼를 패션디자이너 요니P로 교체했고 두 번째 상대 액셔니스타에 대한 분석 및 각 선수들이 준비해야 할 사항을 빼곡히 정리한 메모를 배포하며 역시 첫 승에 대한 악착같은 각오를 표명한다. 하지만 실제 경기에 돌입하면서 두 팀의 명암은 극명하게 엇갈리고 말았다.  

장신+화려한 발재간을 겸비한 정혜인+최여진 콤비가 주도한 액셔니스타를 막아내기엔 아직까지 원더우먼의 수비로는 역부족이었다. 일방적인 액셔니스타의 공격에도 불구하고 전반전을 0대 0으로 대등하게 이끌어냈지만 후반전 최여진의 코너킥이 그대로 득점으로 연결되면서 아슬아슬했던 경기의 균형이 일순간에 한쪽으로 무너지게 된 것이다.  

​특히 이날 경기에선 '혜컴' 정혜인의 공수 맹활약이 특히 눈에 띄는 사항이었다. 혼자서 3골을 자유자재로 넣으며 해트트릭을 기록할 뿐만 아니라 상대 주공격수 송소희를 밀착 마크로 막아내는 등 전천후 플레이로 놀라움을 자아냈다. 결국 액셔니스타는 최종 점수 4대 0 완승을 거뒀고 창단 첫 승에 감격한 이영표 감독은 눈물을 흘리며 선수들의 플레이에 고마움을 표시했다. 

여전히 뜨거운 관심... 선수들을 향한 믿음
 
 지난 5일 방영된 SBS '골때리는 그녀들'의 한 장면.

지난 5일 방영된 SBS '골때리는 그녀들'의 한 장면. ⓒ SBS

 
이미 촬영된 경기 분량인 탓에 앞서 방송 시작에서 밝혔던 개선 사항이 곧장 적용되진 않았지만 편집에선 어느 정도 변화가 감지되었다. 전반 내내 골이 터지지 않은 경기 여건의 영향이 있긴 했지만 다소 밋밋한 분위기의 자막, 배경 음악 활용 등이 목격되다 보니 일부 시청자들 사이에선 "이래서 순서를 뒤바꾸며 편집한 건가?"라는 다소 냉소적인 반응도 일어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주 만에 돌아온 <골때녀>에 대해선 여전히 뜨거운 관심이 쏟아졌다. 실시간으로 확인해 본 IPTV 속 채널 점유율에서 경쟁 프로그램들과 큰 격차로 1위를 기록할 만큼 아직까지 많은 시청자들은 <골때녀>에 대한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여러 커뮤니티 게시판은 동시간 <골때녀> 이야기가 실시간 중계 수준으로 글이 계속 올라오고 있었다. 기존 제작진에 대한 신뢰는 처참히 무너졌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채널을 돌리지 못하는 건 그동안 몸 아끼지 않고 뛰어준 선수들을 향한 믿음 덕분이 아니었을까?   

​적어도 그들이 그라운드에 흘린 땀 만큼은 진실하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조작논란'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이 <골때녀>를 쉽게 손놓지 못하는 것도 이에 기인한다. 이는 조작 책임자들에 대한 면죄부를 부여한 것이 결코 아니다. 물론 몇몇 선수들의 아쉬운 플레이에 대해 도를 넘는 비난이 아직 존재하지만 많은 이들은 여전히 선수들이 최선을 다해 경기에 임하는 것 자체만으로 고마움을 느끼고 있다. 다시 방송을 재개한 만큼 SBS와 <골때녀> 측은 이전까지 벌어졌던 일련의 사건에 대해선 항상 머릿 속에 담고 반성하는 자세로 프로그램 제작에 임해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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