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초·중반 한국영화의 메카 충무로에서는 '한국영화는 박중훈이 나오는 영화와 박중훈이 나오지 않는 영화로 구분된다'는 말이 있었다. 물론 박중훈이 정말로 그 당시 극장에 개봉했던 한국영화의 절반에 출연했다는 뜻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 시절 박중훈이라는 배우가 한국영화에 미치는 비중과 영향이 절대적으로 높았고 영화팬들이나 언론에서는 그것을 빗대는 우스갯소리로 이 같은 표현을 종종 사용하곤 했다.
비슷한 의미로 2000년대 할리우드에서는 안젤리나 졸리가 여성배우들 중 단연 돋보이는 활동을 했다. 2000년 <처음 만나는 자유>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할 때만 해도 '연기파'에 가까웠던 안젤리나 졸리는 라라 크로포트를 연기했던 <툼레이더>를 시작으로 할리우드에서 가장 대중지향적인 배우로 변신했다. 실제로 2001년부터 2010년까지 애니메이션 더빙 두 편을 포함해 그녀가 출연한 작품은 무려 18편이나 됐을 정도.
안젤리나 졸리는 영화 속에서 모험가와 해군장교, 왕비, 킬러, 상어, 호랑이까지 매우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한 바 있다. 그리고 그중에는 어린 시절부터 혹독한 교육을 받은 후 미국의 CIA요원으로 잠입한 러시아의 스파이를 연기했던 영화도 있었다. 지난 2010년에 개봉해 안젤리나 졸리가 압도적인 존재감과 카리스마, 뛰어난 연기를 선보이며 관객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던 필립 노이스 감독의 여성 첩보 액션영화 <솔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