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군> 포스터
디즈니+
한국 영화계를 대표하는 액션영화 감독인 박훈정이 글로벌 OTT 디즈니+를 통해 신작 드라마 <폭군>을 선보인다. 공개일은 광복절 전날. 업력이 100년인 미국 엔터테인먼트 기업을 통해 한국 감독에게 맡겨 광복절에 맞춰 공개하는 상황이 재미있다.
한미 합작의 광복절 특집 반미영화?
제목 <폭군>은 극 중 대한민국 정보기관 내에서 극비리에 추진된 '폭군 프로그램'에서 나왔다. 극비사항은 누구에게도 비밀이겠지만, 영화에서는 특히 미국에 이 비밀을 유지하려고 한다. '폭군 프로그램'은 초인군인 양성 계획으로 얼핏 바이러스 같은 인체 주입물을 활용하는 듯하다. 영화에서 이 물질이 아닌, 물질을 둘러싼 공방에 초점을 맞추기에 자세하게 묘사되지 않는다.
'폭군 프로그램'이 미국 정보기관에 발각되며 프로그램이 중단되고 개발한 물질이 전부 폐기된다. 마지막 남은 샘플이 운송 중 사라지고 샘플을 찾기 위해 한국과 미국 정보기관 사이에 무자비한 난타전이 펼쳐진다는 게 줄거리.
중간에 전문 킬러와 전직 현장 요원이 등장하며 양상이 복잡하게 흐르지만, 기본적으론 한미 정보기관 사이의, 크게 한국과 미국 국가 간의 다툼이다. 한데 주요 배역 중에 외국인은 없다. 미국 정보기관 소속 '폴'(김강우)은 영어와 한국어를 모두 사용하는 이른바 검은 머리 외국인이다. 폴은 대놓고 검은 머리 아메리칸이지만 한국 정보기관 내에서 암약하는 검은 머리 아메리칸도 나온다.
"한국 실력으로는 감당 못 해, 이거"
폴은 국정원의 엘리트 국장이자 '폭군 프로그램'을 진행한 비밀 그룹의 수장인 최 국장(김선호)에게 능글거리며 공갈한다. 최 국장은 핵도 안 되고 ICBM도 안 되고 이것도 안 되니 "우리가 만만하냐"고 대거리한다. 그렇다고 최 국장이 이죽거리는 폴에게 흥분하며 대응하는 건 아니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침착을 잃지 않고 냉정한 모습을 유지한다.
강대국 미국과, 2차 세계대전 이후 계속해서 강대국 미국의 그늘에서 활로를 모색해야 했던 한국 간의 대조적 현실 상황이 두 인물의 캐릭터를 통해 간접적으로 표출된다. 최 국장의 당당하고 의연한 모습은 현재 한미관계의 실상과 동떨어져 있지만, 일종의 복속 관계를 시원하게 깨부수는 영화적 설정만으로 관객은 후련함을 느끼지 싶다.
재미있는 지점은 한미 합작 영화를 통해 한미 갈등을 그렸다는 사실이다. 흥행을 위해서라면 못할 게 무엇이 있겠는가. 잊지 말아야 할 게 <폭군>은 상업영화이다. 따라서 <파묘>를 보고 어처구니없이 좌파 영화라고 매도한 이상야릇한 관객들이 다시금 <폭군>을 반미이자 좌파 영화라고 공격할 까닭은 없다. 다시 말하지만, 이 영화는 오락성을 극대화한 상업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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