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생활 때문에 방송활동을 제대로 할 수 없었던 더 클래식의 현실은 오히려 신선하고 색다른 홍보효과가 됐다.
드림팩토리
더 클래식은 2명으로 구성된 팀이지만 트윈폴리오나 해바라기처럼 화음을 넣는 듀엣은 아니었고 봄여름가을겨울 같은 밴드도 아니었으며 듀스 같은 댄스듀오는 더더욱 아니었다. 그렇다고 먼저 데뷔한 공일오비처럼 본격적인 객원가수제도를 도입하는 팀도 아니었다. 더 클래식은 두 멤버 김광진과 박용준이 나눠서 노래를 불렀고 제작자 이승환이 객원가수로 참여해 두 곡을 부르며 두 멤버의 부담을 덜어줬다.
대중들에게 가장 널리 알려진 더 클래식 1집의 타이틀곡 <마법의 성>은 1집 앨범에 무려 3가지 버전으로 실려 있다. 김광진이 직접 부른 '오리지널 버전'과 김광진이 다니던 성당 성가대의 백동우가 부른 '키즈버전(백동우는 1997년 솔로 앨범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승환과 오태호, 이소라, 한동준, 장필순, 윤종신, 정석원, 유영석, 박승화 등 김광진, 이승환과 친했던 동료 뮤지션들이 함께 부른 '싱 투게더 버전'이었다.
<마법의 성>은 김광진이 1990년대 초반 286컴퓨터 세대들에겐 전설처럼 기억되는 고전게임 <페르시아 왕자(2010년에 실사 영화로도 만들어졌다)>에서 영감을 얻어 가사를 썼다. 노래는 한 편의 동화를 연상케 하는 매우 아름다운 이야기지만 정작 <페르시아 왕자>의 원작게임은 칼로 적을 섬멸해 공주를 구해내는 매우 공격적인 게임이다.
하지만 더 클래식의 <마법의 성>은 대단히 동화적인 이야기를 다룬 노래로 미화되며 온 국민의 힐링송으로 폭발적인 사랑을 받았다. 특히 변성기가 채 지나지 않은 백동우의 '키즈버전'은 백동우의 예쁜 목소리와 어우러지며 노래의 순수함을 극대화했다. 노래가 나올 당시만 해도 백동우의 순수한 목소리 때문에 그의 성별을 구분하지 못하는 대중들이 있을 정도였는데 그런 백동우도 올해로 어느덧 42세가 됐다.
<마법의 성>이 국민적인 사랑을 받았을 당시에도 김광진은 여전히 증권사에 다니던 직장인이었다. 따라서 노래의 폭발적인 인기에도 불구하고 김광진의 직장생활 때문에 더 클래식은 본의 아니게 방송 활동을 최소화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는 역설적이게도 대중들의 앨범 구매의지를 부추기는 계기가 됐다.
제대로 된 TV 활동을 할 수 없었던 더 클래식은 <마법의 성>을 이을 후속곡을 따로 정하진 않았지만 김광진이 부른 잔잔한 발라드 <서툰 이별>이 <마법의 성>을 이어 대중들의 사랑을 받았다. <서툰 이별>은 고음을 내지르는 전형적인 후렴구 없이도 노래의 슬픔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곡이다. <서툰 이별>은 김광진도 개인적으로 애착을 가지고 있는 곡으로 1998년에 발표한 솔로 2집에 다시 수록하기도 했다.
제작자 이승환은 두 곡의 객원보컬로 참여했는데 역시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진 곡은 < Jerry Jerry Go Go >였다. 이승환이 마치 본인 노래처럼 부르고 다니고 (더 클래식 멤버가 출연하지 않는) 뮤직비디오까지 제작하는 바람에 당시 이 곡을 이승환 앨범에서 찾는 사람도 많았다. 이 곡은 위대한 로큰롤 피아니스트 제리 리 루이스를 위한 헌정곡으로 더 클래식 1집에서 유일하게 신나게 들을 수 있는 노래다.
더 클래식 앨범에서 주목해야 할 두 곡은 바로 또 한 명의 멤버 박용준이 부른 <그대의 향기>와 <문제아>다. 박용준은 분명 객관적인 기준으로 보면 좋은 보컬리스트와는 다소 거리가 있지만 목소리에 묘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 더 클래식 앨범에서 가능성을 보인 박용준의 이른바 '환관창법'은 1997년 토이 3집의 <선물 Part2>에서 정점을 찍었다.
더 클래식 1집은 적극적인 활동 없이도 무려 100만 장이 넘는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직장생활을 병행하느라 변변한 홍보 활동조차 할 수 없었던, 그리고 솔로 앨범을 발표했을 때는 아무런 주목도 받지 못했던 김광진이 3년 만에 '더 클래식'이라는 이름으로 당당히 인기가수의 반열에 오른 것이다.
음악에 전념하기 위해 퇴사 후 더 클래식 재결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