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올모스트 데어> 스틸컷
EBS 국제다큐영화제
03.각자가 선택한 방향과 방식은 모두 조금씩 다르지만, 그들은 자신이 느껴온 어떤 결핍을 지금에라도 적극적으로 메우려는 삶의 의지를 직접 보여주고 있다. 편안함과 안락함을 내던지고 월마트 주차장에서 잠들기를 마다하지 않는 모습과 새로운 재교육 과정을 버텨야 하고 평생 해 본 일이 없는 타인 앞에 나서는 일에 도전하는 모습, 여전히 타인의 즐거움을 위해 웃음을 팔지만 자신에 대한 회의감에 무너지지 않고 맞서 이겨내려는 모습이 이 작품에서 중요하게 그려지고 있는 이유다. 이는 단순히 그들과 비슷한 시기를 지나고 있는 이들에게만 어떤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아니다. 새로운 삶에 대한 갈망을 인지하고 그에 뛰어드는 용기는 나이나 국가와 같은 외면적인 정보와는 무관하게 누구에게나 필요하지만 갖기 어려운 것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자신의 결핍을 채우려는 과정에서 자신이 갖고 있는 문제를 과거로부터 찾아내기 위해 하는 시도들 역시 자세히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특히 야마다씨와 스티브씨의 경우에는 평생을 몸담아 왔던 일이 외부의 변화에 의해 급격한 충격을 받은 상황. 모든 것들이 문제없이 잘 움직이던 시절에는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에 부딪힌 것과도 같다. 그들이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과거의 행동에 대한 후회를 느끼는 것은 깊은 정서적 무력감으로도 이어진다. 이 부분은 작품의 말미쯤에 등장하는 스티브씨의 공연 내용, 알츠하이머를 희화화한 부분에 등장하는데, '내가 지금 여기서 무얼 하고 있지, 왔던 길을 되돌아가면 기억이 날까?'라는 그의 대사는 자조적인 심리가 투영된 것이라고 봐도 무방해 보인다.
▲다큐멘터리 <올모스트 데어> 스틸컷EBS 국제다큐영화제
04.
영화에 등장하는 노인 부부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늙는다는 건 아무 의미도 없어요. 왜 다들 그거 갖고 난리죠? 세상에 태어난 순간부터 늙기 시작하는 거예요."
물론이다. 늙는다는 것은 생명체라면 종과 무관하게 어떤 대상이든 겪을 수밖에 없는 현상이며,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명제와도 같다. 하지만, 늙는다는 것이 문제가 되는 것은 우리가 그것을 인정하고 몸소 느끼게 되는 것이 처음부터가 아니기 때문이다. 어느 순간 급격히 인지되기 시작하는 삶의 유한성과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같은 것들은, 그것이 다가오면 다가올수록 점차 거대해져서 과거에 하지 않았던 것과 과거에 할 수 없었던 것에 대한 후회를 부풀리고 만다. 이미 지나가버린 것이지만, 기준점을 지금이 아니라 과거의 어떤 순간으로 놓게 하면서 말이다.
물론 어려운 일임을 잘 알고 있다. 생각하고 있지만 지금도 당장 실행하지 못하는, 하지 못하면 미래에 후회할 것임을 알지만 그럼에도 할 수 없는 일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여러 많은 변명들로. 어쩌면 그래서 세 사람의 나아가는 모습은 이 작품의 대상이 되기에 모자람이 없다. 그들의 행위로 인해 과거에 대한 회한이나 현재의 행동에 대한 또 다른 아쉬움이 없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선택이라는 것은 반드시 기회비용을 낳기 마련이니까. 하지만, 평생을 다른 꿈 꿔본 일이 없는 이들이 인생의 말년에 이르러 한번쯤, 자신의 새로운 삶을 이끌어가고자 하는 마음을 끝까지 지켜보게 되는 것, 또 그것만큼은 응원하게 되는 작품이 바로 <올모스트 데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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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숫자로 평가받지 않기를 바라며 글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