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릉국제빙상경기장의 모습.2020년 초의 태릉국제빙상경기장 모습. 50년 가까이 한국 빙상의 산실로 자리했지만, 노후 문제와 왕릉 복원 문제 탓에 입지가 좁은 상황이다.
박장식
현실적인 문제가 또 있다. 제갈성렬 감독은 "한국이 체육 강국이 되려면 학교 체육이 필수이다. 나도 학교에서 처음 빙상을 알게 되어 시작했고, 선배들과 제자들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학교 체육에 대한 정책적 뒷받침이 너무 빈약하다"라고 주장했다.
2000년 초부터 교육부가 운동하는 학생 선수들의 수업 결손 등을 막기 위해 추진해온 정책에 다소 동의하기 어렵다는 입장이었다. 물론 그 역시 "학생들에게 충분한 교육적 가르침이 필요하다"며 정책의 필요성에는 공감했다. 하지만 현실과의 괴리도 너무나 크다고 주장했다. 제갈성렬 감독은 "경기도에서만 적잖은 수의 학교 운동부가 해체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10년이 지나면 올림픽에서 '단골 메달'을 기대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라며 씁쓸해 했다.
"이런 정책(공부하는 운동선수)이 '체육 선진국'들로부터 온 것들이다. 그런데 인프라도 충분하지 않고, 하다못해 운동부 특화 학급을 만드는 노력조차도 없이 무작정 선수들을 마지막 교시까지 학교에 앉혀놓는다. 해외의 정책적인 흐름에 대한 고려 없이 정책만 하나 뚝 떼어다가 입혀놓은 격이다. 체육 특성화 학교를 확충하거나, 최소한 선수들에게 맞게 진도를 나가는 배려도 필요하다."
한편 제갈성렬 감독은 평창 올림픽 때 썼던 강릉 스피드 스케이팅 경기장(강릉 오벌)에 대해서도 "동계 종목의 경우, 경기장 시설 관리와 유지가 더욱 중요한데 그렇지 못하다"라고 안타까워했다.
"올림픽 때 많은 분들과 인터뷰를 하면서 '동계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했지만 폐막 이후부터가 시작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람들로부터 동계 종목에 대한 관심이 멀어지지 않을까 불안한 느낌이 들었는데 예상이 적중했다. 지금이라도 한국의 빙속 경기장, 즉 오벌 자체의 상황에 대해서 다시 짚어볼 필요가 있다."
올림픽 3주년이 되었지만 사실상 쓸 수 있는 오벌(원형의 트랙이나 둥근 코너가 있는 직사각형 트랙)은 태릉 하나뿐이다. 50년이 가까이 된 시설인지라 낙후된 데다 말썽도 많다. 2019년에는 동계체전 경기 도중 천장에서 물이 새는 바람에 경기가 9시간이나 지연된 적이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마저도 조선왕릉의 복원을 앞두고 있어 방을 빼야 한다.
강릉 오벌의 경우 상시 사용이 어렵다고 말한 그는 "70% 이상의 선수들이 수도권에 몰려 있는 데다, 학생 선수들의 비율은 더욱 높다. 긴 이동거리 탓에 선수들의 평일 훈련시간을 확보할 수 없는데다, 지도자들도 수도권에 사는 경우가 많다. 강릉 오벌을 태릉만큼 가동시키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면이 있다"라고 말했다.
제갈 감독의 목표는 자신의 고향이자 감독을 역임하고 있는 의정부에 태릉 대체 경기장을 마련하는 것이다. 현재 의정부에는 쇼트트랙, 아이스하키, 피겨스케이팅이 가능한 실내빙상장이 있는데, 지난해 7월 의정부시는 스피드스케이트장 유치를 밝히기도 했다.
물론 강릉의 스피드 스케이팅 경기장도 유지되어야 한다는 것이 제갈 감독의 설명이다. 그는 "수도권에 편중된 선수들의 분포 균형을 잡고, 강원 영동에 터전을 잡은 선수들이 더욱 편리할 수 있도록 했으면 한다"라며 "나아가 개조 등을 통해 빙상도, 육상도 함께 이용할 수 있는 복합 실내경기장으로 사용한다면 어떨까 싶다"라고 생각을 밝혔다.
그는 해외 사례를 언급하며 "일본의 경우 혼슈 중부의 나가노, 북부의 하치노헤와 홋카이도 오비히로에 오벌이 있다"라며 "오벌은 '빙상장에 비해 널찍한 스케이트장'이라는 장점 덕분에 생활 체육에도 쓰이곤 한다. 중국에도 베이징과 하얼빈, 장춘 등 6개 지역에 오벌이 있는 등 빙속 투자에 적극적이다"라고 덧붙였다.
"사실 올림픽 이후에 자화자찬할 것이 아니라, 전 종목에 걸쳐 얼마나 발전했나를 따져봐야 한다. 그 척도 중 하나가 경기장이다. 경기장 확충이 잘 되어야만 선수들의 저변이 넓어지고, 훈련 여건이 좋아져서 경기력도 향상될 것이다. 이는 결국 다시 올림픽과 같은 국제무대의 성적이 더욱 좋아지는 결과를 내지 않을까."
"모두 화합해서 베이징 올림픽 잘 했으면"
▲의정부 빙상경기장 안에서 제갈성렬 감독이 포즈를 잡았다. 그의 '시그니처'인 엄지 척 자세가 자연스럽게 나왔다.
박장식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1년여 앞으로 다가왔다. 제갈성렬 감독의 계획은 어떻게 될까. 그는 "베이징 올림픽 때도 해설을 할지 안 할지 모르겠지만 나가게 되면 선수들과 함께 호흡하고 싶다"면서도 "물론 베이징 때는 조금 자제하는 모습으로, 빙상 팬들이 바라는 훨씬 전문적인 모습으로 나오고 싶다"라며 웃었다.
제갈성렬 감독에게 '평창'은 '꿈의 실현'이었다. 아시아, 특히 일본이 아닌 국가에서 동계 올림픽을 한다는 것, 그리고 한국 선수들이 자국에서 열린 올림픽에서 엄청나게 잘 해준 덕분에 '모든 꿈'이 이루어졌다고 그는 생각했다. 그러면서 앞으로의 올림픽에 대해서도 말했다. "한국의 모든 동계종목이 그렇지만, 스피드 스케이팅 선수들은 특히 귀하다. 앞으로도 이런 선수들이 올림픽에서, 세계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데 나름의 역할을 하고 싶다"라고 강조했다.
"앞으로 언제 또 동계올림픽을 유치할지 알 수 없다. 다시 한국에서 올림픽을 했을 때 (내가) 현장에서 있을지도 모르겠다. 선수들이 꿈을 실현해가는 과정을 지도자로서, 선배로서 갈 수 있게끔 역할을 해주는 것이 내 할 일이다. 당장 아버지께서도 '아이들을 지도할 때 영혼을 담으라'는 유훈을 남겨주셨다."
올림픽 메달은 없지만, 올림픽 덕분에 얻은 것도 많다는 그는 "다른 대회에서 메달을 숱하게 땄지만 세 번을 출전한 올림픽에서는 메달을 따지 못해 한이 남았다"라며 "왜 메달을 얻지 못했나에 대한 원망도 많았다. 하지만 어머니께서 '그 경험이 깨달음을 줄 것'이라고 말씀해주셨는데, 그때는 이해하지 못했던 어머니 말을 지도자 생활을 하는 지금은 알겠다"라고 말했다.
성공하는 선수들과 그렇지 못한 선수들까지, 모든 선수들의 마음을 어느 정도 알 수 있게 되었다는 것. 올림픽에서 실패를 맛본 덕분에 다른 선수들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더 헤아리려 애쓴다고 그는 말했다.
"15년 동안 태극마크를 가슴에 달면서 애국자 아닌 애국자가 됐다. 평생 꿈에 그리던 한국에서의 동계올림픽이 실현됐고, 대회도 성공적으로 마쳤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동계종목의 종사자로서 대한민국에 감사하고 너무나 자랑스럽다.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있는 현재 빙상계도 분쟁이나 파벌 없이 모두 화합하면서 선수들을 위해 함께 나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코로나19 때문에 모두가 힘들겠지만, 힘들 때마다 '핫둘핫둘'을 하면 이상하게 힘이 난다. 그렇게 모두가 앞으로 나갔으면 좋겠다. 질주 본능!"☞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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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이야기를 찾으면 하나의 심장이 뛰고, 스포츠의 감동적인 모습에 또 하나의 심장이 뛰는 사람. 철도부터 도로, 컬링, 럭비, 그리고 수많은 종목들... 과분한 것을 알면서도 현장의 즐거움을 알기에 양쪽 손에 모두 쥐고 싶어하는, 여전히 '라디오 스타'를 꿈꾸는 욕심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