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마 '상아'와 대립하는 '의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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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없는 숲속에서>는 깊은 숲에서 펜션을 운영하는 '전영하(김윤석)'와 정체 모를 살인마 '유성아(고민시)'가 만나며 서로를 파고드는 스릴러다. 마치 안갯속에서 드라마를 보듯 과거와 현재가 말없이 교차하고, 여러 인물의 속내를 알 수 없는 연출은 시청자마저 헷갈리게 한다. "중간 회차까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모르겠다"는 관람평이 많은 이유다.
또한 압도적인 광기로 다른 캐릭터를 짓눌러야 하는 '성아'가 생각보다 심심하다. 맹목적인 충동으로 사람을 살해하는 캐릭터인 줄 알았는데 아버지의 인맥에 기대 자신이 그린 작품을 팔아 생계를 유지하고, 재산에 기대어 사람을 죽여놓고도 일급 변호사를 선임하는 '평범한' 금수저였다. 캐릭터 설정이 이렇다 보니 주변 인물들이 성아에게 맥없이 끌려다니는 건 미친 여자의 광기라기보단 금수저의 난동처럼 느껴졌다.
오히려 흥미를 이끈 건 성아의 대척점에 서 있는 '전의선(노윤서)'였다. 등장 장면부터 의선이 얼마나 평범하고 무해한 인물인지를 보여준다. 그는 약사이자 임산부이고, 시부모님을 모시고 아버지 '영하'의 펜션에 놀러올 만큼 화목한 가정을 만들었다. 성아의 광기를 감지하지 못한 채 펜션으로 불러들이는 것도 의선이다. 의선의 손에 이끌려 펜션에 입성한 성아는 영하와 치열한 영역 싸움을 벌이며 사람들을 죽이고, 펜션을 장악하려 한다.
그런 성아를 제압하는 건 영하도, 경찰도, 성아의 아버지도 아닌 의선이다. 연락두절이 된 아버지를 찾아 펜션으로 향한 의선은 성아와 단둘이 만나게 된다. "딸X 전화도 안 받냐"는 성아의 비아냥에 표정이 바뀐 의선은 "너희 아버지와 나는 살인 공범"이란 말에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는다. 되레 "흥미롭다"고 비웃으며 "나 약사인데 너 약 먹어. 정신과 소개해 줘?"라고 받아친다.
대화에서 밀린 성아는 결국 힘으로 의선을 제압하려 나선다. 극 중에서 성아의 완력은 술수와 합쳐져 다른 남성 캐릭터들을 제압할 정도로 강하다. 게다가 의선은 임신한 상태. 그러나 성아의 생각을 읽듯 의선은 완벽하게 그를 제압했다. 막판에 반칙 같은 성아의 행동만 아니었어도 의선의 완벽한 승리였던 장면이다.
지금까지 미디어에 등장한 임산부 캐릭터가 온화하고 상냥한 이미지였다면, 의선은 평범하면서도 살인마와 대적할 만큼 강한 캐릭터로 빚어졌다. 색다른 캐릭터 활용법에 해당 장면은 SNS를 통해 퍼지며 시청자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켰다. "임산부 캐릭터가 이렇게 활용되는 건 처음이다", "살인마보다 강한 게 임산부라니", "성아가 '가짜 광기'라면 의선은 '진짜 광기'다" 등 호평이 이어졌다.
'비속어'를 남발하는 임산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