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치용의 영화리뷰 대도시의 사랑법] 게이와 미친X가 만나 동거하며 생긴 일 이 영화를 퀴어영화로 설명한다면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반쯤 퀴어영화라고 해두자. 퀴어영화라고 하기엔 주인공이 남녀이다. 대조적인 성격인 여남 주인공 구재희(김고은)와 장흥수(노상현)가 영화를 끌어가기에 일단 퀴어영화로는 실격이다. 퀴어영화 주인공은 남남 아니면 여여이다. 이성애가 아닌 주로 동성애에 초점을 맞춘 영화가 퀴어영화로 분류되기에 남녀 주인공이 등장하면 퀴어영화로 풀어내긴 힘들어 보인다. 영화가 보여주는 다채로운 사랑은 특정한 성적 지향을 뛰어넘어, 여러 유형의 인간적인 연결과 감정적 교류를 보여줌으로써 사랑의 보편성을 표현하고자 한다. 영화가 동성애에도 꽤 많은 비중을 할애함에도 관객은, 성적 지향과 그에 따른 갈등 같은 기존 퀴어영화의 문법에 얽매이지 않고 사랑 자체에 집중할 수 있다. 등장인물들이 겪는 외로움과 단절, 아픔이 사랑의 이름으로 어떻게 극복되는지가 유머가 적당하게 버무려진 스토리를 통해 관객에게 다가간다. by 안치용 #대도시 ⓒ 안치용의 시네마 인문학
(*영화의 전개와 결말을 알 수 있는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영화 <대도시의 사랑법>은 첫 장면이 함정이다. 추리물이나 형사물에서 범인을 공개해놓고 시작하는 방식과 비슷하다. 첫 장면이 함정인 것은 영화 끝에 가서야 밝혀지는데, 이 함정은 관객에게 함정이었지만 이언희 감독에게도 함정이었음이 밝혀진다.
퀴어영화?
이 영화를 퀴어영화로 설명한다면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반쯤 퀴어영화라고 해두자.
퀴어영화라고 하기엔 주인공이 남녀이다. 대조적인 성격에 성별이 다른 두 주인공 구재희(김고은)와 장흥수(노상현)가 영화를 끌어가기에 일단 퀴어영화로는 실격이다. 퀴어영화 주인공은 '남남' 아니면 '여여'이다. 이성애가 아닌 주로 동성애에 초점을 맞춘 영화가 퀴어영화로 분류되기에 남녀 주인공이 등장하면 퀴어영화로 풀어내긴 힘들어 보인다.
그러나 성소수자의 삶과 사랑을 그린 것 또한 사실이다. 동성애와 이성애가 모두 등장하고 성소수자에 더 관심을 기울인다. 더 포괄적으로는 아웃사이더에 주목한다고 평가할 수 있겠다. 영화의 큰 얼개로 성적 지향의 차이를 바탕에 깔고 사랑과 관련한 더 넓은 범주의 감정적이고 심리적인 요인을 묘사한다. 사랑과 고독, 정체성의 탐색 등 보편적 주제가 영화에서 그려진다. 정체성의 탐색은 꼭 성적 지향에 국한하지 않는다.
영화에서 다루는 대학에 입학해서 결혼하기까지 13년은, 청소년기를 벗어나 어른으로 서는 기간이다. 이 시기에 정체성의 확립을 통해 어른이 된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정체성을 확보하는 것인데 성적 정체성은 중요하지만 전부가 아니고 그중 하나이다. 소설로 치면 성장소설이다. 독일식으로 표현해 빌둥스로만(Bildungsroman)이란 표현이 유효한데, 성장에는 빌둥(Bildung), 즉 형성이 포함된다. 이 빌둥이 주체적인 과정임이 또한 중요하다. 이 영화에 특히 빌둥이 많이 작동한다.
영화가 보여주는 다채로운 사랑은 특정한 성적 지향을 뛰어넘어, 여러 유형의 인간적인 연결과 감정적 교류를 보여줌으로써 사랑의 보편성을 표현하고자 한다. 영화가 동성애에도 꽤 많은 비중을 할애함에도 관객은, 성적 지향과 그에 따른 갈등 같은 기존 퀴어영화의 문법에 얽매이지 않고 사랑 자체에 집중할 수 있다. 등장인물들이 겪는 외로움과 단절, 아픔이 사랑의 이름으로 어떻게 극복되는지가 유머가 적당하게 버무려진 스토리를 통해 관객에게 다가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