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이 김선달하다 못해 <조선 명탐정>시리즈의 콤비라도 참고했다면 이렇게 평이하고 특색없는 짝패는 만들지 못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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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인홍과 보원, 두 짝패가 벌이는 사기극이 엉성하다는 데 있다. 사기극이 엉성하다는 건 필연적으로 사기에 속아넘어가는 상대방을 어수룩하게 만든다. 그 정도가 심하면 영화 전체의 분위기까지 망친다. 이 영화가 꼭 그렇다. 꾸준히 상대를 속여넘기고 거액을 훔치는 일당의 범행에서 최소한의 긴장감도 느껴지지 않는다는 건 심각한 문제다.
인홍과 보원이 담배판매상을 터는 과정은 잘 짜인 사기극이라기보다 고민 없이 만든 질 낮은 코미디에 가깝다. 성대련의 조카로 사실상 악당의 행동대장급인 성종익과 그 수하들을 둘은 국밥에 설사약을 타고 담배종이에 수면제를 묻히는 방법으로 속여넘긴다. 섬 가운데 숨겨진 대량의 담배를 터는 과정의 묘사가 어수룩하기 짝이 없는 것이다.
이어진 사기극은 더욱 어처구니 없다. 인홍과 보원은 대동강에서 금이 난다고 속여 악당 성대련에 강을 팔아넘기는 작업을 시작하는데 성대련이 이들을 믿게 되는 과정이 정통적인 사기극보다는 허술한 코미디에 가깝게 연출된다. 잘 짜인 시나리오로 돌파해야 할 부분을 엉성한 코미디에 기대어 풀어나가다보니 영화 전체의 긴장감과 설득력이 무너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액션에도 특색이 없다. 허술하기 짝이 없던 첫 전투신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막상 본 줄거리가 시작된 후 이어지는 칼질 등에선 어떠한 기백도 느껴지지 않는다. '덤으로 얻은 목숨이니 즐기며 살겠다'던 주인공의 말이 '덤으로 얻은 목숨이니 죽거나 말거나 대충 살겠다'로 느껴진 건 나뿐일까. 간절함이 느껴지지 않는 액션은 가뜩이나 허술한 이야기를 허약하게 만들었다.
개그조차도 실망스럽다. 사기극이 시종 단조롭고 액션도 무디다면 개그라도 날이 서 있어야 할 텐데 영화는 고창석이란 조연배우의 개인적 역량에 기댈 뿐 어떤 준비된 웃음코드도 갖추고 있지 못하다. 고창석과 라미란 등이 가진 고유의 캐릭터를 고민없이 활용한 이 영화의 선택에 어떠한 고민이 있었는지를 묻고 싶다.
더욱이 유승호라는 아직 영화판에서 검증되지 않은 배우를 시종일관 멋을 부리게 만들면서도 영화 전체는 그와 전혀 다른 느슨한 코미디로 전개된 점도 아쉽다. 이는 유승호라는 배우를 마치 정장을 입고 소풍가는 중학생처럼 우스꽝스럽게 보이게 만들었다. 제대로 된 영화라면 이렇게 주연배우가 따로 놀도록 방치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전반적으로 <봉이 김선달>은 때 되면 나오는 상업영화의 전형과도 같았다. 특히 흔한 소재와 수법으로 관객의 높은 기준을 돌파하려는 일말의 치열함도 보이지 않았다는 점에서 매너리즘으로 가득한 작품이라 생각한다. 만약 로봇이 영화를 만들게 되면 이런 작품을 만드는 사람은 버텨내지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