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스 웨인과 다이애나배트맨(벤 에플렉 분)과 원더우먼(갤 가돗 분)의 첫 만남. 배트맨은 어렸을 때 부모님을 잃은 기억이 트라우마로 작용한다.
워너브러더스코리아(주)
부성과 모성은 다른 많은 할리우드 장르물이 그러하듯, 슈퍼히어로 영화에서도 중요한 소재 가운데 하나다. 영화에 등장하는 수많은 슈퍼히어로와 그들의 상대인 악당들은 역시 히어로에 가까운 부모의 자녀였거나 부성과 모성의 결핍을 겪었거나 부모로부터 학대를 받곤 했다. 슈퍼맨과 배트맨, 렉스 루터 등 DC코믹스 캐릭터는 물론이고 토르, 아이언맨, 스파이더맨, 앤트맨 등 마블 캐릭터가 등장하는 영화에서도 부모와의 관계에서 받는 영향을 강조하는 부분을 적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배트맨 대 슈퍼맨>은 그중에서도 노골적인 작품이다. 이 영화는 정서적으로 안정된 성장기를 보내는 것이 곧 정서적으로 안정된 성인이 되는 밑거름이란 점을 주요 캐릭터는 물론 수차례 에피소드를 통해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슈퍼맨은 내적인 어려움을 겪게 된 순간 어머니를 찾아 위안을 구하고 아버지를 떠올릴 수 있는 장소를 찾는다. 영화는 슈퍼맨의 아버지(케빈 코스트너 분)를 환영으로 등장시키는 배려까지 잊지 않는데 이를 보다 보면 슈퍼맨이 이처럼 올곧게 자라게 된 바탕에 부모의 존재가 자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반면 배트맨은 부모의 부재를 좀처럼 극복하지 못하는 캐릭터로 그려진다. 말로는 정의를 외치면서도 막상 정의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는 그에게선 어딘가 몸만 큰 아이 같은 분위기가 풍겨온다. 집사 알프레도는 크리스토퍼 놀란이나 팀 버튼이 그린 전작들과 달리 배트맨에 대해 일정 부분 손을 놓은 직업인처럼 그려질 뿐이다. 배트맨은 시종일관 슈퍼맨의 이야기에 귀를 닫은 채 천방지축으로 날뛰는데 이 모두가 부모의 죽음 이후 내적 성장이 멈춰버린 캐릭터를 표현한 듯 느껴질 정도다.
배트맨이 슈퍼맨과의 싸움을 마무리하는 계기는 더욱 충격적이다. 지구의 평화를 위협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막연한 목적으로 슈퍼맨을 제거하겠다는 구체적 계획을 세운 과정이야 슈퍼히어로물 특유의 막무가내 전개로 이해하더라도 단지 어머니 이름이 같다는 사실을 알았다는 것만으로 싸움을 마무리하는 배트맨의 태도엔 공감하기가 쉽지 않다.
배트맨과 마찬가지로 처음부터 끝까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으로 일관한 렉스 루터 역시 이러한 사고가 반영된 캐릭터다. 제시 아이젠버그의 강렬한 연기로 어찌어찌 캐릭터를 유지했지만, 렉스 루터의 광기 어린 태도는 합리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적지 않다.
<배트맨 대 슈퍼맨>이 남긴 교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