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녀박씨 계약결혼뎐> 메인 포스터
MBC
MBC 드라마 <열녀박씨 계약결혼뎐>의 연우는 '호접선생'이란 예명으로 직접 디자인한 한복을 팔며 자신만의 삶을 살아가는 조선 여성이다. 집에서 홀로 자수를 두는 것보다 한복을 팔러 바깥세상에 나서고, 혼인보다 지금의 삶이 더 좋은 연우에게 세상은 혹독하다. '그저 좋아하는 일을 하며 내 이름 석 자로 살고 싶다. 그게 죄는 아니지 않냐'는 연우의 꿈에 어머니는 차가운 현실을 끼얹는다.
"아니 죄다. 여인이 뭔가 하겠다고 꿈을 꾸는 것, 그 자체가."
결국 연우는 한 남성과 혼인하지만, 그는 첫날밤 이유 모를 병으로 사망하고 연우는 과부 신세가 된다. 죽은 것은 남편이지만, 책망받는 이는 연우다. 시어머니는 그의 뺨을 치며 "내 아들에게 무슨 짓을 했냐"고 책잡고, 홀로 상복을 입고 신혼집에 앉아있던 연우는 누군가에게 납치당해 우물가에 던져진다. 마치 수절을 위해 죽음을 택한 여성처럼 우물가에는 가지런히 놓인 연우의 신발만이 남았다.
우물가에 빠져 죽는 대신, 21세기로 타임 슬립한 연우. 그곳에서 당당히 한복 디자이너로 일하며 조선 여성의 씩씩한 기개를 보여준다. 조선시대에선 과부가 되어 오직 수절을 위한 생을 살아야 했지만, 이젠 '박연우'라는 이름이 박힌 한복을 선보이는 당당한 여성이 되었다.
<열녀박씨 계약결혼뎐>에 이어 방영되는 <밤에 피는 꽃> 속 주인공 역시 과부다. 낮에는 꼼짝없이 집에 갇힌 과부지만, 밤에는 담을 넘는 '여화(이하늬 분)'의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다. 험난한 과부의 삶을 살아가며 죽은 남편을 향해 "이게 다 너 때문이다"라고 탓할 줄 아는 여화. 조선시대 여성들은 과부가 될지언정, 자신의 삶을 포기하는 법이 없다.
어차피 허구, 사실과 다른 드라마 아니냐고요?
▲<밤에 피는 꽃> 메인 포스터MBC
물론 <연인> <열녀박씨 계약결혼뎐> <밤에 피는 꽃> 모두 허구다. 실제로 환향녀들이 길채처럼 목숨을 보존할 수 있었을까. 과부들이 연우와 여화처럼 살아갈 수 있었을까. 알 수 없다. 그러나 고증보다 중요한 건 이 드라마를 제작하고, 시청하는 21세기를 사는 여성들의 마음이다.
이미 정해진 역사를 바꿀 수는 없어도, 주체성이 담긴 조선 여성을 새롭게 그려내는 것. 비록 기록에 담기지 않았으나, 그 시대에도 꿋꿋히 삶을 개척했을 여성들에 대한 예우이자 새조선 여성들의 바람이 담긴 일이다. 여성들은 언제나 수동적이지 않았다. 분명히 존재했을 길채, 연우, 여화를 이제서야 새조선 여성들이 발견한 것뿐이다.
여전히 여성의 삶은 개인적이지 않다. '환향녀'는 '화냥년'이 되었고, 저출생 시대에 여전히 출산과 육아는 여성만의 몫으로 여겨지지만, 그래도 어쩌랴. 더 나은 조선을 꿈꾸며 살아갈 터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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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 이진민 기자입니다 really@ohmynews.com 모든 제보를 다 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