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2월 21일 평창 동계올림픽 메달플라자에서 금메달을 수여받은 여자 계주 금메달리스트 선수들이 메달을 들어보이고 있다. 맨 왼쪽부터 이유빈, 김아랑, 김예진, 최민정, 심석희 선수..
박장식
시상대 위에 올랐을 때 무슨 생각을 했을까. 이유빈 선수는 "예전에 올림픽 경기를 TV로 볼 때는 선수들이 무슨 생각을 할지 궁금했다"며 "애국가가 울려 퍼지는 것도 감동이었고 관중분들이 애국가를 함께 불러주시는 것도 감사했다"고 전했다.
조금 짓궂은 질문도 던졌다. 과연 올림픽 준결승 때의 영상을 다시 본 적이 있을까. 이유빈 선수의 답은 'Yes'였다. 그런데 영상을 다시 본 이유가 재밌다.
"굳이 찾아보지는 않죠. 그런데 유튜브 알고리즘 때문인지 뜬금없이 추천 영상으로 뜰 때 한 번씩 보곤 해요. 언니들이 극적인 상황을 만들어냈으니까 다른 분들이 '한국의 위대함을 보여준 것 같다'고 칭찬해 주시는 댓글을 보곤 해요. 물론 제가 넘어지는 장면은 '못한 것도 봐야지' 싶지만, 그래도 그 장면은 실눈 뜨고 보게 되네요."
시련인 줄 알았던 부상이 준 선물
올림픽 바로 다음 시즌의 이유빈 선수 몸 상태는 최상이었다. 하지만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이 선수는 "어이없게 다쳐서 2차 선발전을 포기했을 때 실망감이 컸다"고 전했다. 하지만 부상이 이유빈에게는 '일상'을 누리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1년 동안 평범한 고등학생으로 돌아가서 친구들과 추억도 쌓고, 가족들과 함께 여행도 다녀왔어요. 선수로서는 털어놓지 못하는 고민들도 친구들과 공유했고요. 참 아쉬웠던 부상이었지만 그 덕분에 친구들도 더욱 많이 사귀고, 훈련이나 경기 때문에 못 나갔던 학교 축제도 참가하면서 학교생활도 더욱 재밌게 했어요. 지금 생각하면 다행스러운 일이죠."
그리고 부상에서 회복한 이 선수는 고등학교 3학년이 되어 다시 태극마크를 달았다. 국가대표의 본분을 지키기 위해 훈련에 열중하면서 대학교 입시 준비도 병행했단다. 이제 어엿한 성인이 된 이 선수는 대학 수업을 듣게 된 점을 빼면 크게 달라진 점이 없다면서도 대표팀에서만큼은 '막내'를 탈출했다고 웃어 보인다.
자신감 덕분이었을까. 2019-2020 시즌 6차 월드컵 1000m에서는 사상 처음으로 개인전 금메달을 획득하기도 했다. 이유빈 선수는 "가장 재미있었던 경험이었다"며 "생각하던 대로 모든 경기가 잘 풀려서 기분도 좋았다"고 이야기한다.
이 선수는 '이대로 국가대표 선발전까지 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코로나19가 모든 것을 바꾸어놓았다. 갑작스레 시즌이 끝났고, 예정되었던 국내 경기도 기약 없이 미뤄지고 있다.
이유빈 선수는 대학교를 다닌 지 1년이 지났지만 대학부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는 것이 가장 아쉽다고 말했다. 이 선수는 "시합 감각이 무뎌지는 느낌이 들어 힘들다"며 "그나마 소속된 곳이 있으니 괜찮은데 고등학교 3학년 친구들은 지금 얼마나 힘들까 싶다"고 걱정했다.
"외부의 상황 때문에 시합이 한동안 없어서 힘들었어요. 이번 베이징 동계올림픽 선발전은 코로나19 상황이 안정되어서 예정대로 꼭 열렸으면 해요. 거기서 꼭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으면 좋겠죠."
"꼭 1000m에서 메달 따고 싶어요"
이유빈 선수는 베이징 올림픽보다 올림픽 대표를 뽑는 국가대표 선발전이 더욱 어렵다면서도 열심히 노력하면서 선발전에 집중하고 싶다고 말한다.
베이징 올림픽에 나간다면 어떨까. 이유빈 선수는 "평창 올림픽 때는 스태프나 자원봉사자분들이 한국 분이라 친근감이 있었다"며 베이징 올림픽은 더욱 긴장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답했다. 이어 이 선수는 "가장 잘 하는 종목이니까 1000m에서 꼭 메달을 따고 싶다"고 포부를 전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이 선수에게 '평창'과 '올림픽', 그리고 메달에 대해 물었다. 이유빈 선수는 먼저 '평창'이라는 단어에 대해 "평창 올림픽 이전에는 그저 '쇼트트랙 선수'라는 이름으로 나를 소개하곤 했다"며 "하지만 올림픽을 시작으로 나를 소개하는 단어가 '대한민국 쇼트트랙 선수'가 됐다, 참 고마운 단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올림픽에 대해서 이 선수는 "내가 선수로서 4년마다 계속 도전하고 넘어야 할 산"이라면서도 "평창 올림픽은 이미 지난 추억이니 이제는 다음 올림픽을 기대하고 싶다"고 기대감을 보였다.
"올림픽 메달은 '나 스스로에게 주는 가장 값진 선물'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누구도 쉽게 메달을 가질 수 없잖아요. 그래서 앞으로도 꾸준히 다른 외국 선수들, 그리고 국내 선수들을 연구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후배들에게 배울 것은 배우고, 제 스스로도 발전해야만 앞으로도 올림픽 메달이라는 선물을 받지 않을까요."☞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