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야 따로 부연설명이나 수식어가 필요하지 않은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북미에서만 5300만 달러의 흥행성적을 기록했다(박스오피스 모조 기준). 이는 당연히 역대 북미개봉 한국영화 중 흥행 1위의 성적일 뿐 아니라 역대 북미개봉 비영어 영화 흥행순위에서도 <와호장룡>과 <인생은 아름다워>,<영웅>에 이어 4위에 올라있다. 그만큼 <기생충>은 북미시장에서 크게 성공한 비영어 영화라는 뜻이다.
하지만 국내제작사 바른손이앤에이가 제작한 <기생충>은 처음부터 북미흥행을 노리고 만들어진 영화는 아니었다. 실제로 <기생충>은 북미에서 작은 규모의 배급사가 판권을 취득해 제한적 상영으로 개봉했다가 칸영화제 황금종려상과 아카데미 4관왕으로 화제가 되면서 상영관이 크게 늘어났다. 만약 <기생충>이 해외 영화제에서 괄목할 만한 성적을 올리지 못했다면 상영관의 한계 때문에 북미 관객들에게 크게 주목 받지 못했을 수도 있다.
세계 각지에서 제작된 모든 영화들이 많은 상영관을 확보하면서 개봉할 수는 없다. 하지만 <기생충>처럼 잘 만들어진 영화들은 제한상영으로 선보였다가 뒤늦게 세계 최고의 시장인 북미에서 관객들의 사랑을 받는 경우가 있다. 90년대 홍콩영화 최고의 코미디배우로 군림하던 주성치 역시 2004년 자신의 꿈을 집대성한 이 영화로 북미에서 기대 이상의 성과를 얻었다. 주성치가 감독과 주연,제작,각본을 도맡아 했던 코믹 무협영화 <쿵푸허슬>이다.